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ein zerbrochenes Licht
깨진 전구 하나
한국에서 영어로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베를린의 집을 구했고,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인실로 설명된 광고의 담당자가 ‘사실은 지금 자리가 있는 건 4인실인데 괜찮겠니?’라고 물어왔을 때에도, 여전히 나는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도착해보니 내 자리는 엉망이었다. 제일 첫 순서로 짐을 푸는 것이 아니라 청소부터 시작해야 했다. 층마다 비치된 진공청소기를 들고 와서 먼지를 밀고, 누군가 버리고 간 수건을 잘라 걸레를 만들어 닦았다. 숙소의 관리자Hausmeister가 맞아준 것이 아니라 하우스메이트에게 안내를 받았고, 주말 즈음에야 관리자를 만났다.
도착한 후에 알게 되었는데, 이 숙소는 4인이 방과 부엌과 화장실을 나눠 쓰는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다. 이곳은 기숙사였다. 3층 건물에 층마다 대여섯씩 있는 방에 2인, 3인, 4인이 들어가 살았다. 나중에 이곳을 방문한 독일 국적의 지인은 이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1인당 쓸 수 있는 최소 면적이 법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건물의 거주인으로 등록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머무른 숙소는 다국적자를 받아들였지만, 수도인 베를린에서 인턴쉽을 하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여, 숙식 해결 정도의 필요를 가진 독일인 국적의 사람들, 혹은 짧은 기간 체류 예정인 EU연합 국적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거 등록을 굳이 옮기지 않았고, 어쩌면 그런 이들 덕분에 이 사업장은 굴러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주거 등록을 해야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었고, 은행 계좌가 있어야 비자를 만들 수 있었다.*1 나는 이 곳이 싫어도 다른 곳을 구하기 전에는 이 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집주인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적어도 독일어가 유창한 임대인을 원했다.
나는 갈 곳이 없었다.
*1. 비자의 종류에 따라 요구하는 서류의 종류가 다르다. 또한 독일에 머무를 경우 어떻게 체재비를 댈 것인가를 증명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나는 큰 돈을 한 번에 특정 기관에 납입하고 월마다 일정액이 입금되는 ‘슈페어콘토’라는 방식을 사용했고,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은행 계좌가 필요했다. N26 등의 인터넷 은행 계좌는 계좌 생성에 주거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이것이 심사에서 인정될지 확실하지 않았다. 재정보증인을 세우거나 계좌의 정기적인 입출금 내역서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역시 심사의 향방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