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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육아

<커리어>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언니, 우리 이민갈까? 23. 이민 왜 왔냐면

유의미

뉴질랜드는 이민자의 나라다. 원주민 마오리가 살던 땅에 유럽인이 이주해왔을 뿐 아니라, 여전히 해외에서 태어난 많은 사람이 뉴질랜드로 향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의 순 이민자 수는 약 5만 명이고, 뉴질랜드에서 매년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는 약 6만 명이다. 순 이민자 수와 출생자 수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이대로라면 여기서 태어난 사람과 여기로 이주한 사람의 수가 비슷해질 것이다. 순 이민자가 아니라 뉴질랜드에 이민해 들어온 사람의 수만 따지면 작년 기준으로 15만 명에 조금 못 미친다. 여기서 태어난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기도 할 테니 조만간 이민자가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이민자의 수와 꼭 같지는 않겠지만, 뉴질랜드 땅이...

언니, 우리 이민갈까? 19. 가장 구체적인 두려움

유의미

한국에만 살아봤을 때는 외국에 나가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며 관심 분야라면 어떻게든 찾아보니까, 외국이라고 해도 대단히 새로울 것도 특별히 더 배울 것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와보니 읽거나 들어서 이미 다 알던 이야기라도 와서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보다 땅이 엄청 넓다더라.’ 하는 말은 아무리 걸어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던 날의 얼얼한 발바닥과 상점 하나 보이지 않는 텅 빈 거리의 막막한 기분으로 생생해졌고, ‘겨울이 엄청 습해서 춥대요.’하는 말은 삼 일째 마르지 않던 면생리대와 겨우내 콧속에 머금던 차고 축축한 곰팡이 냄새로 기억이 되었다....

언니, 우리 이민갈까? 18. 뭐 해 먹고 살 거냐면

유의미

커튼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뜨거운 볕이 얼굴에 내리쬔다. 그 눈부신 열기에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조금 열고 커튼을 확 젖히면, 태양 빛이 방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진다. 함께 침대에 누워있던 고양이들은 신이 나서 한달음에 뛰어올라 창가에 앉는다. 저 뜨거운 태양 덕분에 뉴질랜드는 겨울에도 때때로 덥다. 물론 흐리고 비가 오는 종일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는 날도 있지만 말이다. 밤에는 차가워서 맨발로는 밟을 수도 없었던 거실도, 날이 밝으면 따뜻하게 데워진다. 시리얼, 요거트,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고양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채워준다. 틈틈이 던져 넣어둔 빨래가 꽤 쌓인 게 보이는 날에는 세제를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인간의 머리카락...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10. 졸업

한슈

2018년 6월, 나의 졸업식 날엔 언제나처럼 비가 왔다. 어떤 졸업식이든 졸업을 맞는 기분은 싱숭생숭하다. 특히나 다른 나라에서 하는 졸업식은 함께했던 친구들을 서로 약속하지 않는 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시간이 없었다 졸업이 다가오자,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비자(Visa)였다. 학생 비자 (trier 4 Visa)의 기한이 졸업식으로부터 4개월 후까지만 유효했고, 그 안에 일자리를 구해서 새로운 비자를 갱신하거나 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비자가 필요 없는 EU 학생들은 졸업하고 휴가를 가거나 집에 가서 몇 개월 쉬다가 돌아와서 일을 구하겠다고 다들...

언니, 우리 이민갈까? 12. 유토피아를 기대했다면

유의미

유토피아라는 국가의 궁극적 이념은 공익이 허용하는 한에서 시민들을 되도록 많은 시간 동안 육체적 노동에서 자유롭게 하며, 시민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정신적인 고양에 힘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이런 것에 인생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뉴질랜드에 살면서 외국 생활의 환상이 하나씩 부서졌다.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채 상상만으로 그렸던 모습은 실제와 달랐고, 예측하지 못했으니 준비도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삶을 꿈꾸며 희망을 갖는 것도 좋지만, 이민은 중대한 결정이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신중한 판단을 돕기 위해, 내가 가졌던 환상과 직접 경험한 현실을...

언니, 우리 이민갈까? 8. 내향인의 워킹 홀리데이

유의미

애인과 함께 뉴질랜드에 살기로 했다. 결정은 했지만 둘 다 외국에 살아본 적이 없어 그게 가능할지 짐작이 잘 안 됐다. 거처를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우리가 하면 할 수 있을지, 거기서 과연 살 수 있을지 탐색해볼 단계가 필요했다. 그 첫 단계가 바로 나의 워킹 홀리데이였다....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2-2. 집을 찾는 대장정 (하)

한슈

네 번째 숙소로 짐을 옮기면서 늘 그랬듯 우버를 불렀는데, 우연히 두번째 숙소로 옮길 때 만났던 우버 기사님과 또 만났다. 캐리어가 많아서 기억하고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유였지만 아직도 집을 못 구한 거냐고 걱정과 함께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숙사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정말 못 찾으면 전화해보라고 기숙사 번호를 주셨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마지막 숙소에서는 정말 어디든 집을 찾아서 계약하겠다는 마음으로 또다시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글래스고 시내. 네 번째 숙소는 중동에서 오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아저씨의 에어비앤비, 학교 뒤쪽에 있는 주택가였다. 이 숙소에 체크인해서 늘 그렇듯 짐을 풀자마자 나...

TV 언박싱 5. 슈퍼맘이라는 신화

이자연

어렸을 적 나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다. 엄마는 학습지 선생님으로 일했는데, 당시 여성 대부분이 부엌과 주방을 지키고 있었기에 아마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지금보다 더 합리적인 혹은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을 것이다. 엄마가 없는 낮 동안 나를 봐준 건 4층에 사는 아주머니였다. 얼굴은 어렴풋하지만 20대 아들 셋이 있었고, 그 집에 키우던 잉어나 모형 컴퓨터 같은 장난감 따위가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결코 짧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 4층 아줌마 댁은 엄마에게 그런 곳이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매일의 고금리 빚이 차곡차곡 쌓이는 곳. 그러던 어느 날, 엄마랑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사라져야 사는 여자들 3. 백래시의 한복판에서

탱알

여성 일반의 역량미달과 부적격성이라는 핑계는 여성의 생애 주기마다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을 세운다. 직장 내 성폭력은 그 수없는 허들 가운데 하나였다.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은 여성들이 저마다 성폭력 경험을 고백하고 나섰을 때, "그런 '더러운 꼴'을 보고도 왜 일터에 남아있었냐"고 묻는 사람들을 보았다. 성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그렇게 크다면, 다음날 또다시 일터에 나가 가해자와 얼굴을 맞대고 일할 생각이 들었겠냐는 것이다. "왜 사라지지 않았냐"는 질문은 이상하다. 위계에 의한 각종 학대와 수모를 버텨낸 역사를 훈장으로 여기며 공감을 요구하는 남자들이 여성에게는 자리를 지킨 이유를 추궁한다. 경제적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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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야 사는 여자들 2.여자라서 그래

탱알

퇴사한 여성 동료의 험담을 늘어놓던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는 퇴사자가 "여자치고는 잘하시네요"라는 본인의 발언에 항의했던 일화를 좌중에 털어놓으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여자에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날의 나는 그 발언이 성차별임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여자를 업무적으로 평가할 때 "여자치고는"이라는 사족을 붙여야만 속이 시원한 사람들의 아집에 질려 버렸다. 그들은 자신이 여성의 비교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 개개인이 여성이라는 무리를 규정하는 표본으로 존재하며, 여성과 얽힌 부정적 경험이 또다른 여성을 추방할 근거로 활용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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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야 사는 여자들 1. 사건의 재구성

탱알

연애하며 작아지기 남자들이 잘난 여자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나는 연애라는 친밀한 관계를 통해 본심을 엿보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 나에겐 서울 소재의 대학생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타이틀도 없었는데, 나와의 학력 차이가 큰 남자들은 나의 존재를 도저히 못견뎌하는 듯 했다. 세상에는 (비꼬는 의미로) “가방끈 길어서 좋겠다”, “너는 네가 잘난 줄 알지”, “네가 하는 공부는 쓰레기고 네 동기들도 전부 쓰레기다”라는 말을 애인에게 하는 남자들이 정말로 있다고, 게다가 한둘이 아니라고 배우기 위해 치른 대가는 너무도 컸다. 그들은 내가 유식한 티를 낼 때, 나에게서 주관을 발견할 때, 마침내는 예측할 수 없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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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는 여자 6. 육아를 놓으라고요?

효규

둘 다 잘 할 순 없어요. 일이든 육아든 하나만 선택하세요. 창업을 하면서 들었던 조언들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특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조언은 ‘주 양육자의 자리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육아 대신 일을 선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창업 교육을 들으러 갈 때마다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잔인하다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과연 육아를 ‘진짜로’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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