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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애인과 살고 있습니다 1. 내 사랑이 불편한가요?

승은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떴다. 평소에 각종 연체를 달고 사는 나는 습관적으로 모르는 전화번호를 피하는 편이다. 잠시 망설였지만 적어도 밤 11시에 독촉 전화가 오진 않겠지 싶어서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퐁~ 나야. 잘 지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았다. 이십대 초반에 인권캠프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너구리. 내가 번호가 바뀌었냐고 묻자 너구리는 어떻게 번호도 모르냐고 서운한 내색을 보였다. 몇 년 만에 걸려온 야밤 전화가 반가워서 끊임없이 그간의 근황을 나눴다. “나 두 달 뒤에 결혼해 퐁. 결혼식은 가족들과 조촐하게 할 거야. 혹시라도 축의금 걷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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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퀴어 3. '남자친구'

[웹진 쪽] 무지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가 불편하고 거슬리는 것은 소수자가 겪는 일들 중 하나일 것이다. 매끄럽게 흐르던 대화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단어들이 이 생각 저 생각을 이끌고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검열하게 한다. 요즘 들어 더 생각하게 된 단어가 있는데,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줄여서 남친, 여친)’다. 성적지향을 인식하지 못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지만 여성 애인이 생기는 순간 쓸 수 없는 단어가 됐다. 이성애자만이 남자/여자친구를 연인을 뜻하는 말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이성애는 너무도 일상적이고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남자/여자친구 대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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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퀴어 2. 젠더와 사랑

[웹진 쪽] 무지

누군가와 있으면 자연스럽게 감정을 갖는다. 좋다, 싫다, 별로다, 아무 느낌 없다, 매력적이다 등등.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호감이 생긴다. 호감은 꾸며낸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매력을 억지로 뽐낸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내 안의 스위치를 눌러 불이 들어오는 것에 가깝다. 물론 다른 이도 호감이 생길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이 결정적일 것이다. 상대방도 나를 매력적으로 보고 호감을 느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서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점차 서로에게 빠져든다.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지만 극복하며 다가간다. 사귀자고 고백하기도 전에 이미 연인이라는 것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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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퀴어 1. 나는 퀴어입니다

[웹진 쪽] 무지

나는 퀴어다. 이성애를 벗어난 섹슈얼리티를 실천하고 있는 퀴어다. 나에게 섹슈얼리티는 누군가와 애욕을 포함한 사랑하는 감정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 지향 말이다. 따라서 이성애를 벗어난 섹슈얼리티라는 말은 상대방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다. 이십대 중반까지 나는 내가 이성애자인줄 알았다. 각성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가 필요했다. 첫 번째로 남성이 아닌 다른 성별의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했다. 한국 사회는 에로스적 사랑이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만 가능하며 동성이나 그 외의 관계는 ‘극소수’라고 가르쳤기에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애욕을 포함한 좋아하는 감정은 남성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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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정치 탐구 일지 3. 연애, 실패

[웹진 쪽] 홍혜은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하게 보세요! 오늘도 먹고 살기는 바쁘다. 오전 일찍부터 과외를 하고 원고를 쓰려고 카페에 들어 와 앉았다. 다른 원고 하나를 마무리해서 보내고,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붙잡고 이 원고 아이디어 메모를 붙잡고 있는데 바짝 붙은 옆자리에 커플이 들어와 앉았다. 둘의 대화가 너무 시끄러워서 이어폰을 끼고 원고 작업을 계속 하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이어폰을 안 가지고 왔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둘의 대화를 듣고 앉아 있었다. 여자는 하이힐을 신고 왔는데, 앉자 마자 발이 너무 아프다며 올리브영에 가서 신발에 붙이는 패드를 사다 달랬다. 남자는 “누가 그런 신발을 신고 오래?” 했지만 선뜻 카페 밖까지 나갔다 왔다. 이후 둘은 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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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아모 쿠바 시즌 투 8. 쿠바의 연인, 나오미와 O의 러브스토리

나오미

* 경고! 이 글은 나오미의 이성애 연애담이 중심 내용이라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실제 일어났던 일이며 소설이 아님을 밝힙니다. 참고 바랍니다.   <떼아모 쿠바 시즌 투>에서는 쿠바 여행 정보에 초점을 맞추었던 첫 번째 시즌과 달리, 쿠바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위주로 '썰'을 풀고 있다. 그러다보니 계속 등장하는 나의 연인 O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 그 역사를 풀어보았다. 남의 연애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면 미리 사과드린다. 일러스트 이민 ...

떼아모 쿠바 시즌 투 7. 최고의 키스, 최악의 키스

나오미

* 경고! 이 글은 노골적인 이성애 묘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달콤쌉싸름한 기억속으로 오늘은 왠지 좀 후끈 달아오르고 싶은 날이다. 요망한 PMS(premenstrual syndrome, 월경전증후군) 영향으로 사료된다. 그리하여 오늘의 주제는 나의 무드에 따라 '키스'로 정했다. 나는 키스라는 단어만 봐도 설렌다. 키스를 나눌 때 느껴지는 상대의 뜨거운 숨결과 호흡이 좋다. 내 인생의 첫 키스는 곰돌이 같았던 전 남자친구의 이미지마냥 귀여웠다. 현재 남자친구 O군과의 첫키스는 불에 닿은 듯 뜨거웠다. 자고로 키스궁합이 좋아야 연애궁합도 잘 맞는 법. O군과의 이야기는 다음 회로 미루고, 오늘은 특별히 쿠바에서 있었던 내 인생 최고의 키스 그리고 최악의 키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한다. 내 인생 최고의 키스 일러스트 이민 O군에게 미안하지만 내 인생 최고의 키스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다. 때는 2013년. 쿠바답지 않게 밤공기가 쌀쌀한 어느 3월이었다. 발코니에서 모카포트에 내린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던 중, 셰어하우스 멤버 M이 말문을 열었다. "이 바람은 왠지 야외클럽에서 남자와 함께 진하게 바차타를 땡기고 싶게 만드는 그런 유혹적인 바람이구나. 자기들아. 우리 오늘 1830 살사 클럽 갈까?" 우리는 그의 제안에 콜! 말고 다른 대답을 해 본 적이 없...

기꺼이 프로불편러 3. 한남의 연애

[웹진 쪽] 화랑관장

<웹진 쪽> 의 콘텐츠, <핀치>에서도 편히 만나보세요! <기꺼이 프로불편러>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래서 정치적인 일상속 가부장제의 허세를 가볍게 비트는 이야기.   김해 공항에 오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서울-부산 장거리로 사 개월 정도를 만났는데 그런 연애는 또 없을 예정이다. 그날은 내가 부산으로 데이트를 하러 간 날이었다. 기차역으로 마중 나온 그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김해 공항 근처로 날 데려갔다. 억새가 듬성듬성한 허허벌판이었는데 착륙하는 여객기가 머리 위로 지나다녔다. 어둑어둑한 들판 위로 비행기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는 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 저기 비행기가 온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속으로 '그래 비행기가 오네' 했지만 들뜬 시늉을 했다. 예상한 대로 비행기는 불나방처럼 날아들어 활주로를 향해 부지불식간 지나갔다. 굉음과 함께 몸체가 손에 닿을 듯 하강하는 모습을 그토록 가까이 볼 기회는 다시 없으리라. 놀랍게도 감흥이 일지 않았지만 그저 그런 상기된 연애 행위와 달뜬 감정이 만족스러웠다. 그 시기엔 굳이 비행기 아니라 나는 새를 보고도 오두방정을 떨 수 있었을 테다. 일러스트 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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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프로불편러 1. 좆의 신화

[웹진 쪽] 화랑관장

<웹진 쪽> 의 콘텐츠, <핀치>에서도 편히 만나보세요!  <기꺼이 프로불편러>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래서 정치적인 일상속 가부장제의 허세를 가볍게 비트는 이야기.   막 성에 눈을 뜬 사람 마냥 지나가는 바지춤만 봐도 침을 꼴깍 삼킬 만큼 성적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그 화력을 키운 마른 장작 같은 한 사내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길쭉하고 말라서 흡사 마른 장작 같았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나는 속으로 그의 물건을 추앙해 마지않았다. 그것은 단연코 그의 신체 중 가장 덜 마른 장작스러운 것이었다.  그 역시 경험적으로 자신의 물건이 값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앞으로 결코 다른 사람과의 잠자리를 만족하기 어려울 거라며 저주에 가까운 허풍을 떨었다.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그도 별 수 없는 ‘한국 남자’였다. 마른 장작의 좆부심은 나름 일리가 있었다는 게 뒤이어 만난 한 사람을 통해 드러났다. 피넛 일러스트 이민 막 성에 눈을 뜬 사람 마냥 지나가는 바지춤만 봐도 침을 꼴깍 삼킬 만큼 성적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그 화력을 키운 마른 장작 같은 한 사내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길쭉하고 말라서 흡사 마른 장작 같았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나는 속으로 그의 물건을 추앙해 마지않았다. 그것은 단연코 그의 신체 중 가장 덜 마른 장작스러운 것이었다. 그 역시 경험적으로 자신의 물건이 값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앞으로 결코 다른 사람과의 잠자리를 만족하기 어려울 거라며 저주에 가까운 허풍을 떨었다.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그도 별 수 없는 ‘한국 남자’였다. 마른 장작의 좆부심은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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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여자가 되면 3. '쿨한 개념녀'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

김현진

내가 외모를, 특히 몸매를 가부장적 사회의 기준을 아예 뺨을 후려칠 수 있도록 이를 악물고 관리했던 행위는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20대 시절에 절정에 달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의 모먼트가 그때도 있었다면 조금은 그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00년대에 20대가 된 여성들은 그 당시 등장해 마치 역병처럼 창궐하며 어떤 남성들이 요즘도 혐오의 대상을 찾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된장녀’라는 단어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3040 여성들은 ‘된장녀’ ‘김치녀’로 찍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남성들이 선심 쓰듯 하사하는 ‘개념녀’라는 인증이 반갑지도 않아 이중으로 괴로웠다....

TV 언박싱 3. 우리는 곽정은이 필요하다

이자연

시작은 칠포였다.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빠듯해서 연애나 결혼을 포함한 일곱 가지 사항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포기한다기 보다는, 포기 ‘된다’고 표현하는 편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페미니즘의 부상 이후, 많은 여성들이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타의에 의한 포기가 아닌, 가부장제에서 벗어나려는 주체적인 선택의 결과였다. 연애와 결혼에 회의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연애에 관한 프로그램도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성 앞에서 자연스럽게 성적 어필을 하는 법이라던가, 유연하게 내 민낯을 가리는 법, 남녀의 본심을 해석하는 법 등 일명 연애학 개론이 영 지루하기만 했다. 주 시청층인 2030 세대가 이제...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그리고 로맨틱하게

유의미

결국, 왕자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릴 때 읽은 동화는 모두 그렇게 끝났다. 나중에는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산다.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던 신데렐라는 파티에서 왕자님을 만나 팔자를 폈고,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도 왕자의 키스로 목숨을 구한다. 아, 인어공주는 이웃 나라 왕자님을 사랑하다 물거품이 됐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들에게는 모두 왕자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교롭게도 다들 이성애자였나보다. 동화뿐만이 아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모두 남자를 사랑했다. 노래 가사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소설에서도 심지어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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