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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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일기 36주차. 왜 자꾸 눈치를 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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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25일 분만방법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다. 비교적 산후 회복이 빠르다는 질식분만을 하고 싶은데, 침대에 무력하게 누워 분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게 정신 없이 동의서에 서명을 휘갈기고, 회음부 절개를 당하고, 피를 줄줄 흘리며 아기를 내뱉듯 낳는 건 하고 싶지 않다. 내 분만의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출산의 목표는 아기를 낳고 건강히 살아남는 것이다. 진통의 고통이 적었으면 하고, 분만과정을 남편과 함께 하고 싶다. 진통을 혼자서 겪고 혼자서 호흡에 맞춰 힘주는 나를 남편이 그저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분만 중에 남편의 실제적인 도움으로 끝내 함께 이루는 분만을 원한다. 진통과 분만의 순간...

임신일기 마지막주차. 사람들은 임산부를 싫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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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이동을 할 때면 도착 예상시간보다 30-40분은 족히 더 걸린다. 역에 들어서면 먼저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맨다. 역 외부에서 역 내부로 한번, 거기서 승강장으로 갈 때 또 한 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두 번이나 엘리베이터를 찾느라 얼마나 걷는지 모른다. 계단을 이용해 최단 경로로 이동하는 게 두 세배는 빠를 거 같지만 이런 배를 하고서는 조금만 삐끗해도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열차에서 하차해서는 개찰구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표지판 먼저 찾는데, 그러면 사람들 동선과는 달라 "아 씨, 바쁜데 왜 꾸물대!"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둔탁한 몸이 여기저기로 밀쳐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사람들 먼저 보내고...

임신일기 35주차. 여성은 뭘 해도 욕 먹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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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커져만 가는 내 배를 보면서 이것 참 야만적이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인간의 몸을 어디까지 부풀릴 셈인가, 하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거장을 이기고, 유전자가위로 난치병도 고친다는 2018년에 사는데 인간이란 존재는 여전히 여성의 몸에서 열 달 동안 자란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다니. 곧 터질 것만 같이 커다래진 내 배를 바라보고 있으면, 여성의 몸을 통해야만 재생산이 가능한 현대라는 건 그 자체로 너무 여성을 배제하는 사회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여성에게 가혹할 일인가? 다른 기술들은 다 발달했는데 어째서 여성의 몸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재생산 부분에서만 진보가 없냔 말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엔...

임신일기 34주차. 손주는 기대되고 난 귀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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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그 날 입고 나간 임부 레깅스를 벗어보면 가랑이 부분에 오줌자국이 나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 그렇다. 나도 모르는 틈에 오줌이 새는 것 같다. 조금 전엔 샤워 후 새 팬티를 입고 양치를 하다가 또 오줌을 쌌다. 오줌 지리는 게 익숙해지질 않는다. 숨기고 싶다. 내게 오줌 냄새가 날까봐 신경이 쓰이고 빨래통에 오줌 묻은 레깅스를 넣어 놓는 게 왠지 부끄럽다. 임신하지 않았대도 비난 받아선 안 되는 일인데, 임신 후기의 자연스런 증상임에도 내 마음에 상처가 난다....

임신일기 33주차. 이런 사회에 아기를 낳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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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한 산후조리원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산전마사지를 받고 왔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사지를 받으니 발 부종도 다소 진정된 거 같고, 온통 뻐근하던 몸이 조금은 유연해진 거 같다. 너무 거대해져 내 손이 닿지 않는 나의 몸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만져주는 사람의 손길은 역시 좋구나. 이래서 다들 마사지, 마사지 하나보다. 이래서 다들 아기 낳고 꼭 마사지를 많이 받아 붓기 빨리 빼고 산후통에서 빨리 빠져 나오라고 하나보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출산 후엔 돈 걱정 말고 무조건 마사지를 많이 받으라는 조언들이 내게는 애먼소리로 느껴졌다. 50분간 진행되는 산후마사지 1회 비용이 10만원이 넘는다. 구내식당 한 끼 식사에도 덜덜거리며...

임신일기 32주차. 이건 여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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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몇 조각만 먹어도 숨이 찬다. 헥헥. 병원에 정기검진 가는 김에 가슴이 너무 갑갑하고 폐인지 위인지 심장인지 셋 다인지 모를 내 장기가 아픈데, 임신 후기 증세인건 알겠지만 조금 완화할 방법이 없냐 물었더니 역시나 ‘없다’. 증상만 있지 몸에 ‘문제’랄게 있는 건 아니라서 치료할 것도 없는 거라고. 트림을 해보면 답답한 게 나아질까 싶어 가슴을 쳐보는데 트림도 잘 안 나온다. 간신히 트림 한대도 먹은 게 같이 올라온다. 내 식도는 또 상하고 있구나. 숨쉬기가 힘든 걸 보면 폐 문제인 거 같기도 한데, 심호흡을 크게 해도 나아지지 않는 걸 보면 심장 문제 같기도 하고. 특정 장기를 지적할 필요도 없이 모든 장기가 눌리고 있는 거...

임신일기 31주차. 여름에도 겨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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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소식을 이제 들었다며 축하한다고 남자선배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이제 막 돌 지난 첫째 아이를 양육하던 중에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져서 자기는 아내를 떠받들고 있는 중인데 회사도 다니면서 퇴근 후 양육과 가사로 아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네 남편도 임신한 아내를 돌보느라 많이 힘들겠다는 소리를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나는 아내를 하나님처럼 섬기고 있어. 태초에 신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듯 아내가 설거지를 하라 말씀하시면 재빨리 설거지통을 비우고 빨래를 하라 말씀하시면 언제 빨래감이 있었냐는 듯 빨래통을 비우고 있어. 내 아내는 말씀만으로 온 집안을 지휘하셔. 그래도 내...

임신일기 30주차. 경멸스런 남편들의 나르시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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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퀴어문화축제에 가는데 시청 광장 앞 혐오세력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한창이다. 그들은 퀴어문화축제의 입구에서 남녀의 결합만이 아기를 만들 수 있고 출산은 정말 신성한 거라고 외쳤다. 결혼과 출산은 국가의 자산이고 경쟁력이라면서. 참 이상하다. 이게 교회의 이야기라고? 7월의 여름 낮. 햇볕은 뜨겁고 내 몸은 무거워 죽겠는데, 출산은 아름답다느니, 아기에겐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느니, 태아의 생명은 소중하다느니 하는 문구들이 가득 적힌 피켓 행렬을 보니 분노가 차올랐다. 그들의 소리는 외려 정상가족 내에서 아기까지 가진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임신한 여성에 대해 정말 한번이라도 생각은 해봤을까? 임신과 출산을 혐오의 언어...

임신일기 29주차. 제가 이럴 줄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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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그만 타든지 해야겠다. 사람이 너무 미워진다. 오늘 임산부배려석엔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 앞에 섰는데 빈 손잡이가 없어 손잡이 꼭대기를 잡으니, 내 오른쪽 옆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던 남성이 내가 못 잡게 손잡이를 흔들었다. 내 왼쪽 옆에 있던 사람은 내가 그 사이에 못 서 있게 가방으로 내 배를 밀쳤다. 임부석에 앉은 남성을 계속 쳐다봤다. 그는 나와 여러 번 눈이 마주쳤지만 내 배를 훑고는 눈치를 보고 다시 자기 하던 일을 했다. 그 옆에 앉아있던 남성이 민망해하며 나와 눈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워주니, 내 오른쪽 옆에 서 있던 (내가 손잡이를 못 잡게 흔들었던) 그 남성이 백팩을 풀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비워...

임신일기 28주차. 누릴 수 없는 임산부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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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다. 날이 갈수록 아기가 뱃속에서 더 거세게 움직이는데 내 장기들은 정말 괜찮은지 모르겠다. 요즘 바라는 건 아기와 나 모두 건강히 남은 3개월을 보내는 것뿐이다. 다들 “태아” “태아” 할 뿐, 임신한 몸이 이렇게 힘든지는 관심도 없겠지. 2018년 7월2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임산부 혜택"이란 것이 있다. 그 내용은 임산부가 외래진료를 받는 경우 본인부담률 20%가 감면되고, KTX 탑승 시 일반실 운임으로 특실이용이 가능하며, 출국 시 패스트 트랙을 발부받아 입국 심사장까지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 이곳 저곳이 아파 병원에 가도 "아기는 건강하다"는 얘기만 들을 뿐 나를 위한 치료는 영 받...

임신일기 27주차. 태동은 사랑스럽기만 하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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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들어가려다 미끄러운 바닥에 발을 잘못 디뎠다. 한쪽 발이 쭉 미끄러졌는데 평소 같았으면 금세 날렵하게 바로 섰을 걸,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다른 쪽 다리의 무릎이 굽혀졌고 그대로 바닥에 엉덩이를 쿵 박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내 무거운 몸이 이 일련의 진행과정을 조금도 주체하지 못했다. 가만히만 있어도 아픈 내 엉덩이가 이제 꼬리뼈까지 욱신거린다. 화장실 바닥 미끄러웠던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이렇게 미끄러져 넘어진 건 처음이다. 다년간의 장시간 대중교통 이용으로 휘청거림 속에서도 무게중심잡기의 고수가 된 내가 이렇게 속절없이 미끄러지다니. 내 맘 같지 않은 몸뚱이가 야속해서 속상하고 꼬리뼈가 아파서 괴롭...

임신일기 26주차. 비출산을 조장하는 '괴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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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남편을 붙잡고 절뚝거리며 걷는다. 최근에 출산했거나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지인들도 엉덩이가 아픈 고통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느끼지만 임신과 출산의 경험은 정말 다양한 거 같다. 놀라웠던 건 이거다. 임신하고 뱃속에 아기가 자라면서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왜 엉덩이가 아픈지 설명하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더라도 여자들은 대부분 공감하고 어디가 어떻게 아플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하나 같이 내게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라고 조언했다. 인대가 늘어났을 때 운동하지 않는 건 상식이면서 임신한 여성에겐 꼭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더라. 축구하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아프다고 가만히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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