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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이민갈까? 4. 차원이 다른 외로움

유의미

어느 날 마침내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즐거운 신혼여행을 마치던 날, 파트너는 떠나고 나는 뉴질랜드 땅에 남았다. 이민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각자 맡은 역할이 있으니 참아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행 비행기가 출발하던 그 순간, 나는 모든 게 막막해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사람과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세상에 없는 기분이 든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는 매일 꼭 붙어있지도 않았고, 바쁠 땐 겨우 통화만 할 때도 많았다. 그때랑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도 참 달랐다. 헤어진 것도 죽은 것도 아닌데도 곁에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프거나 힘들어도 절대로 당장 달려와 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없는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

언니, 우리 이민갈까? 8. 내향인의 워킹 홀리데이

유의미

애인과 함께 뉴질랜드에 살기로 했다. 결정은 했지만 둘 다 외국에 살아본 적이 없어 그게 가능할지 짐작이 잘 안 됐다. 거처를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우리가 하면 할 수 있을지, 거기서 과연 살 수 있을지 탐색해볼 단계가 필요했다. 그 첫 단계가 바로 나의 워킹 홀리데이였다....

언니, 우리 이민갈까? 10. 뉴질랜드 현모양처 되기

유의미

내 꿈은 현모양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페미니스트가 가지기에 적합한 꿈은 아니지만,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의 나쁜 점은 뭘까? 다른 꿈을 지닌 여성이 사회적 억압과 비틀린 기대로 인해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만 갇혀서는 안 되겠지만, 나는 그런 여성이 아니다.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대단한 꿈이 없고, 노동에 애정과 열정이 없고,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중요하다. 어차피 어떤 일이든 하면서 살아갈 거라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성껏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

언니, 우리 이민갈까? 9. 처음 만나는 당연함

유의미

일러스트 이민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있다. 한국에 있다가 뉴질랜드로 오니까 그랬다. 세상에 당연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사람이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야 하는 것조차 당연하지 않다.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길에서는 물론 마트에서도 신발을 안 신고 다닌다. 뉴질랜드에서는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도 당연하지가 않다. 한 동료가 자기는 팔이 부러지지 않는 한 절대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 멋모르고 가벼운 감기 따위로 병원에 갔다가 터무니없는 액수의 병원비를 지급하고 나오자 그 말이 이해됐다. 내 상식으로는 집 안에 거미가 있으면 죽이든 쫓아내든 해야 하는데, 당시 함께 살던 네 명의...

언니, 우리 이민갈까? 12. 유토피아를 기대했다면

유의미

유토피아라는 국가의 궁극적 이념은 공익이 허용하는 한에서 시민들을 되도록 많은 시간 동안 육체적 노동에서 자유롭게 하며, 시민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정신적인 고양에 힘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이런 것에 인생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뉴질랜드에 살면서 외국 생활의 환상이 하나씩 부서졌다.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채 상상만으로 그렸던 모습은 실제와 달랐고, 예측하지 못했으니 준비도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삶을 꿈꾸며 희망을 갖는 것도 좋지만, 이민은 중대한 결정이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신중한 판단을 돕기 위해, 내가 가졌던 환상과 직접 경험한 현실을...

언니, 우리 이민갈까? 18. 뭐 해 먹고 살 거냐면

유의미

커튼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뜨거운 볕이 얼굴에 내리쬔다. 그 눈부신 열기에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조금 열고 커튼을 확 젖히면, 태양 빛이 방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진다. 함께 침대에 누워있던 고양이들은 신이 나서 한달음에 뛰어올라 창가에 앉는다. 저 뜨거운 태양 덕분에 뉴질랜드는 겨울에도 때때로 덥다. 물론 흐리고 비가 오는 종일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는 날도 있지만 말이다. 밤에는 차가워서 맨발로는 밟을 수도 없었던 거실도, 날이 밝으면 따뜻하게 데워진다. 시리얼, 요거트,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고양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채워준다. 틈틈이 던져 넣어둔 빨래가 꽤 쌓인 게 보이는 날에는 세제를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인간의 머리카락...

언니, 우리 이민갈까? 13. 새 보금자리와 타협하기

유의미

뉴질랜드에 가면 대도시인 오클랜드에 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고 온 건 거기까지였다. 서울 안에 서대문구가 있고 마포구가 있는 것처럼 오클랜드 안에도 타카푸나, 글렌필드, 폰손비 등 다양한 지역이 있는데 그 중 어디에 살지 결정한 적이 없었다. 직장도 학교도 이 나라에 아는 사람도 없으니 어디에 머무르든 상관이 없는데, 상관이 없으니까 오히려 막막했다....

언니, 우리 이민갈까? 14. 운전으로 주체성을 회복하다

유의미

보금자리를 찾을 때 여러 조건 중 하필 ‘위치’를 포기해서 생긴 어려움이 있다. 시티에서는 숙소에서 몇 걸음 가지 않아도 카페가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식당이 있었다. 이사 온 동네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 식당이 몇 개 있었지만, 카페라도 가려면 삼십 분쯤 걸어야 했고, 그 외엔 모두 그냥 길이고 집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공터’라는 단어가 늘 낯설고 궁금했다. 서울의 모든 곳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고 주변에서 빈 곳을 볼 수 없었다. 뉴질랜드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꽤 보인다. 책에 나왔던 공터란 이런 곳이었을까 생각한다. 여유로운 느낌도 들지만, 오히려 휑하고 쓸쓸해서 걸어 다니기 무서운 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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