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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탈혼기 5. 나가 계시라고 할까요?

Jane Doe

그 상황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때 누구라도 엉망이 되어버린 집 모양을 보고 이 상황을 알아차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쓰러졌다는 사실에 집중했을 뿐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없어보였다. 난생 처음 들것에 올려졌다. 주변에 다행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나를 알아볼까 두려워 몸을 바짝 웅크렸다. 그 모습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며 내게 물었다. “괜찮아요? 많이 아픈가봐요.” 우습게도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 깊이 몸을 웅크렸다. 마침내 들것에 눕혀진 내가 구급차에 올랐다. 제발 나는 나 혼자만 구급차에 타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보호자’인 B를 나와 함...

A의 탈혼기 6. 탈혼을 결심하다

Jane Doe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한참 아이를 돌보다 시계를 보면 완벽히 생소한 숫자가 보였다. 갓 태어난 아이는 좀처럼 시간을 맞춰 잠을 자지 않는다. 당연히 아이를 보는 나 역시 시도 때도 없이 깨어있어야 한다. 아기가 잠시 잠에 들면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A의 탈혼기 7. 내 잘못이 아니었다

Jane Doe

그래도 내가 그때까지 그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적어도 한 가지 위안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나는 B에게 맞지 않았다. B는 내 손목을 잡고, 억지로 나를 꽉 안아 일어나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고, 물건을 집어던진 적도 있었고, 나를 협박한 적도 있었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고, 자살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적어도 B는 나를 때리지는 않았다. 그때 폭력이라는 것이 상대를 때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인지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겨우 아이가 태어난 뒤에야 깨달았다. B의 행동이 아이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야 나는 그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A의 탈혼기 8. 위자료를 받기 위해 결혼한 여자

Jane Doe

석 달 뒤 나는 다시 B와 함께 관할 지방법원에서 만나야 했다. 나는 법원에서 보내온 문자가 알려준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사람들은 붐볐고 언뜻 보기에는 어수선했지만 이 모든 일들은 규칙이 있었다. 마치 대학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곁눈질로 이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혹시라도 오늘 마음이 바뀐 B가 이 자리에 오지 않을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아직 B는 오지 않았다. 원래 일찍 오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려 애썼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설마 마음이 바뀐 것은 아닐까. 혹시 이 일을 까먹은 것은 아닐까. 나는 계속 문을 보고 앉아있었다. 한참 뒤...

A의 탈혼기 마지막. 별일 없이 산다

Jane Doe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각각의 다른 문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외침들은 다행히도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어쩐지 이 곳에 있는 자신이 상당히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내 등 뒤로 놓인 조정실에서는 나 없이 그 사건에 대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B는 아마도 그의 변호사와 함께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내 변호사와 위자료 금액을 놓고 다툴 것이다. ‘나 대체 여기 왜 온 거지?’ 이 사건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피해를 보상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하지만 나는 내 고통을 읍소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피해자의 모습이 되어야 했다. 내게는 항변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

무거운 여자가 되면 12. 망혼의 끝

김현진

나는 전남편을 피해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전남편은 회계 담당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예산을 집행한다 해도 최종 검수를 위해서 늘 그를 마주쳐야 했다. 그 때마다 그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그걸 진정시킬 때까지 손이 덜덜 떨렸다.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마지막 개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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