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처음이라서 얼마 전 남동생이 내 딸이 SNS하는 거 아냐며 링크를 보내주었다. 딸의 뒤를 파헤치는 것 같은 죄책감을 뒤로 하고 클릭한 SNS에는 딸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감, 친구들과 떠난 여행 사진, 그 외에도 내가 알지 못하던 이야기로 가득했다. 말 그대로 온 몸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상상해본 적도 없는 딸의 모습을 보니 낯설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나 딸을 몰랐던가, 우리는 나름 대화가 많은 모녀지간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일종의 배신감 같은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왜 나한테 숨겼을까.
딸은 나에게 사소하고도 당연한 질문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애기 같고, 사회에서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강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마냥 불안할 때가 많았다. 그럴수록 나는 딸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자부했고, 내 딸이 그 비난 대상이 될 리는 없다고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혐오하고 비하를 하며 날린 화살들은 딸에게 향해 있었다. 내가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절대 틀릴 수 없는 생각이라고, 내가 잘못되었다고 고민해본 적도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며, 필터 없이 내뱉은 말들에 딸은 어떻게 반응 했던가 되짚어보았다. 딸은 별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은 생생하게 그 상황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그만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어쩌면 그들에겐 이기적으로, 내가 틀리다는 것들을 혐오하고 비난해왔던 것이다. 그러니 그 애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던 거겠지.
딸이 어느 순간 내 키를 따라잡은 만큼, 생각도, 행동도, 모든 게 나보다 앞서가 있었던 것 같다. 가끔은 딸이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벅차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니까 바로 오늘 같은 날에 말이다. 아니 내 멋대로 한계선을 짓고, 색안경을 껴서 딸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가.
아, 나는 딸이 기대기엔 부실한 엄마일지도.
딸에게 언제부터 이런 일을 하게 된 거냐 그 애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모른 척 넘어가야 할지, 그렇구나 너도 엄마에게만큼은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겠다 이해한다고 해줘야 할지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다른 엄마들은 이런 걱정 안 하나, 내가 훌륭한 엄마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엄마로서 잘한 일인지 알려주는 사람이라도 있음 좋겠다. 딸에게만큼은 완벽한 어른이고 싶고, 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왔는데, 흠 하나 없는 엄마가 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엄마로서 역할은 다 했다고, 남들에게 그 나이 때 애들은 다 그렇다고 걱정 말라며 여유를 부렸는데도,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게 많다. 여전히 나는 처음인 일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