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아, 있잖아
연인으로부터 내 이름이 불릴 때 마다 가슴이 뛴다. 설렘, 기대감보다 ‘내가 또 뭘 잘못했나?’ 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이성애를 경험하면서 자주 불안감을 느꼈다. 그들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놀라서 대답한다. 결코 잘못한 일이 없을 때도 말이다.
이 불안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연인 간의 솔직한 대화를 하자고 했더니 ‘난 몸매좋은 섹시한 여자가 좋아.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 라고 말한 A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일방적인 스킨십에 거리를 두고 싶어 하니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라고 말한 B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놀랍게도 이 모든 관계는 쌍방의 관계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연인 간의 관계를 넘어 성장과정부터 시작된다. 본인의 잣대에 맞춰 작은 행동 하나하나 지적하던 어머니, 멋모르고 들어간 첫 회사에서 만난 ‘라떼족’ 부장님의 가스라이팅 등 크고 작은 말들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
이런 모습들은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여성캐릭터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은 자주 ‘조연’이 된다. 영화 <남 과 여> 속 기홍(공유)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문주, 영화 <콜미 바이 더 유어 네임> 에서 엘리오를 사랑한 마르치아 등 불안한 여성들의 사랑은 남성들의 사랑 속 뒷전이 된다.
주를 이룬 남성의 사랑이 아닌, 영화 속 여성의 입장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안했던 나의 사랑들과 인간관계, 그리고 불안함의 본질을 살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