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Anfängerin.*
한 명의, 새로 시작하는 여성.
나를 이렇게 정의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독일어를 어느정도 익히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적응해야 할 것이 많아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에 즐거워하기보다는 낯선 것들을 낯익게 만드느라 마음고생이 컸다.
독일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데, 길 자체가 좁은 경우 거의 반절 분량을 자전거 길로 내어준 경우가 있고, 차 전용 직진도로와 차 전용 우회전 도로 가운데에 자전거 도로를 내 놓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직진하는 사람은, 직진 예정의 자동차와 좌회전 예정인 자동차 사이에 멈춰 출발 신호를 기다리게 된다.
나는 그것을 무서운 광경으로 기억한다.
넓은 교차로의 자동차들 사이, 내가 읽을 수 없는 단어들로 차 있는 광고판, 바람이 불고 초록 신호가 떨어지면 바람을 가르며 출발해야 한다. 주행하다 길을 꺾을 경우 팔을 내밀어 표시한다던가, 느리게 달릴 생각이라면 길 가로 달린다던가(대부분의 자전거 사용자들은 자전거 선수들처럼 속도를 내어 달리곤 한다) 하는 소소한 자전거 매너를 익히는 것도 꽤 걸렸다.
나는 나를 유령이라고 느꼈다.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이에게 가 닿지 않고, 나 또한 그들의 말들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고독했는데, 자신이 고독하다는 것을 몰랐다. 무엇인가를 하는 도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서야 전체 윤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 명의 이방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살고 있었다. 나는 이 모순된 상황 안에서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했다. 사실 후자는 집*을 찾느라 많은 고생을 하면서, 뻗대는 마음이 생긴 것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집 찾느라 고생을 하면서 여기 붙어있겠다고 바득바득 이를 갈며 움직이고 있는데, 너네는 뭐야? 니하오 칭챙총 합장하면 다야? 내 인생이 그렇게 우스워 보이냐?
조금 시간이 흘러, 나는 나를 한 명의 초심자로, 이 사회에 대한 초보자로 정의한다.
독일어를 읽는 것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5분 걸려 읽을 것을 한시간 걸려 읽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수식어가 어떤 경로로 단어에 가서 결합하는지 이해도가 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모든 단어가 이미지로만 보이는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나는 현재 나의 상황에서, 이 사회에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 내 경우에 그 무엇인가는 기록이다. 내가 본 것을 내가 느낀 대로 서술할 것을 약속한다.
*1. eine Anfängerin. 직업을 가리키는 단어는 er로 끝나는 단어가 많고, 여자일 경우 in을 붙여 여성형을 만들곤 한다. a는 ‘아’, ä는 ‘움라우트 아‘라고 읽는다.
*2. 내 독일어 선생님 지니Gini에 의하면, 19년을 기준으로 5년 새에 베를린의 집값은 배로 뛰었다고 한다. 2020년 1월부터 집세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발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