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소마>의 대니(플로렌스 퓨)는 조울증에 걸린 동생이 있다. 대니는 가족과 떨어져 살며,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매일 아픈 동생을 걱정하면서 불안감을 안고 산다.
어느 날, 대니의 동생이 평소보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대니는 애인인 크리스티안(잭 레이너 역)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은 대니를 ‘예민하고 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대니에게 ‘네가 너무 예민한거야. 저번처럼 아무 일도 없을거야. 넌 너무 동생에 매달려' 라는 식의 말을 한다. 대니는 크리스티안의 말에 매번 ‘자기검열’을 하며 ‘자신이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이란 점을 인정하면서 산다. 그래서 불안감에 더 크리스티안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 ‘무슨 일’은 일어났다.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집단자살을 한다. 가족의 죽음 이후 대니는 더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쯤,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인 펠레는 자신의 고향 ‘호르가’에서 열리는 축제’ '하지제(‘midsommar)’에 친구들을 초대한다. 사실 크리스티안은 대니 몰래 친구들과 함께 ‘남자끼리 유흥을 즐기고 오는 여행’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우연히 대니는 크리스티안의 ‘계획’을 알게 되었다 . 크리스티안은 ‘내가 이미 말했지만 네가 정신없어서 기억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다시 가스라이팅을 한다. 그리고, 대니가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며 대니에게 동행을 제안한다. 결국, 대니, 크리스티안, 그의 친구들이 다같이 하지제로 출발했다.

미드소마가 열리는 '호르가' 는 공동체 사회다. '호르가'에선 다같이 아이를 키우고 ‘겨울’의 나이가 되면 절벽에 떨어져 죽는다. 대니와 친구들은 이들의 문화에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호르가 사람들은 떠날 나이가 되면 떠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필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대니는 가족을 떠나보낸 후, 악몽을 자주 꾸고 죄책감도 가졌다. 그러나, 호르가의 문화를 보고,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니는 호르가의 문화 중 하나인 ‘오월의 여왕’을 뽑는 자리에서 '퀸'이 된다. ‘오월의 여왕’이 된 대니는 호르가 사람들에게 동화되며 여왕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또한, 호르가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울거나 웃을 때’ 함께 한다는 것이다.
대니는 크리스티안이 펠레의 동생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대니는 구역질을 하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르가 여자들은 대니의 울음소리를 따라하며 다같이 울어준다. 대니는 호르가 문화를 경험하고 ‘오월의 여왕’이 되면서 주체성을 가지게 되고 공감을 받는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능력으로 사람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중요한 현상이다(Davis, Conklin, Smith, & Luce, 1996; 박주은, 2016).

대니는 그동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더 크리스티안에게 의존을 했고, 공감을 원했다. 공감의 어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행동이자 ‘안에 들어가서 고통을 느낀다’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Baret-Lennard,1981 ; 이주혜, 2012).
호르가 사람들은 울음과 웃음소리를 흉내내며, 실제로 같이 눈물도 흘린다. 대니는 그동안 크리스티안을 통해 받지 못했던 공감을 얻으며, 더 호르가 사람들과 교감을 한다.
그동안 크리스티안은 대니와의 관계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대니도 사실 둘의 관계가 ‘느슨해지고 있다’고 느끼지만 의지할 존재가 크리스티안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펠레의 형 ‘잉마르’가 초대한 ‘사이먼’과 코니’가 하지제 중에 말도없이 사라지게 된다. 대니가 둘의 실종에 불안감을 표현하자 크리스티안은 ‘(사라질) 그럴 사정이 있겠지’ 라고 한다. 대니는 ‘크리스티안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숙영(2006)에 따르면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고,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공감능력은 '당연하게도'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본다. 이주혜(2012)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친밀감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버림받는 것이 두려운 애착 불안 정도가 높은 사람은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결과는 애착이 안정될수록 자신감이 있으며 , 애착회피와 애착불안은 대인관계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신지욱,2006;강수진,2010)등에서도 나타났다.
애착불안인 대니는 공감이 부족하여 친밀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더 크리스티안에게 의지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더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 그와 달리 호르가 사람들을 통해 대니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호르가 사람들의 ‘행동’들이 공감매개로서 대니와 더 교감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래서, 크리스티안이 불에 타서 죽어갈 때 대니는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애착불안이거나 애착회피더라도 내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쓸모가 없다. 충분히 나에게 공감해줄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마음을 열 상대방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친구,가족, 연인 등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니, 교감없는 사람에게 너무 매달려 불안감을 자초하지 않길 바란다. 대니가 호르가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 존재가치를 깨달은 것처럼.
참고문헌
박주은(2016), 연인 간 성차에 따른 공감격차가 공감정확도와 관계만족에 미치는 영향, 계명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논문.
이주혜(2012), 성인애착과 대인관계능력간의 관계에서 공감의 매개효과, 상지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석사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