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 Auf Deutsch!
독일어로 (해)!
양말님과 길을 걷다가, 본인이 영어로 쓴 글에 누군가 “독일어로 (해)! Auf Deutsch!”라고 댓글을 달아서 웹상에서 다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싸우지 좀 마~” 하는 정도로 답했고 그렇게 넘어갔는가 싶었다.
최근에 다시 뭔가 얘기-아마 소소한, 사실 소소하지 않지만 익숙해져서 무뎌진 인종차별 얘기였던 듯 하다-를 나누다가, 갑자기 양말님이 “네가 싸우지 말라며!” 라고 성을 냈다. 내 입장에서는 밑도끝도 없는 느낌의 말이었지만, 어느정도 살아오면서 나 자신이 매사에 무심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시발점이었던 일에 대해 되돌아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독일어로 (해)!”라는 말이, 사실 유효한 정보값을 가진 말이라기보다는, 논쟁 중에 상대방의 기를 죽이기 위한 용도의 정치적인, 그리고 악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회의를 할 때 내가 타협할 수 없었던 제안이 나왔고 “저는 이 안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라고 발언했다. 사회자는 “맥주 씨 말고는 (반대하는 분) 안 계시죠?” 라고 말했다.*1 이 말은 언뜻 보면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의 중립적인 말인 양 들리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사회자가 정말로 중립적이라면 “다른 분들 의견 이어 듣겠습니다. 또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정도의 발언이 나와야 한다. “맥주 씨 말고는 안 계시죠?” 라는 말은 ‘너만 조용히 하면 이 건은 넘어가게 되어 있다.’ 라는 소리없는 압력이었다.
이런 말에는 사실 제 3자가 제지하는 방향으로 즉시 대응해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책이다. 하지만 사회자-특히 사회자가 권위적인 사람이라면-가 “다른 분 안 계시죠?” 라고 좌중을 돌아볼 때 바로 치고 들어가는 것은 꽤 어렵고,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우에 나는 그 악의에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 편이다. 이미 나는 내 입장을 밝혔고,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어떤 안이 나은지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특정 사건에 크게 관심이 없고, 회의에서 한 번 어떤 방향으로 기세를 타고 나면 그냥 그렇게 결정이 나게 된다. 안건이 내게 큰 중요성을 갖는 일이라면, 이런 정치적이고 악의적인 발언에 대응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사실 내가 당시에 양말님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아무 일에나) 싸우지 좀 마” 였는데, 되돌아보니 나는 모든 일에 승패를 가리는 것을 싫어하기는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선악은 장기적인 시간선에서 판단할 수 있지만, 승패는 한순간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승패가 갈리면 그 영향이 오래 가는 것도 사실이며, 그 결과에 따라 당장의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이 쪽이 현실에는 더 가까운 것이다.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