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er Vorteil, der Nachteil (1)
장점과 단점
독일에 온 지 어림잡아 1.5년이 되어가고 있고, 이 곳에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구축했던 인적 네트워크와 한국 음식이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가 한국이 그립지 않냐고 질문하면, 그 때마다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대개 안부인사의 연장선에서 물어본 말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대답하고 물어봐줘서 고맙다고 말하면 정리되는 질문인데,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심정이 된다.
이것은 아무래도 내게 중요한, 그리고 동시에 답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질문인 모양이다.
오늘은 독일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하나의 특성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포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다룰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감지하는, 센서로서의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얼마간 설명할 것이다.
장: 각자가 맡은 역할 수행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VS
단: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 + 외국인으로서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유형무형의 돈/시간/노력이 확실히 존재한다.
한국은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와 같은 식의 역할 수행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상대방 또한 어느 역할 안에서 당신을 대할 것이다. 즉 관계 안에서 어떠한 감정적인 혹은 금전적/물리적인 노동이 수행되고 진전이 될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내가 한국에서 이성애 결혼을 하고, 시모부님과 만난다면, 우리는 만나기도 전에 어느정도 짜여진 각본 안에서 행동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이미 주어진 역할이 있고, 대화가 어느 정도의 선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견 편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나는 그 관계를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나의 모부님과 나는 지난 생애 내내 싸워 왔고 지금은 어느 정도 타협을 본 상황인데, 이것을 타인의 모부님과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개성/역할과 내 개성/역할이 맞물리는 것이 관계인데, 이성애 결혼 제도는 이른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두드러지게 요구하며, 나는 ‘여성적’ 역할 안에 개성을 잘 봉합해넣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한국은, 자식을 자신의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여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모부의 시도에 대한 사회적인 제재가 거의 없는 나라이고,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에 대해서 부속품의 부속품 쯤으로 생각하는 관습 또한 강력하다.
(아마 내가 한국인과 1)동성애 2)결혼을 한다면 앞의 요소 때문에 파트너의 모부님이 어느정도 포기하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묻혀 가는 방법 정도가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지금 한국의 모든 이성애 결혼이 불행하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시모부님, 좋은 남편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이성애 결혼 제도는 여성에게 각자의 개성보다는 역할에 복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그 역할 안에서 수행해야 할 의무들은 복잡다단하고 모순적이다. 남성의 경우 결혼 제도 안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단점들이 쉽게 포용되고 종종 장려되기까지 한다. 종종 관찰되는, 명절에 가족 내 남성 구성원들이 집단으로 성매매 장소를 방문하는 사례에 이르면 이 제도가 어떤 성별에 봉사하는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