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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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퀴어

<가정폭력>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서바이벌 게임: 귀인 이론

진영

작년 9월, 암스테르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서바이벌 게임>의 첫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냈다. 일주일짜리 여행자용 패스를 내고 트램에 올라타 읽을 줄도 모르는 글자들을 눈으로 더듬어 내릴 역을 찾았고, 카운터에 섰을 때만 영어를 조금 말하며 일주일을 살았다. 이런 곳을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상상 같은 것은 조금도 하지 않았고, 대신 ‘유럽에 출장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멋진 나’에 취해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암스테르담 시내의 오래된 길바닥을 걸어다녔다. 주말에는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가서 발레 공연을 보았다. 길거리 음식점에서 산 태국식 치킨 요리가 맛없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n...

서바이벌 게임: 시지프스의 바위

진영

지난 봄 어머니와 간간이 전화 통화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아오다 날이 더워질 즈음부터 일절 연락을 받지 않았더니 곧이어 협박장이 도착했다. 자꾸 그렇게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지난 번처럼 회사나 집으로 무작정 찾아가겠다는 거였다. 나 때문에 잠을 잘 수 없고 우울증과 불면증에 걸렸다며, 나만 마음을 고쳐 먹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완벽해진다는 메세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바이벌 게임: 비정상 가정

진영

초대형 철광석 운반선인 스텔라데이지호가 지난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 침몰했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 24명 가운데 2명만 구조됐다. 원양어선을 타던 큰아버지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뒀다. 나의 사촌들은 항상 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덜 들었으며 용돈도 후하게 받고, 뭘 잘못했다고 해서 얻어맞지도 않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았다. 지금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촌들이 평균보다 특별히 관대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당시 어린 내 눈에는 그래 보였다. 내가 받는 대접이 부당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부러움만 삼켰던 모양이다. 가끔 큰아버지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늘 양손...

서바이벌 게임: 독립

진영

<서바이벌 게임>의 연재를 시작한 이후 종종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쪽지를 받는다.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연령대의 여성들이 보낸 쪽지다. 부모로부터 현재진행형의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래도 따로 나와 살면 좀 나을 것 같아요. 혼자 사시는 진영님이 부러워요."라고 나에게 말한다. 나는 이들의 고통을 아니까, 구해 주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하지만 선생님 (지난 회차 참조) 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때릴 준비가 된 부모가 몽둥이를 쥐고 서 있을 집에 들어갈 때는 맞을 용기가 필요하다. 이건 어지간해서는 이골이 나지도 않는다. 어둑한 아파트 단지를 올려다보며 심장은 두근두근, 차가운...

서바이벌 게임: 선생님 (2)

진영

잠을 못 자겠다며 정신과를 찾아가서 매주 한 차례씩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며 지낸지 두어 달째. 주5일 출근하던 직장이 있었고 아기자기한 원룸에서 각각 여우같고 토끼같은 고양이를 두 마리나 모시고 있었는데도 나는 심심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무기력한 것이었지만 나는 내 상태를 몰랐다. 정 심심하면 이불에 붙은 고양이 털이나 떼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론 성에 안 차고, 사람을 만나긴 싫고(무섭고), 그런데 마침 주말에 특히 심심하니까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보자! 집 근처에 카페가 많으니까 카페 알바를 하면 될 거야! 나는 씩씩해! 이러면서 주중에도 출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비교적 건강한 사고를 하게 된 지금은 이 스케...

당사자로 산다는 것 3. 인생_수정_최종수정_마지막_진짜마지막

삐삐

‘한낮의 우울’을 쓴 앤드류 솔로몬의 우울증 관련 TED 강연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자신이 우울증 상태라면, 회색베일 속에서 부정적 생각으로 흐려진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을 가리고 있던 행복의 베일이 벗겨져서 진짜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여기죠.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생명체를 없애야 한다고 믿는 정신분열증 환자라면 오히려 치료가 쉽습니다. 그렇지만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보는 것이 진실이라 믿기 때문에 치료가 더 어렵습니다. 진실도 거짓말을 합니다. 나도 비슷했다. 이 세상은 너무나 힘든 일들로 가득하고 그걸 견디면서 살기엔 너무 괴로우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단 생...

서바이벌 게임: 선생님 (1)

진영

5화 <대화> 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선생님이 의원을 이전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글이 발행될 때쯤이면 의원은 이사가 끝난 후겠다. 어쩌다 알게 되어 찾아간 정신과 전문의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 가족 갈등의 끝에는 무엇이 있나요? 선생님: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습니까? 나: 힐링책 보니까 용서를 해야 치유가 된다던데요. 선생님: 그 이론은 예전 한때… 하여간 지금은 유행이 끝났습니다 . 이런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2년여를 드나들었던, 나중에도 여차하면 달려가리라고 생각했던 낡은 건물 구석의 작고 창문도 없던 방이 이제 세상에 없는 게 사실은 조금 섭섭하다. 하지만 선생님은 "섭섭... 네 그런데 저기 진영님,...

당사자로 산다는 것 2. 페미니즘 안경

삐삐

과거 1 : 초등학교 입학 후 ‘경도비만’ 판정을 받았다. 가해자는 내가 냉장고를 여는 횟수를 세기 시작했고, 새벽에 나를 깨워 집 근처 하천을 숨이 차도록 뛰게 하고 나서 학교에 보냈다. ‘여자는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관리를 시작했지만 중고등학교 때 다시 살이 쪘고, 나는 그 살을 빼기 위해 굶고 운동을 하다가 하루 몰아 폭식을 하는 잘못된 습관에 빠져 한동안 고생했다. 오래 전, 학교 선배가 여성학 동아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는 ‘너도 들어올래?’ 물었지만 그 때만 해도 ‘여성학’이 뭔지도 모르고 무지했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다. 선배는 동아리 방에서 자유롭게 과제도 하고 잠도 자고 수다도 떤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학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게 더 궁금했는데....

서바이벌 게임: 플래시백

진영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 해 마무리를 앞둔 어느 날 일이다. 퇴근해서 집 앞에 도착해 보니 현관 앞에 또 그게 놓여 있었다. 군데군데 벌건 얼룩이 묻은 하얀 스티로폼 박스다. 내 삶이 스릴러 영화라면 이 스티로폼 박스 안에는 전체에 속해 있어야만 하는 것의 일부가 들어있겠지. 하지만 내 인생에는 공포 요소가 덜하고 짜증 요소가 많다. 박스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감싸고 다리에 힘을 줘 들어올린 다음 아슬아슬한 포즈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월세살이이기는 하나 내 집, 나 말고 아무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 스티로폼 상자의 존재만 이물질 같다. 사실 이건 그냥 어머니가 보내온 김장 김치다. <퍼...

서바이벌 게임: 대화

진영

1. 이상한 아버지와 나쁜 어머니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하는 결심을 한 뒤, 가족과 소원하게 지내는 데에 성공한 지인들에게 조심스럽게 그 비결을 물었다. 지인1: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완전 지옥이었죠. 따로 떨어져 사니까 자연스럽게 애틋해지던데요? (나: 저희 어머니는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제 자취방 냉장고 검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지인2: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냥 연락 안 하니까 자연스럽게 내버려두시던데요? (나: 저희 아버지는 제가 전화를 안 받으면 회사 대표번호로 전화해서 저를 찾는 사람입니다.) 지인3: 결혼하기 전에는 다 그래요! 결혼하고 나니까 아주 편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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