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PD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후속작으로 의사들이 ‘의사로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다.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를 많이 다뤘지만,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여성으로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 드라마를 지금와서 다시 보면 분명히 불편한 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는 ‘젠더감수성’이 조금 부족한 드라마라고 생각든다.
본 드라마에선 과거 한국드라마에서 비춰진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드라마는 서울대 의예과 동기 5명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5명 의사 중 4명은 다 남자의사며, 유일한 여성의사인 ‘채송화’는 ‘귀신’이라 불린다. 책임감을 가지고 쉼없이 수술을 하고, 발걸음 소리가 나지않을만큼 빠르게 다니고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독하며, 후배 의사에게도 날카롭게 티칭을 한다.
잘 살아남은 ‘여성 의사’는 ‘독하고 냉철하게 행동해야’ 잘 살아남는 것처럼 캐릭터를 만든다. 물론, 채송화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 그는 취미를 즐기는 것도 ‘대단하다고’ 비춰진다. 다른 동기 의사도 골프를 취거나 마라톤을 하는데 채송화 앞엔 ‘대단한 시선’이 붙는다.
한편, 산부인과 의사인 양석형이 환자를 만나는 씬에서도 선을 넘을듯 말듯한 에피소드가 있다. 10대 청소년이 엄마와 함께 하혈로 산부인과를 찾는다. 그러나, 엄마는 ‘얘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말을 잘못해요. 선생님께 너의 상태를 말해야지’ 라고 말한다. 양석형이 엄마를 내보내자마자 아이는 ‘아,, 임신으로 인한 착상혈은 아니겠죠? 아 내가 콘돔 끼라고 했는데, 안껴서,,’ 라는 말을 하면서 말과 행동을 통해 ‘센’ 캐릭터의 10대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사회성 부족한 캐릭터인 양석형은 당황해한다. 의사경력이 최소 10년은 된 산부인과 의사가 그런 말을 수많이 들었을텐데 그의 행동에 쉽게 당황해할까? 또한, 엄마는 ‘남자 산부인과 의사 앞에서 말을 못하는 모습’이 부끄러워 하는 여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사실 아이는 ‘엄마 앞이라서’ 말을 못한 걸 뿐이다. 그리고, 또 아이의 파트너는 ‘엎친 데 덮친 격’ 콘돔을 끼지 않을 채 성관계를 했고, 또 다시 불안해 하는 건 ‘여성’이다. 그런데, 산부인과 의사는 그 앞에서 오히려 ‘쫄아버린다.’ 이런 장면을 드라마에선 ‘우습게’ 표현했다.
사실 전혀 웃기지 않았다. 더이상 저런 소재가 웃음코드로 사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는 <헝거>라는 책을 통해 어린시절 겪은 성폭행 사건 이후 폭식을 하고 방황하는 자기혐오로 지냈던 삶을 고백한다.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던 행복하거나 안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가 흑인이라는 사실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은 곳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곳에서 나는 숨 쉴 권리를, 내가 될 권리를 매 순간 주장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적어도 모든 것을 지배하도록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나는 더이상 세상으로 부터 숨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헝거> 330p
‘ 본 드라마를 보고 책의 구절을 보고 나니 ‘여성이 살기에 아직 세상’은 너무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매체피하주사모델’ 처럼 미디어가 보내는 텍스트가 수용자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해석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미디어가 보내는 메시지를 모든 이들에게 주입하는 피하주사처럼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조영혜(양석형의 모친)는 남편의 불륜에도 ‘남편의 행복을 방해한다는 명목’으로 이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몸이 망가지고 힘들게 산 건 조영혜이며, 남편은 여전히 상간녀와 잘 살고 있다. 여성이 단순 이혼을 거부하는 행동이 ‘행복’을 위한 일일까? 여성이 불륜을 대하는 행동이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차이가 크다. (그러나, 현재 7화까지 <부부의 세계>를 본 시점에서, 선우가 겪는 상황과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시선이 불편해졌다.)
시대흐름이 변화는 만큼 ‘여성의 캐릭터’도 변화가 도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아서 아사 버거, <커뮤니케이션 이해, 이론과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