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창조경제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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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창조경제 3화

유라희

<편집자주>

창조경제는 현 정부 정책의 아이덴티티다. 하지만 정권이 1년 정도 남은 이 시점까지도 창조경제를 한 문장으로 간추려 정의하기란 어렵다. 일단 언어학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사전만 봐선 해석이 힘들다.

나는 2013년 2월부터 시작된 창조경제 바람을 줄곧 취재해왔다. 많은 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산물, 정부3.0은 “없느니만 못 하다”는 비판에 줄곧 시달렸다. 창조경제 시대 종료를 일 년 앞둔 상황에서 민첩하게 움직여 보기로 했다.

‘창조경제’라는 말에서 주로 떠올리게 되는 ‘스타트업’에 도전한 것.

한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창업 공모전에 선발돼 세 달 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만 뒀다. 내가 직접 겪은 창조경제 서포트 현실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지난 5월부터 7월 마지막 주까지 내 휴대전화에 찍힌 주최측 문자는 28개다. 대부분이 ‘프로그램 참여 독려’나 ‘서류제출일 안내’ 내용이다. 통화 횟수도 상당하지만 따로 세어 보지는 못 했다. 창업 센터 개소식 이후 수 주 정도는, 단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위(지자체)에서 손님이 오신다”며 “공간에 와 달라”는 연락이 몇 통 있었다. 공간 이용률이 너무나 저조하다는 것이었다.

인테리어 업자와
멘토의 주머니가 찬다

센터가 문을 열기 전, 근방을 오가던 지원 합격자들은 “저 공사비용을 줄여서 우리를 주지”라며 아쉬워했다. 공돈을 챙기겠다는 뜻보다는, 매일매일 추가되는 ‘데코레이션’에 대한 평이었다. 많은 경우 사업을 시작하면 언론보도나 주최측 고위 관계자의 방문을 고려해 공간을 제일 먼저 챙긴다. 인테리어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 천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초기, 지원자들의 센터 방문 비율은 상당히 저조했다. 나에게 “와서 자리 좀 메워 달라”는 연락이 종종 왔다. 하지만 비품이 워낙 부족하고, 애초 요청했던 사안들(기기 설치 및 도서 비치 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아 갈 일이 적었다.

공간은 전반적으로 말끔하다. 간식과 음료, 복사기 등이 설치돼 있어 공항 비즈니스라운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면 주최 기관 직원들이 내려와 커피와 간식을 챙기는 공간이 됐다. 이후로는 창업 지원자들과 변리사, 지도교수, 멘토의 상담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필요한 공간인 것은 맞지만, 사용자의 편의보다 겉보기에 치중한 공간이라는 평이 곳곳에서 나왔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느낌보다는 말 그대로 라운지다. 

해당 사업은 멘토링과 지도교수제를 모두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멘토를 지정해 한 달에 한 번 만나야 하고, 지도교수도 한 달에 한 번 만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멘토와 지도교수에게는 회당 20만원씩 지급된다. 많은 경우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은 자신의 지도교수를 지도교수로 올리고, 멘토는 주최측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정한다. 국내에 많은 멘토링 업체가 있고, 그 가운데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리스트에 넣은 업체가 추천 명단에 오른다.

다만 멘토와 지도교수의 역할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이들과의 만남을 꼭 해야 한다고 독촉한다. 학생들이 얼마만큼 교육을 받았는지가 실적 중 하나기 때문이다. 자신을 가르치는 교수가 지도교수인 경우, 지원자가 교수와의 미팅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 내는 일도 있다. 원칙적으로 멘토링 및 지도 보고서는 멘토 본인이 작성하도록 돼 있다.

숫자, 실적…
단기간에 ‘맞춰 드려야’ 하는 것들

해당 사업은 매달 말 월말 보고서를 내고, 7월 말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실적을 보고해야 했다. 앞서 말한 멘토 및 지도교수 미팅도 마찬가지다. 사정상 온라인이나 화상으로 미팅을 하는 경우도 허용되지 않는다. 돈이 지급되므로 “센터에서 만나지 않으면 ‘인증샷’을 찍으라”는 주최 측 관계자의 말도 있었다. 뭐든 확실히 하는 것은 좋지만, 필요성 논란이 이는 사안에 대해 수정하진 않고 “위에서 요구한다”는 이유로 지원자들이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최측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사업자 등록이다. 얼마만큼 많은 지원자들이 사업자로 등록했는지가 창업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예쁜 숫자'를 위해 고용 창출 인원은 몇 명이나 되는지, 특허를 몇 개나 냈는지 등등을 매달 다그친다. 적어도 7개월 이상 장기간 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 이 같은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은 셈이다.

창조경제의 성과를 “오늘도 이 땅에 새로운 스타트업이 몇 개 문을 열었다”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허는 오직 국내 특허만

그래도 지식재산권 등록이라도 도움을 받기 위해 주최측과 연계된 변리사 미팅을 진행했다. 특허 출원의 경우, 일반인 개인은 특허료(출원료 및 심사청구료, 최초 3년분의 등록료 등)의 70% 정도의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서류를 작성해 내는 경우도 있지만 변리사를 통하는 경우 또한 많다.

주최 측에서 소개한 변리사에게 물어본 결과 한 건에 대해 250만원 ‘맞춤형’으로 특허 출원을 진행한다고 했다. 특허출원 지원 사업은 이미 여러 지자체 및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살펴본 결과 이 금액이면 꽤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 다만, 이 비용으로는 오직 국내 특허만 진행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그 나라의 대리인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타 지원사업들의 경우, 해외특허 출원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으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국내 특허 출원 과정에서 해당 아이디어가 기각되면 어떻게 되나. 대개는 한 번 기각되고 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주최측 변리사는 “사업 시행 기간 내 벌어지는 건에 대해서만 관리를 한다”고 했다. 대개 신청 후 특허 심사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개월이다.

즉, 한 차례 기각될 경우 이 변리사에게 이의신청 서류를 부탁할 경우 자비를 들여야 한다.

도대체 예산이 얼마나 되길래…
세금 6억 원 안팎 투입

해당 사업은 대충 계산기만 두드려 봐도 1억 원 안팎의 예산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간 운영비(상주 직원이 세 명 있다)와 공간 설계 비용만 해도 수 천 만원 대. 인건비를 자체 인력으로 구성했다고 할 지라도, 한 달에 한 번 쯤 이뤄지는 연사 초청 강연과 각종 멘토링 비용(40팀 X (멘토1명 + 지도교수 1명) X 20만원 X 7회 = 1억1200만원)만 해도 벌써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학생들이 지원금을 꼼꼼히 다 챙겨 쓴다고 할 때, 40팀 가운데 차등을 두고 500만원에서 1500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3억1200만원이 든다. 특허료를 40팀이 다 챙기면 해당 특허법인에서는 40건 특허를 출원하면서 1억원을 주무를 수 있다.

억 소리 나는 국민의 세금이, 이런 식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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