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창조경제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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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창조경제 2화

유라희

<편집자주>

창조경제는 현 정부 정책의 아이덴티티다. 하지만 정권이 1년 정도 남은 이 시점까지도 창조경제를 한 문장으로 간추려 정의하기란 어렵다. 일단 언어학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사전만 봐선 해석이 힘들다.

나는 2013년 2월부터 시작된 창조경제 바람을 줄곧 취재해왔다. 많은 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산물, 정부3.0은 “없느니만 못 하다”는 비판에 줄곧 시달렸다. 창조경제 시대 종료를 일 년 앞둔 상황에서 민첩하게 움직여 보기로 했다.

‘창조경제’라는 말에서 주로 떠올리게 되는 ‘스타트업’에 도전한 것.

한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창업 공모전에 선발돼 세 달 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만 뒀다. 내가 직접 겪은 창조경제의 현실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행정력 Up, 편법도 함께 Up

한 지자체와 그 지역 연구기관이 주관하는 창업지원사업에 지원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무려 40개 팀을 뽑고, 모두에게 500만원의 지원금이 주어지며, 중간평가에서 성과가 좋은 팀에는 최고 1500만원의 지원금을 몰아 준다고 했다.

나는 마침 구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고자 지원했다. 손때묻은 창업 바이블 책을 쌓아두고 볼 정도로 이쪽에 관심도 많았다.

당시 60여 개 팀이 지원했고, 1.5대 1의 경쟁률로 선발됐다. 해당 지원사업은 주관사 측에서 처음 치르는 창업 이벤트였다. 따라서 미래부에서 제공하는 창업지원 포맷을 따랐다고 했다.

5월 말 센터 개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그보다 보름쯤 앞선 어느 날, 계약서와 프로그램 설명이 이뤄졌다. 500만~1500만원의 지원금과 멘토링, 창업공간(센터), 각종 창업 교육프로그램, 특허 등록 지원(최대 250만원) 등을 제공한다고 했다.

지원금 500만 원은 그림의 떡

내가 낸 아이템은 ‘신기술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 개발’. (해당 기술은 지식재산권과 관련돼 있어, 세부적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당초 주최 측은 500만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받기 위해선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견적서와 타견적서,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통장사본, 세금계산서를 모두 받아서 지원금 신청서와 지원금 사용 결과 보고서를 내야 했다. 워낙 정부 사업시 이런 일이 많기는 하지만, 지원금을 선입금이 아니라, 후불로 주는 시스템이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예전에 한 영남지역의 한 지자체에서 지원자가 지원금을 받아가곤 잠수를 타는 일이 있었다”며 “돌려 받으려고 집까지 쫓아갔는데, 결국 돈을 떼였다”고 했다. 지원금이라는 것은 ‘상금’개념이 아니었던 것. 창업지원 사업에 처음 덤비는 사람이라면 으레 빠지는 오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창업지원금은 내 돈’이라는 착각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우 해당 지원금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데 있었다. 원칙적으로 정부에서 내 놓은 지원금 사용 내역은 '개인 재산이 될 수 있는 물건'과 애플리케이션, 해외직구 등 서류를 뗄 수 없는 업체의 물건은 구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개발에 필요한 물품이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은 물론 참고 도서, 유사 애플리케이션, 해외 마켓에서 파는 주요 부품 등을 살 수 없는 것이다. 해외 사이트에서의 웹호스팅이나 도메인 구입도 마찬가지다. 시차도 다른 업체에 연락해 사업자등록자 사본과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보내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

주최 측에서는 렌탈 및 대행 서비스를 추천했다. 유독 한국에 ‘대행 사이트’가 많은 것도 여기에서 이해가 됐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줄 수 있는 ‘중간자’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사업은 12월 31일까지만 진행된다. 따라서 모든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대여를 5월부터 7개월 동안만 해야 했다. 많은 경우 대여는 한 달 내지 일 년 단위로 가능하다. 해당 기간이 끝나면 디바이스를 대여 업체에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제품 출시 전에 실험적으로 만들어보는 샘플)을 도로 내 줘야 하는 셈이다.

혹시 이 주최 측만 답답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닐까. 웹 서비스를 개발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수 개월 조사를 진행한 창업자 A씨는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 대부분이 이렇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는 서류를 낼 수 없다(대부분 hwp 파일 형식을 취하기 때문)”며 “지원금 관련 서류는 일도 아니다. 각종 실적 보고서가 더 골치 아프다”고 했다.

“인건비 받고 싶으면 팁이 있다”
편법 권하는 주최 측

해당 500만원 지원금 안에는 인건비 항목도 있다. 최대 2명을 두 달 동안, 1인 최고 150만원까지 고용할 수 있다고 했다. 즉, 개발자 2명을 두 달 동안 쓰면 600만원으로 500만원 한도에서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각 125만원씩 줘야 한다. 대졸 신입 개발자의 업계 평균은 한 달 최소 210만원이다.

다만 피고용인(개발자)이 인건비를 제공받으려면 4대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즉, 어디에도 소속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고용할 수 없다. 관계자의 표현을 따르면 ‘돈을 떼지 않을 만 한’ 장치가 꽤 철저하게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 반전이 있다. 예를 들어 팀원에 개발자가 들어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일을 직접 하는 팀원들이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최 측은 “다 방법이 있으니 (타 지원사업 참여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이 경우 팀원 몇 명을 사업에서 제외하고, 이들은 따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4대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많다. 자신의 팀에 취업이 되는 형태로 들어가 인건비를 받은 뒤 이를 다같이 나눠 갖는 형태다.

예를 들어 A,B,C,D 네 명이 같은 팀이라면, A가 팀을 떠나 사업자로 등록을 하고 B,C가 A의 회사에 4대보험 요건으로 가입을 한다. 그러면 남아있는 D가 B,C를 '용역'형태로 쓰고, 한 달에 125만원씩 2달을 쓴다. 그러면 500만원이 인건비로 확보가 된다. 이를 A,B,C,D가 나누는 것이다. 혹은 4대보험에 가입된 타 사업장의 친구를 고용하는 것처럼 써서 낸 뒤 돈을 받는 형태도 논의됐다. 일종의 모럴헤저드이자 편법인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행태를 주최 측에서 권한다는 것. 관계자는 “돈(지원금)을 다 쓸 수 있도록 애 써보라”고 부추긴다. 인건비를 따로 빼돌려 받거나, 어떻게든 재료를 구입해 보라는 것이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지원금을 다 쓰는 것 또한 실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 회차 지원사업의 예산 문제도 걸려 있다. 해당 사업은 도의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한다. 돈이 남으면 그만큼 사업 예산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 지원자는 “궁한 주머니 사정에 용돈 벌이도 하고 아이템도 구현해보고 싶은 지원자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자금이 많지 않으면, 비도덕적이길 권장받는 셈이다. 정부 지원사업 많이 참여해 본 이들 사이에선 이미 이런식의 ‘노하우’가 널리 퍼져있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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