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나의 졸업식 날엔 언제나처럼 비가 왔다. 어떤 졸업식이든 졸업을 맞는 기분은 싱숭생숭하다. 특히나 다른 나라에서 하는 졸업식은 함께했던 친구들을 서로 약속하지 않는 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시간이 없었다 졸업이 다가오자,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비자(Visa)였다. 학생 비자 (trier 4 Visa)의 기한이 졸업식으로부터 4개월 후까지만 유효했고, 그 안에 일자리를 구해서 새로운 비자를 갱신하거나 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비자가 필요 없는 EU 학생들은 졸업하고 휴가를 가거나 집에 가서 몇 개월 쉬다가 돌아와서 일을 구하겠다고 다들...
우여곡절 끝에 파트너의 비자도 무사히 나왔고 두 마리의 고양이들도 뉴질랜드 땅을 밟는 데에 성공했다. 뉴질랜드 계류장에서 열흘을 보낸 고양이들은 그동안 불만이 많이 쌓였는지 집으로 데려가는 삼십여 분 동안 차 안이 떠나가라 울어댔다. 외국에 오면 인간도 낯설고 무섭기 마련인데 고양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둘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이 나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이내 바닥에 온몸을 비비는 행복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예민한 첫째도 한동안 집을 구석구석 탐색해보더니, 꽤 마음에 들었는지 성난 표정을 풀었다. 하루가 지나자 밥도 잘 먹었고, 각자 창가에 자리를 잡고는 안도의 그루밍을 시작했다. 잠시 모든 일이 일사천리일 것만 같은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