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많이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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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많이 변했어.

<더 테이블> 오전 11시, 유진의 이야기

루쓰

가끔 전 애인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나는 주로 연상을 만났다. 당시에는 그들의 나이가  까마득해보였다. 그땐 까마득한 나이 차가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나이만큼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101% 신뢰하고 의존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나이가 되자 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드디어' 깨닫게 된다. 

대학생 때, 7살 연상의 A를 만났다. A는 나에게 '넌 아직 사랑을 몰라' 라는 식의 말을 하며, 본인만의 '사랑학개론'을 전파했다. 라떼족처럼 '사랑은 말이야~'  하며 '어른'으로써 사랑에 대해 열강을 했다. A에게 '할말있으면 솔직히 말해줘' 라고 말하면, '난 섹시한 사람이 좋아' 라고 말하곤 했다. 나의 의도는 '나에게 섭섭하거나 못한 말이있으면 해줘'였지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남달랐다. 그러면서, '다이어트'를 강요했고 수많은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다. 난 멍청하게도 조금이라도 나은 '몸매를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했고, 빈혈을 달고 살았다. 

그땐,  내가 '정말 어려서 모르는 걸까? 그 나이가 되면 다 이해가 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A의 가스라이팅 덕분에 그가 떠날까봐 불안감을 느꼈다.  그의 말에 휘둘려 나를 망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오전 11시, 영화 <더 테이블>에선 유진(정유미)이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때,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이 나타난다. 유진과 창석은  반가워하며 에스프레소와 맥주 한 잔을 마신다. 유진은 창석과 헤어진 이후 배우가 되어 지나가면 누구나 알아볼법한 배우가 되었다.  

유진 : 자상하니 좋니 여전히. 새치빼고 안 변했어.

창석 : 넌 좀 변했어. 연예인들 얼굴 많이 바꾼다고 들었는데.  웃는 모습은 똑같네. (중략)

난 네가 이쪽 일 할줄은 몰랐어. 그렇게 숫기 없던 애가. 

유진 : 나 많이 변했어. 

창석 : 알아. 

유진 : 얼굴말고.

(중략) 

창석 : 예전부터 네가 입 열면 신기했는데.

유진 : 예전에는 속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몰랐어.

그리고, 창석은 '지라시' 처럼 세상에 도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유진이 변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지라시' 에 나온 이야기가 진짜가 아니라는 유진의 말에 '그래도 맞는 이야기가 있잖아.'라며 믿지 않는다.  '지라시'  속 유진은 애인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해 코수술을 했다. 유진은 어이없어 하며, 코를 직접 만져보라고 한다. 창석은 '실례한다'며, 코를 직접 만져본다. 창석은 계속 '지라시' 속 진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유진은 '본인의 코를 기억' 못하는 창석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창석은 그런 본인의 무례한 행동을  '회사생활' 탓으로 돌린다. 또한,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며 유진과 사진을 촬영하고 '자랑하려고 찍은 거 아니야. 다 추억이잖아.' 라고 포장한다.  유진은 오랜만에 만난 창석을 보며 '눈치가 없는 네가 새삼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창석의 모습을 통해 예전 유진과의 연애도 어느정도 상상이 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연예인 애인'을 자랑하는 심리가 '트로피를 자랑'하는 심리와도 유사하다고 말했다.  결국, '나 이런 사람이랑 사겼어'는 자신의 '잘나가던' 과거를 드러낼 트로피인 것이다. 결국, 과거에 창석이 말한 '숫기없고, 말도 잘 말하지 못한' 유진의 모습은 창석이 바라는 혹은 창석을 통해 만들어진  '애인 유진'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유진은 '그래도' 자상했던 모습을 기억하여  '창석'을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창석의  '새삼스런 모습'들에 '변한 유진'은 창석과의 과거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둘의 구체적인 과거에 대한 추억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진도 꽤 창석에게 맞춰주는 연애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유진은 또한 연예계 생활을 통해서 수많은 진실과 거짓을 마주하며,  자신의 속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조금 편하게 대화하고 싶었던 걸수도 있다. 

내가 과거의 관계가 잘못됐음을 안 것처럼, 유진도 다시 창석을 만나며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연애가 왜 끝났는지'에 대해 상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변한 유진이 조금은 더 단단해졌을 것이고, 지금이라도 '유진답게' 소신을 표하는 사람으로 나아가 '유진다운' 연애를 하길 응원한다. 과거는 현재의 디딤돌이 된다. 회고를 통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조금 더 소신있게 살아갈 유진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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