자기 혐오 중입니다

핀치 타래정신건강관계

자기 혐오 중입니다

19세 미만은 권장을 금하는 글

순간의 유일


나아진 것만 같은 삶은 무슨, 여전해. 여전히 표출 대상은 팔 위. 그래, 여전해. 내 육신 상태에 대한 타인의 시선, 무엇보다 신경 쓰는 태도는 여전해. 내 육신 상태에 대한 나의 시선, 무엇보다 신경 쓰지 않는 태도는 여전해. 노력도 하지 않고 보상만 얻으려는 심리가 여전해. 누가 그래. 내가 나를 제일 사랑해야 한다고? 웃기고 있네. 自己嫌惡 여전해.

어제의 나를 죽이고 싶어. 내일의 나를 죽이고 싶어. 힘들면 노력을 좀 해. 노력도 하기 싫음 괴로워나 말아. 괴로운 노력을 했는데, 토할 것 같고 여전히 현실이 뭣같으면? 시도해 보기는 하고 뱉는 소리인가. 해 보고나 말해, 게으른 미친x아. 여전히 웅크리고만 있으면 어떡하자고? 세상은 곧 입춘이라는데 나는 여전히 동면 중이면 어떡하냐고. 

올해에도 나는 이 세상에서 봄을 맞이하기에는 글렀고. 매일 반복되는 삶이 지겨움에 그저 스쳐서만 지나가고. 아침이 고통스러움에 나는 뻑뻑한 눈을 겨우 뜨고, 한 줄, 두 줄. 그렇게 아홉 줄. 

그래, 뭐가 두려워. 뭣같은 새끼들을 눈앞에 두고 오늘도 내 손목에 뭣같은 선물을 선사하는 뭣같은 나에게 선사하는 박수. 나한테 도대체 뭐가 더 두렵냐고.  

두부(豆腐) 같은 정신머리라고 과거의 내가 그랬던가. 몇 년이 지나 보니 정확히 알겠구나. 정신머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게 내 두부(頭部)였던 거지. 심장박동이 빨라. 아픔이 당연해. 아파야 마땅해.  


여전히 울고 여전히 일을 그르치는 여전한 나를 위하여.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니, 벗어나지 않은 나에 관하여. 

녹슨 날로 그어 시뻘겋고 흥건한 손목을 만드는 나에 의하여.  

오늘도 여전한 내 자신에게, 여전한 혐오의 익숙함에 대하여.

SERIES

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순간의 유일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상속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