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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발견 10. 가난은 잘못되지 않았다

조은혜

* 부자 나라 미국에서 빈민 여성으로 사는 린다 티라도는 2013년 ‘Why I make Terrible Decisions, or poverty thoughts(왜 나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가)’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미국 주요 매체에 보도되며 가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린다 티라도는 첫 책인 <핸드 투 마우스(2017, 클)>에서 가난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편견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선택을 하는 이유를 썼다. 가난한 사람이라는 낙인, 그 삶을 살아가는 가난한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가난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갖는 편견은 비슷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게으르다고, 옳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누군가는 그들이 계속해서 가난을 자처하는 거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난은 벤츠를 타다가 현대차로 바꿔야 하는 가난이 아니다. 지난 달까지는 스테이크를 먹었지만 오늘은 샌드위치를 먹어야 하는 가난도 아니다. 당장 내일 학교에 갈 차비가 없다거나 오늘 저녁에 먹을 밥이 없는 가난이다. 단 하루도 돈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은 날을 살아본 적이 없는 가난이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밑창으로 생리대를 만들고 돈이 없어 밥을 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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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SF 읽기 1. <관내분실>

해망재

SF(Science Fiction)는 남성이 쓰고, 읽고, 향유하는 남성의 장르일까? 아니다! 여성이 쓰고, 여성이 읽고, 여성이 향유한다. 어떤 작가의 어떤 이야기를 오늘은 읽어 볼까, 외롭게 덕질하던 SF 팬들에게 좋은 SF를 골라 추천한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은 SF를 읽고 쓰는 사람들에게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되었다. 일단 “섹스 로봇 이야기가 너무 흔하게 등장한다.(중략) 예심 기간 동안 응모작의 절반을 넘어선다.(중략) ‘로봇은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원칙과 ‘여성형 섹스 로봇’이 결합할 경우, 얼마나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보시기 바란다.”는 배명훈 작가의 심사평이 주목을 받았다.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한 신예 김초엽 작가의 충격적인 등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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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책: 페미북살롱이 꼽은 페미니즘 도서 다섯 권

주연

1.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 |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는 페미북살롱의 첫 주차 때 함께 읽은 책이다. 온라인 여성혐오의 시작, OO녀의 기원, 학내 페미니즘 문제, 혐오의 작동방식, 성소수자 운동 등 비교적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여섯 명의 필자들의 서로 다른 이슈에 대한 깊은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동시대-한국 페미니즘에 대한 다면적 이해가 가능하다. 특히 페미북살롱에서는 생물학적 ‘여성' 혐오 뿐 아니라 ‘성소수자' 혐오까지 다루는 이 책을 통해 혐오 양상에 대한 논의를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다. 최근 페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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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발견 9. 레즈비언이 사랑하는 법

조은혜

천희란 작가가 쓴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현대문학>> 2016년 11월호에 수록됐던 작품이다.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7, 문학동네)>>에도 수록되었다. 주인공 ‘효주’는 ‘선생님’이라 불리우는 자신의 후견인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말하지 못 하고, 듣지 못 했던 지난날의 진실에 다가간다. 10대 때는 지금보다 더 사람의 감정에 관심이 많았다. 추상적이고, 언어화할 수 없는 것을 활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 책을 보면 더 열심히 읽었다. 몇 번씩 읽었다.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건 노희경 작가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이다. 내가 좋아하던 부분은 노희경이 첫사랑에게 바치는 20년 후의 편지였다. 제목은 “버려줘서 고맙다”였다.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중략)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 비린 스무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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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올해 내가 열렬히 사랑한 페미니스트 서사

오혜진

바야흐로 ‘올해의 ○○’ 계절이다. 유수의 명망인과 기관들이 올해 발표된 문화예술 콘텐츠 ‘BEST ××’을 발표한다. 당연히 불만은 있다. 어떤 텍스트가 감동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온전히 텍스트 그 자체의 힘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그 힘의 절반은 그것을 접하는 향유자의 상황과 맥락에 기대 있다.&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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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발견 5. 릴리야 다 죽여

조은혜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노진선 역, 푸른숲)>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을 읽으실 분들은 유의 바랍니다.  * 피터 스완슨이 쓴 <죽여 마땅한 사람들(노진선 역, 푸른숲)>은 주인공 릴리가 사람들을 살해하는 이야기이다. 한 번 책을 펼치면 덮지 못 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서 릴리는 냉정함과 이성을 유지하며 치밀하게 사람을 죽인다. 사이코패스 혹은 심판자의 모습을 한 릴리를 통해 서사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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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하는 상냥한 정대현들에게

유희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수년간 친밀함을 공유해온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다. 안다, 당신에게 악의는 없단 사실을. ‘사랑’과 ‘책임’이면 관계가 온전하게 안정되리라고 믿었으리란 것도. 사랑과 책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너무 쉽게 속단했음을, 우리 둘 다 늦게서야 깨달았다. 그러니까, 사랑하고 책임을 지려면 우리는 동등해야 했다. 사랑하고 책임을 지려면 우리는 비슷한 만큼의 노동과 감정을 관계에 쏟아부어야 했다. 사랑해서, 정이 들어서, 믿어서 함께하기로 했던 것이므로, 이제 와서 터져 나온 이런 이야기가 당신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안다. 나의 입장에 서보려고, 나의 말을 이해해 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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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북클럽& 살롱: 2. 보이지 않는 여성

주연

“난 2010년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88만원 세대>출간(2008) 이후 완전히 ‘청년 담론’의 홍수 속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청년 담론'의 ‘청년’은 ‘남성 청년’ 이었다. 아무도 ‘여성 청년’으로서의 나를 대변해주지는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건 내 언어가 아니구나’.” "교과서의 문학 작품들을 생각해 봐도, 죄다 남성 작가다. 그러니 문학 속에 '남성 작가'가 상상하는 여성, '남성 작가'가 상상하는 여성만 있다.": ‘청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여성 청년' 한국의 ‘청년’은 괄호로 남성을 생략한 ‘(남성)청년'으로 쓰인다. 그래서 여성 청년에게는 그를 대변할 사람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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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은 새로운 시작이다

김고연주

『이갈리아의 딸들』은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저서다. 1977년에 출판되었으니 이제 40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은 40년 동안 줄곧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는 책의 내용이 그 정도로 전복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현실의 변화가 지난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1996년에 출판된 이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갈리아의 딸들』이 새롭게 부상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이 2015년에 등장한 ‘메갈리아’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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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7. 다섯 권의 경제 선생님들 비교하기

신한슬

<서바이벌 생활경제> 연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의무교육을 다 받고 4년제 대학까지 나오는 동안 아무도 나에게 기본적인 생활 경제 상식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도, 부모님도, 매체도. 아무래도 이런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1인 가구, 특히 여성을 청자로 한 경제 관련 서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서적이 너무 많은 나머지 뭘 사서 읽어야 될 지 몰라 각종 도서 구매 사이트의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던 내 친구 L은 이렇게 감상평을 말했다. “완전 양극화된 시장이야. 어떤 건 완전 자린고비 생활을 추천하고, 어떤 건 상당히 여유로운 입장에서 쓴 거 같아.” 저축,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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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SF 읽기 3.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해망재

SF(Science Fiction)는 남성이 쓰고, 읽고, 향유하는 남성의 장르일까? 아니다! 여성이 쓰고, 여성이 읽고, 여성이 향유한다. 어떤 작가의 어떤 이야기를 오늘은 읽어 볼까, 외롭게 덕질하던 SF 팬들에게 좋은 SF를 골라 추천한다. 앤솔로지라는 것은 한국 SF 작가들의 단편을 만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형태 중 하나다. SF를 출간하는 출판사 자체도 적고, 독자의 수도 많지 않다보니, 손에 꼽을 만한 어지간한 인기 작가가 아닌 이상 장편을 출간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작가들은 적은 지면이나마 확보할 수 있는 단편을 많이 집필해 왔다. 그리고 그런 단편들은 특정 작가의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보다는, 어떤 주제 아래 한데 묶여 ‘앤솔로지’ 형태로 출판되곤 했다. 물론 작가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편집을 내고 싶은 욕심이 크겠지만, 앤솔로지 형태만의 장점이 있다. 독자에게 '이렇게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놓았으면 한 명쯤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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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발견 4. 꼬추의 발광

조은혜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작품, <층>은 한 여자와 남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이지만, 독자는 여자 주인공 예연을 통해 일상에 만연한 남성들의 폭력성을 마주하게 된다. 예연 앞에 놓인 상황들은 현실의 여성들이 겪는 상황들과 꼭 닮아있다. 소설 속 예연의 선택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 얘기해봤다. 미드 <굿 와이프(The Good Wife)>의 마지막 시즌인 시즌 7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계단을 오르던 남자와 내려가던 여자가 부딪친다. 아주 우연히 발생한 사건일 뿐 두 사람 모두에게 악의는 없었다. 어느 쪽도 다치지 않았다. 들고 있던 커피가 쏟아지지도 않았다. 신발이 더러워지지도 않았다. 가방을 놓쳐 별 별 잡동사니가 계단에 널부러지지도 않았다. 정말 단순한 해프닝일 뿐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바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보며 말한다. “조심해요!” 이런 경우, 많은 수의 여성은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인다. 특히 상대가 남성이라면 더욱 그렇게 된다. 남성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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