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은 들었어요. 축하를 해야 할지, 안심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윤영 씨에게 일어나지 않은, 혹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오지랖 부리는 걸 아닐까 고민도 됐었거든요. 그래도 윤영 씨를 만나 제 이야기를 한 건 후회되지 않아요. 물론 윤영 씨는 성원이에게 맞은 적 없다 했지만, 그 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일에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아서요. 저는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윤영 씨의 연락을 받은 이후로는 성원이가 끊임없이 카톡을 보내는 꿈을 꾸고 있어요. 다 너 때문이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내용이었죠. 꿈인 걸 알면서도 깨어날 수가 없어서 괴롭더라고요. 아침마다 시끄럽게 떠드는 새들의 소리가 그날따라 고마울 정도였어요. 조금 걸리는 점이 있다면, 윤영 씨도 요즘 잠에 잘 들지 못하신다고요. 혹시라도 꿈에서 윤영 씨가 성원이에게 쫓기는 걸 보게 된다면, 제가 손잡고 같이 달려줄게요. 아니면, 맞서 싸워줄게요. 한번은 꿈에서 갈매기랑 같이 걷는데, 성원이가 다가오니까 갈매기가 달려가서 손을 쪼고, 성원이를 막 쫓아버리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이상하게 웃음이 나고, 어차피 꿈인데, 나한테는 이 갈매기도 있는데 뭐 때문에 두려워하지 싶더라니까요. 그러니까 꿈속에서 무서울 때면 저를 불러요. 갈매기랑 같이 달려갈게요. 아, 그리고 그 때 보내주셨던 글귀 고마웠어요.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듣기엔 쉬운 말인데, 실천하기엔 어려운 말 같아요. 한편으론 우리가 이제 더 이상 성원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악몽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숙제만 남았다는 뜻도 있는 거 같고요. 이제 이 구덩이에서 벗어나면, 성원이를 꿈에서도 만날 일은 없겠죠.
참, 메기는 잘 지내고 있나요? 메기가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전에 높이 튀어 오른다면서요. 그 얘길 듣고 메기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그래서인지 윤영 씨의 메기가 더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졌고요. 윤영 씨 집들이도 할 겸 시간 한번 맞춰 봐요. 마지막으로, 그 때 제 얘기를 들어준 것도, 저를 믿어준 것도 모두 고마워요. 이 편지를 보내는 오늘, 그리고 윤영 씨가 편지를 받을 오늘, 그리고 그 이후로도 반복될 오늘에 좋은 꿈꾸길 바라요.
지연으로부터
추신.
저는 요즘도 사진을 찍으러 새들을 따라 다녀요. 다음에 윤영 씨 집들이 가면, 메기 사진도 찍어줄게요. 그리고 곧 사진전을 열려고 하는데, 초대하고 싶어요. 전시회 보고 같이 밥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