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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새벽에 죽었습니다

신한슬

1월30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이름 없는 추모제 - 죽음에 이른 불법촬영 및 비동의유포 피해자를 기리며>가 열렸다. 주최측 추산 100~150명이 참석했다. 추모하는 시민들 대다수는 20대 여성이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요구안을 함께 낭독했다. 요구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 10년 간 웹하드 관리감독 방식을 정리하여 공개하고 분석해 반성적으로 성찰할 것, 웹하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온라인 성폭력을 관리감독할 전문적인 별도 기구를 설치할 것 등이 포함됐다. 이 날 추모제에서는 익명의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회원이 불법촬영과 동의하지 않은 유포로 친구를 잃었던 경험을 공개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사진 조아현 그 애는 2017년 8월 1X일 새벽에 죽었습니다. 나는 그 애가 웹하드에서 자신의 동영상을 발견한 후부터 자살하기까지 3개월간, 그 애가 거의 유일하게 만났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에 더는 안 되겠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과 동행해 그 애 자취방의 문을 따고 들어갔던 사람입니다. 구급차 안에서 그 애 핸드폰으로 부모를 부르고 그 애가 숨이 끊어진 순간 병원에 있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 애 장례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아직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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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구린 농담은 됐으니까 입 다물어, 여자가 웃긴다

이그리트

뮤지컬 <시카고>에서 내가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셀 블록 탱고도, '오, 우리 둘 다 총을 향해 손을 뻗었죠!'도 아닌 피날레다. 공연 내내 공간을 꽉 채우던 재즈 밴드도, 감옥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소품도 모두 금색 술로 무지막지하게 가려지고 번쩍이는 무대 위에 등장하는 것은 오직 벨마와 록시. 합을 맞춰 나란히 춤추는 둘은 오랜 시간 싸워 지켜낸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온 몸으로 말한다. 을지로의 바 '신도시'에 오후 다섯 시 경 사전 인터뷰를 위해 들어섰을 때, <Laugh Louder(아래 래프 라우더)>의 출연진과 기획진은 테이블을 밟고 올라선 채 바로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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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틀리지 않게' 대응하는 법

신한슬

만약, 나라면? 여성 대부분은 성폭력의 피해자 위치에 쉽게 설 수 있다. 크고 작은 성폭력을 이미 경험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위치를 바꿔보면 어떨까? 어떤 조직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돌보고 가해자에게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면? 내가 피해자의 지인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될까? 반대로 가해자의 지인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반면교사는 많다. 2018년 3월6일, 3.8 세계 여성의 날 ‘페미퍼레이드’ 공동주최 기획단에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퍼레이드 참가가 예정돼 있던 성소수자 인권단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에 대한 고발이었다. 행성인 회원이 성폭력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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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컨에서 만난 여자들 1. 테크페미

도유진

지난 11월 3일, 성수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여성을 위한 일, 일 하는 여성 (WORK FOR WOMEN, WOMEN WHO WORK)’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제 2회 여성 기획자 컨퍼런스(아래 여기컨)이 열렸다. 여성 기획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워크샵과 강연 프로그램으로 꽉꽉 찬 특별한 하루에 만난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담았다.   주최측에서 미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가자의 절반은 주로 20대, 나머지 절반은 30대다. 업계 분포로는 절반 이상이 테크 업계 종사자, 그리고 나머지는 유통부터 예술까지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강연이 이루어진 장소인 카우앤독 1층은 참가자들로 가득 찼고, 주최측이 계속해서 보조 의자를 비치했음에도 계속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진 조아현 여기컨에서 가장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바로 오늘 여기컨이 있게 한 주최자, 테크페미 다. 테크페미는 한국 테크 업계, 주로 기술 스타트업에 속해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이다. 테크페미의 옥지혜(스포카, 프로덕트 매니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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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되찾기 위해 나선 열 여섯 명의 예술가들

이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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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크게 소리 내어 말하다 : 29일 두 번째 검은 시위 열려

김다정,이가온,김시호

지난 29일 오후 두 시 종로의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아래 검은 시위)가 열렸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는 인공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며 이를 시술한 의사의 처벌 기준을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강화한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여성들,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정안을 현행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주최측 추산 약 500명이 참여한 검은 시위에서는 다양한 여성들이 한목소리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며 다양한 의견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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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컨에서 만난 여자들 2. 여성 기획자, 업계 성차별을 말하다

신한슬

지난 11월3일 열린 제2회 여성기획자컨퍼런스( 아래 여기컨)는 ‘기획자’보다 ‘여성’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반드시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IT 업계를 필두로 다양한 업계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 여성으로서 참가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여성을 위한 일, 일하는 여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았다. 궁금했다. 여기컨에 참가하는 여성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일하면서 만나는 가장 흔한 성차별은 무엇일까? 직장에 페미니스트 동료가 있다는 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행사 전 1주일 간 온라인 설문, 여기컨 행사 당일 참가자 현장 설문, 행사 종료 후 추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총 79명에게 여성 기획자가 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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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김사월: 비로소 혼자가 아니었다

이자연

사냥하는 자는 숨는다 아마 표정 때문이겠지 누구나 알아채는 웃기는 붉은 늑대 이유도 없고 마음도 없이 누군가를 가지려 하네 누구나 알아채는 웃기는 붉은 늑대 누구라도 상관없어 당신이 좋겠어 누구라도 상관없어 당신이 좋겠어 누구나 알아채는 - 김사월, [붉은 늑대] 중에서 뮤지션 김사월은 '김사월X김해원'의 1집 [비밀]로 데뷔했고 이듬해 솔로 앨범 [수잔]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아티스트다. 이어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하며 김사월만의 아름다운 가사와 음률이 많은 이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어쩌다 새어 버린 몽롱한 새벽에 있는 것만 같다. 곧 동이 틀 시간. 김사월은 그렇게 눈을 뜬다. 김사월의 첫 싱글 [붉은 늑대]가 발매됐어요. 그 뒤로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사실 싱글은 처음이라 어느 정도의 시간이나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해야할 걸 드디어 했구나, 하는 느낌이...

그건 여성의 일이니까요 - 전시 <여성의 일(Matters of Women)>

신한슬

문득 돌이켜보니,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전시회를 본 적이 없다. 여성 작가 1인의 개인전을 제외하고, 10명 이상이 참여한 현대 미술 작품 전시회 중, 여성 작가의 작품만 다룬 전시회를 본 적이 없다. 한 편 남성 작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전시회는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나의 짧고 일천한 미술관 방문에서 여성은 주로 모델로만 등장했다. 어쩐지 나는 지금껏 이 사실을 그다지 의식하지 못했기에 애통해 하지도 못했다. 다른 데는 몰라도 여기서는 여성 작가만이 유일하게 ‘적법한’ 작가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여성의 일(Matters of Women)> 전시(2018년 12월27일~2019년 2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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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긴데, 같이 웃깁시다

이그리트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여 온 문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나는 단연코 스탠드업 코미디를 꼽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 필름들을 보고 깔깔대며 즐거움과 동시에 약간의 괴리감을 느꼈다. 즐거움은 유머가 주는 즐거움이요, 괴리감은 저렇게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마이크만 하나 놓인 무대 위의 코미디언을 보는 공연의 광경 자체가 주는 괴리감이었다. 여러모로 그 풍경이 ‘한국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물론 이건 트렌드를 다 따라가기에는 참으로 구시대적 인간인 나의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 결국 유병재(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메이저'하게 흥행시킨 데에는 개인적인 기분 나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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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여자가 이긴다, 뜨거웠던 현장

신한슬

일주일 중 가장 놀고 싶다는 수요일, 평일 저녁 여덟 시. 하필이면 비가 내렸다.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 모인 <핀치> 스태프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모든 행사 주최자들이 당일 한 번쯤 생각하는 불안한 예감일 것이다.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걱정이 무색했다. <핀치>가 지난 6월 처음 런칭한 ‘나서다’ 첫 번째 콘텐츠 <버티는 여자가 이긴다> 토크쇼 신청자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행사 시작 약 1시간 전부터 하나 둘씩 자리를 채웠다. 출석률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가장 놀라운 건 참석자들의 집중력이었다. 애초 예정됐던 90분을 15분 정도 초과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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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항하고 깨뜨린다

신한슬

5월26일, 서울 이태원에서 퀴어에 의한, 퀴어를 위한, 새로운 퀴어 축제가 열린다. 제 1회 서울드랙퍼레이드다. 드랙퍼레이드라는 이름이 낯설다. 정체가 뭘까? 한국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와는 다른 점이 무엇일까? 서울드랙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히지 양씨에게 물었다. 사진 김지연 드랙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넷플릭스에서 ‘루폴의 드랙 레이스(Rupaul’s Drag Race)’라는 예능 시리즈를 보면, 자막에서 ‘드랙 퀸(Drag Queen)’을 ‘여장 남자’라고 번역했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번역이다. 드랙은 남성 퀴어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흉내내는 것도 아니다. ‘드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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