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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이상한 나라의 영문학자 3. 백인스플레인과 공범자들

숙희

너는 너무 조용하고, “진짜” 영문학을 하는게 아니고, 학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가스라이팅에도 불구하고, 나는 박사과정 첫 해를 살아남았다. 학교 바깥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조차 편안히 쉬지 못하고 최악의 집주인과 하우스메이트로부터 살아남아야 했다. 보스턴으로 이사 간 첫 해, 한국에 체류 중인 채로 집을 구하느라 지역 평균보다 높은 렌트를 감수하고도 계약한 집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생겼다. 알고 보니 지역에서 악명이 높았던 집주인은 젊은 여자 셋인 나와 룸메이트들을 끊임없이 무시했다. 이사 당일까지 바로 윗집에서 진행 중이던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이사한 후에도 끊임없이 시설 문제가 생겼음에...

여자가 만든 여자 시즌 2 3. 머물 자리를 찾아서 : 나

꽈리

줌파 라히리에게 이름 외의 다른 수식어가 필요할까. 영국 런던의 뱅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한 줌파 라히리는 미국의 이민자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는 <축복받은 집>으로 오헨리문학상, 펜/헤밍웨이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각종 문학상과 베스트셀러 기록을 휩쓸었다. <내가 있는 곳>은 줌파 라히리가 산문집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책이 입은 옷>에 이어 처음으로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로 한국에는 2019년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줄거리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외롭지만 독립적인 사람이다. ‘나’는 줄곧 살아온 도시를 산책하...

다시 줍는 시 29. 여성의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2 : 김소연과 고통으로 삶의 중심에 다가가기

신나리

여성의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 고백하자면 나는 이 문장을 받아들이고 종이에 쓰기까지 긴 망설임의 시간을 보냈다. 가능하다면 여성과 고통을 멀리에 두고 싶었으니까. 서로 가장 먼 곳에 두 단어가 위치했으면, 하고 바랬으니까. 나는 여성을 고통과 연관된 존재로 생각하는 일이 여성을 고통에 종속시키고 여성을 피해자의 위치에 눌러 앉힐까봐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에 용기를 내보기로 한 것은 여기 두 명의 시인 때문이다. 박서원과 김소연. 두 사람의 목소리는 너무 가슴 아파서 외면하기가 불가능하고, 또 고통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글을 고통을 제외하고 설명하는 일은 거짓말 같았다. 그래서 써본다. “여성의 고통은...

다시 줍는 시 17. 풍경 사이를 가만히 걷다

신나리

얼마 전 무척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는 속으로 끝없이 되뇌었다.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건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문제의 원인을 외부 혹은 내부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그만둬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과 그로 인한 파장을 낱낱이 느끼며 괴롭고 슬픈 마음이 되는 것도 지금은 그만해야 해. 오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여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야 해. 그게 내가 살 길이다.’ 이번 기회로 나는 사람이 너무 고통스러우면 말을 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문제로부터 벗어나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칠 뿐. 또한 나의 위기 상황 대처 방식이 이전과...

다시 줍는 시 14. 미모사 곁에서

신나리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 놓는다. 나는 사랑했던 집단으로부터 배척과 적대를 당한 적이 있다. 대학 시절, 나는 친구를 돕기 위해 양성평등센터와 성폭력심의위원회의 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수차례 우리를 모욕했다. 이후 나는 우리를 공격하던 사람으로부터 명예훼손 죄로 형사 고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대학은 내게 여성학을 가르쳐주고 여성 연대란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해준 최초의 공간이었다. 그러한 대학에서조차 인간으로, 여성으로 보호와 존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 일로 나는 아주 큰 상처를 받았고 공동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다시 줍는 시 13. 우리를 괴롭히는 자는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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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12. "저 눈이 녹으면 흰 빛은 어디로 가는가"

신나리

두 이야기 친구 넷이 모여 ‘사라진 것들’에 대해 말을 나누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늘 또 슬리퍼를 사야 되네.” 1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어느 날 문득 퇴근해서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갈아 신으려고 보면 슬리퍼가 사라져 있다는 것이다. “한때 나도 시계가 자꾸 사라져서 힘들었거든.” 7이 1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7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1은 7의 등을 토닥여준다. “분명히 전날 밤 퇴근할 때 끼고 왔던 장갑이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려고 찾으면 없는 거야.” 장갑이라면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물건 아니냐고 친구들은 말하고, 5는 자신이 장갑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장갑이 저절로 ‘사라진 것’이라...

다시 줍는 시 11. 당신은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신나리

당신은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 느낌에 머물러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망상을 정말 많이 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망상이란 다른 관념과 다르게 1)본인이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2)경험과 논증이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는 것 3)내용이 비현실적인 것으로 모든 잘못된 판단을 의미하는 단어다. 낮에는 망상으로 밤에는 꿈으로 내 머릿속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다. 누군가 나를 부르면 내가 깜짝깜짝 놀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항상 거의 다른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나는 지난 연인에게 버림받았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줍는 시 9. 그녀(들)의 가능세계

신나리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지금은 기억에 없는 어떤 시절에 나는 누런 소파에 누워 젖병을 물고 있었다. 그곳은 한가로운 공기가 오가던 꽃집이었다. 어쩌다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했는데 아가인데도 울지 않고 가만히 엎어져 있어 신기했다고 한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되는대로 귀를 뚫어버리던 시절에 나는 누런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밀크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곳은 전화벨 소리가 바쁘게 울리던 꽃집이었다. “도대체 왜 꽃을 사는 거야? 허영과 사치를 선물하는 거야?”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집에나 가라고 말했다....

다시 줍는 시 7. 보리차가 끓는 시간, 언 발이 녹는 시간, 교차!

신나리

일상 나는 아침 8시 반에 일어난다. 눈을 뜨고 이불을 개고 책상 위에 놓인 위장약을 두 알 먹는다. 책상 위에는 어제 두었던 물 잔 하나. 거의 매일 나쁜 꿈을 꾸고, 깨어나도 꿈들이 선명한 경우가 많다. 휴대폰 메모장에 간밤의 악몽을 기록한다. 근래 내가 어떤 스트레스를 어떤 방식으로 받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 아침을 먹는다. 시리얼과 과일을 먹거나 현미밥에 인스턴트 김. 밥 먹고 바로 도시락을 싼다. 샌드위치나 유부초밥. 준비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가 책상에 앉는다. 뉴스도 보고 sns도 보면서 잠을 깬다. 욕실에 들어가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이 닦고 화장하고 옷 입고. 출근! 종일 글 읽거나 글 쓰거나 밥...

다시 줍는 시 5 - 기다림을 향하여, 친구를 위하여

신나리

<목련> 뭐해요? 없는 길 보고 있어요 그럼 눈이 많이 시리겠어요 예, 눈이 시려설랑 없는 세계가 보일 지경이에요 없는 세계는 없고 그 뒤안에는 나비들이 장만한 한 보따리 날개의 안개만 남았네요 예, 여적 그러고 있어요 길도 나비 날개의 안개 속으로 그 보따리 속으로 사라져버렸네요 한데 낮달의 말은 마음에 걸려 있어요 흰 손 위로 고여든 분홍의 고요 같아요 하냥 당신이 지면서 보낸 편지를 읽고 있어요 짧네요 편지, 그래서 섭섭하네요 예, 하지만 아직 본 적 없는 눈동자 같아서 이 절정의 오후는 떨리면서 칼이 되어가네요 뭐 해요? 예, 여적 그러고 있어요 목련, 가네요 - 허수경, <목련>,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50-51쪽. 햇수로 따지자면 벌써 시를 쓴 지 6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시를 읽고 쓰는 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소설을 좋아했다. 방학 때면 외할머니 댁에 가곤 했는데, 외할머니 댁의 끝방에는 삼촌의 서재가 있었다. 삼촌은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하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삼촌의 서재에서 정말 많은 책들을 읽고 놀았다. 그러다 삼촌이 돌아가...

다시 줍는 시 3 - 우리 다시 최승자부터 시작하자

신나리

<어떤 아침에는> 어떤 아침에는, 이 세계가 치유할 수 없이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또 어떤 아침에는, 내가 이 세계와 화해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내가 나를 버리고 손 발, 다리 팔, 모두 버리고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숨죽일 때 속절없이 다가오는 한 풍경. 속절없이 한 여자가 보리를 찧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보리를 찧고, 그 힘으로 지구가 돌고…… 시간의 사막 한가운데서 죽음이 홀로 나를 꿈꾸고 있다. (내가 나를 모독한 것일까, 이십 세기가 나를 모독한 것일까.) - 최승자, <어떤 아침에는>, 『기억의 집』, 문학과지성사, 1981, 20쪽. 나는 매일 아침 다르게 깨어난다. 어떤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왕창 울고, 어떤 아침에는 눈을 뜬 채로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근 1년 동안, 매일 아침 깨어나는 일은 가슴에 작은 절망들을 매다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아침을 위해서 잠들기 전 베개를 탁탁 치며 다짐의 말들을 한다. 좋은 꿈꾸게 해주세요, 내일 괜찮을 거야, 잘 할거야. 그러나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 꾹꾹 눌러 놓은 다짐의 말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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