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인 <김숙과 송은이의 비밀보장> 속 ‘257회 헤어질까 말까 헤말헤말. 에레나 쌤의 초 스피드 극단적 연애상담!(ft. 곽정은)’편을 들었다. 에레나 쌤(김숙의 부캐)은 줍말줍말부터 (주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헤말헤말까지 수많은 결정들을 도와준다.
특히, 연애상담에서 에레나 쌤은 ‘헤어져라’의 손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 땡땡이(청취자 애칭)들의 상담 고민들을 보면 사실상 이미 마음속으로 헤어져라로 기울어졌으나 누군가 ‘ 내 편’이 되어주길 바라거나, ‘그래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고민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땡땡이들이 ‘그래도’의 가능성을 두고 있는 사연을 보면 앞에 조건부가 붙는다. ‘ 그 점만 빼곤 괜찮은 사람인데’ 이번 편에서 조언자로 곽정은 님이 나섰다. 곽정은 님은 가장 경계하고, 하지 말아야할 생각 중 하나로 ‘그 점만 빼곤 괜찮은데’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그 점은 ‘폭력성’ 이거나 고민을 가진 자가 불편함을 느낀 부분이다. 그러나, 그래도 ‘사랑’ 이란 감정때문에 그를 놓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에서도 민현서는 위와 유사한 대사를 말한다.
(남자친구에게 맞아서 도망친 뒤) 걔가 돈이 없어서 나를 찾아온거지 평소에는 괜찮은 애에요.
민현서가 본 그의 평소 모습이 어떤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그를 본 시청자로서 그는 평소에도 폭력적이며 민현서에게 집착한다.
책 <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보면 데이트 폭력에 포함되는 신체적 학대 뿐만 아니라 심리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는 쉽게 자책한다.
이들(피해자)은 가해자에게 완전히 조종당해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심지어 독이 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피해자가 자책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가족이나 연인, 동료에게 또는 종교단체에서 그렇게 험한 일을 당할 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 책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중에서
위와 같은 전제로 이미 피폐해진 피해자는 자기혐오를 경험하고 가해자의 행동 스펙트럼에 내적갈등을 겪는다. 예를 들어, 가해자는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행동’을 반복하여 의도적으로 해를 가하며, 애착형태를 보이면서 은밀한 가해를 해한다.
다시, 팟캐스트 이야기로 돌아가면 257회 속에서 한 땡땡이는 남자친구와의 ‘딱밤때리기 게임’에서 남자친구에게 분노와 섭섭함을 느꼈다. 게임 전, 남자친구는 ‘나는 진지하게 게임에 임한다. 진짜로 때린다’는 식으로 말하고, ‘힘 조절 없이’ 여자친구를 딱밤으로 때렸고 땡땡이는 이마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에레나 쌤은 단호하게 헤어지라고 한다. 곽정은 님 역시 헤어지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이유는 타당했다. 지금 보인 행동이 ‘단순히 둘 다 동의한 게임이라서’ 처음으로 이런 행동을 보였다면 ‘유의한 채’ 넘어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양보없이 해를 가하고’ 이마에 멍까지 들었다면, 이런 점이 추후 폭력성으로 드러날 수 있을테고 둘이 갈등이 생겼을 때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혹은 이미 다른 사건을 통해 그의 ‘폭력성’이 드러났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은밀한 가해를 통해 피해자에게 더 애착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과정이 지속되면 ‘피해자가 자기혐오’를 하게 만든다. 지금 남자친구의 행동에 대해 빠른 판단을 하고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사연자인 땡땡이에게 안전할 수 있다. 땡땡이 역시 ‘그 점만 빼곤 괜찮은데’ 라고 말하지만, 곽정은님 역시 그 점도 그 사람의 모습인 걸 강조한다.
심리학자 스키너가 말한 ‘조작적 조건형성’이론처럼 간헐적 강화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끈을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한다.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스스로가 중요하다면 이상함과 불편함을 느낀 ‘그 점’을 경계하길 바란다. 사랑하더라도, 안전이별은 ‘스스로’를 더 아끼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샤논 토마스,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