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동반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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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동반자법>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동반생활일지 7. 생활동반자법은 시대정신

백희원

때로 직관이 먼저 일을 한다. 슬슬 2018년이라는 말이 입에 붙기 시작하던 늦겨울에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한 달 뒤에는 그 아래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이 두 문장으로 인해 BIYN(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여성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 멤버를 중심으로 다섯 명이 모여 ‘보스턴피플’팀을 만들었다. 보스턴피플이라는 이름은 회원 김주온이 19세기 미국에서 함께 사는 여성들의 관계를 “보스턴결혼”이라고 불렀던 데에서 따와 지었다. 막상 주온은 빼고 네 사람이 만나 봄에 맛있는 식사를 하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그 전에 긴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

결혼고발 에필로그. 며느리도 아내도 아닌 나의 세상을 꿈꾸며

사월날씨

결혼한 지 두 달쯤 지났을까 싶은 어느 날, 나는 별안간 집에 있던 노트를 아무렇게나 펼쳤다. 그리고는 생각나는 모든 걸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무지 소화되지 않던 것을 울컥 토해내는 심정으로 정신없이 써 내려갔다. 어느샌가 심장 깊숙이 잔뜩 꽂혀있는 말들을 하나하나 종이 위에 꺼냈다.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며느리로서 시가에서 받은 부당하고 모멸적인 대우와 며느리의 위치를 똑똑히 알려주던 일상의 말들을 모두. 결코 ‘막장 시가’는 아니라서 호들갑 떨 만한 일도 아니고, 내 얘기를 듣는 이도 “아이고, 그렇구나”, “어휴, 그렇지 뭐”하고 눈썹 한 번 내린 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테지만, 내게는 분명코 영혼을 상하게...

동반생활일지 6. 맞춤형 가족의 시대

백희원

아주 가까이에서 여자친구의 눈을 들여다봤던 적이 있다. 해질 녘의 눈부신 햇빛 때문에 한층 더 연해보였던 갈색 눈동자는 언제나 또렷한 심상으로 떠오른다. 나는 작년까지 그 부드러운 질감의 연애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헤어질 때 비겁하게 굴었던 스스로를 외면하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동성과의 연애 경험이 있다는 걸 숨기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벨기에였던가. 나중에 동성결혼이 합법인 나라에 가서 살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을 때 마음 속에 떠올랐던 당혹감도 생각난다. 이별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우리 둘 다 좀 먼 미래엔 남자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희미하게 스쳤던 것 같다. 여성 둘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게 단지...

동반생활일지 4.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될 때 사라져야 할 것들

백희원

결혼을 삶의 선택지에서 제거하면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지워버린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었다. 임신과 출산, 양육. 국가에서 아무리 출산력 지표를 만들고 나를 가임기의 자궁으로 보아도, 출산과 육아는 내게 완전히 비현실 이다. 결혼의 기미도 없는 딸에게 갑자기 손주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는 아빠에게 화도 안났던 것은 너무 터무니 없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손주라니. 그게 무슨 소리람. 코로 웃어 넘기는 내 옆에서 아기라면 껌벅죽는 엄마도 손사래를 쳤다. 나는 서울에서 친구와 둘이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월급을 받아서 월세를 낸다. 내가 나를 먹이고 입히고 기르는 이 일인분의 경제에 아...

동반생활일지 3. 아파트에는 왜 꼭 안방이 있을까

백희원

문제는 집이다. 얼마 전에 지역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여성 비혼공동체 멤버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가장 답을 구하고 싶었던 것은 솔직히 주거안정 문제였다. ‘집은 어떻게 하셨나요?!’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렸는지 강연 중에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초지종을 들으며 나는 ‘역시나’, ‘이럴 수가’, ‘부럽다’가 섞인 복잡 미묘한 탄식을 조그맣게 내뱉고 말았다. 살고 있던 지역에 거주기간 50년이 보장되는 반영구 공공임대주택이 생겼고 비혼 멤버 중 한 사람이 신청해서 입주했다. 직접 들어가보니 다른 멤버들도 입주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 결과 한 명씩 같은 아파트단지에 들어와 모두 가까이 모여 살 수 있게 되었다. 월...

동반생활일지 2. 함께하면 더 나은 자립

백희원

나는 독립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이 자유를 획득하면 불안이라는 값비싼 청구서가 끝없이 날아온다. 지난해 1인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의 비중이 82.5%로 가장 많이 나온 집단은 30대 초반 여성이었다.(2017 한국 1인가구 보고서, KB금융경영연구소) 이 설문에서는 모든 세대에 걸쳐 여성 1인가구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높게 나왔지만, 또 한 편에는 서울에 사는 2-30대 1인가구 여성의 절반이 주거비와 치안으로 인한 불안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보도기사가 있다.(서울여성가족재단, 2016) 통계에 드러나는 여성 1인가구의 이 양면적인 모습에 나는 완전히 공감할 수 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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