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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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영문학자 11. '사이다'는 없다

숙희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마음 뿐만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뜨고 버텨야 하는 힘겨움이 몸에 켜켜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그 무게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나는 어느새 학교와 보스턴의 무게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힘겨움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계속 이 학교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의 전환, 보스턴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마음의 무게가 덜어졌다. 몸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억압에 무뎌지는 것, 그래서 자유를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가장 무섭다....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10. 졸업

한슈

2018년 6월, 나의 졸업식 날엔 언제나처럼 비가 왔다. 어떤 졸업식이든 졸업을 맞는 기분은 싱숭생숭하다. 특히나 다른 나라에서 하는 졸업식은 함께했던 친구들을 서로 약속하지 않는 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시간이 없었다 졸업이 다가오자,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비자(Visa)였다. 학생 비자 (trier 4 Visa)의 기한이 졸업식으로부터 4개월 후까지만 유효했고, 그 안에 일자리를 구해서 새로운 비자를 갱신하거나 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비자가 필요 없는 EU 학생들은 졸업하고 휴가를 가거나 집에 가서 몇 개월 쉬다가 돌아와서 일을 구하겠다고 다들...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9. '평범한' 인종차별

한슈

한국에서도 차별과 편견, 그리고 위협은 실재한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온 곳은 문화도 언어도 인종도 다른 이방인이 되었다. 눈에 띄게 다른 인종으로 산다는 건 외로운 일이며, 너무나 쉽게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던 글래스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길을 지나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니하오’라는 인사는 떠나올 때까지 익숙해질 수 없었고, 어디서 왔냐는 물음은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의 첫인사와도 같았다. 특히 내가 유학을 갔던 시기는 한창 북한의 핵 문제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라서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는 당연하게 북한, 김정은, 핵무기 이 세 단어가따라붙었다. 반복되는 질문에 남한과 북한...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2-2. 집을 찾는 대장정 (하)

한슈

네 번째 숙소로 짐을 옮기면서 늘 그랬듯 우버를 불렀는데, 우연히 두번째 숙소로 옮길 때 만났던 우버 기사님과 또 만났다. 캐리어가 많아서 기억하고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유였지만 아직도 집을 못 구한 거냐고 걱정과 함께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숙사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정말 못 찾으면 전화해보라고 기숙사 번호를 주셨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마지막 숙소에서는 정말 어디든 집을 찾아서 계약하겠다는 마음으로 또다시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글래스고 시내. 네 번째 숙소는 중동에서 오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아저씨의 에어비앤비, 학교 뒤쪽에 있는 주택가였다. 이 숙소에 체크인해서 늘 그렇듯 짐을 풀자마자 나...

이상한 나라의 영문학자 2. 도플갱어 매직

숙희

그래, 방금 A가 중요한 지적을 했지. 백인여자교수 S가 말했다. 마치 고요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아주 잠시 교실의 시간이 멈추었다. 방금 중요한 지적을 한 것은 A가 아니라 나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숨을 죽인 사이, 구식 창문형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교실을 채웠다. 누가 얘기 할래? 서로 눈치만 살피는 사이, 호명된 A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숙희가 얘기한 거야....

이상한 나라의 영문학자 1. 문학이론과 백인 남자의 저주

숙희

“너는 너무 조용해.” 박사과정을 시작한 첫 해에 내가 가장 자주 받은 피드백이다. 내게 이런 피드백을 가장 많이 준 것은, 별로 놀랍지 않게도 문학이론 수업을 담당한 남자 교수 J였다. 이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J는 백인이다. 분명히 하자면,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전의 나는 수업시간 동안 말이 많은 학생은 아니었다. 나는 쓸데없이 나서거나 주의를 내게로 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토론에 기여할 법한 건설적인 의견이나 타당한 의문이 없다면 굳이 진행 중인 논의에 끼어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것을 선호할 뿐이지, 하고싶은 말이 있거나 해야 할 발언이 있다면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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