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테크유감: 여성과 모빌리티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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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테크유감: 여성과 모빌리티 산업

도명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2018년 12월 20일, 택시 업계가 총 파업을 단행했다.

나는 한 달에 교통비로 20만 원 정도를 쓴다. 늦어서 헐레벌떡, 추워서 헐레벌떡, 더워서 헐레벌떡 무언가를 ‘탄다'. 그렇게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대학 시절부터 적지 않은 돈을 택시비로 썼다.

택시 업계 종사자의 대부분이 남성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 고객인 나는 별일을 다 겪었다. 한 번은 벤츠 개인택시를 몰고 다니던 기사로부터, 이런 산골 마을로 운전해서 들어오면 차가 망가져서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다산콜센터에 전화해서 기사의 불손한 태도를 신고했지만, 벌점 몇 점이 부과되었다는 문자 이외에 별다른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외부 미팅을 나가러 근무 시간 중에 택시를 탔을 때는 ‘이 시간에 회사에 안 있고 시내 돌아다니는 아가씨면 알만하다, 열심히 살아라'라는 조언도 들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우기거나 구시렁 대며 눈치를 주는 기사가 다수였다. 한 번은 내가 행선지를 말했을 때 승차를 거부했던 기사가, 나의 동행인이었던 남성이 이야기하자 군소리 없이 태워준 적도 있다. 택시 안은 마치 사회생활의 축소판 같았다. 더럽고 짜증나도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운전대를 쥔 이상한 남자의 헛소리를 묵묵히 견뎌야만 하는.

택시 총파업에
공감하지 못한 이유

그래서 택시 업계가 총파업을 선언했을 때, 내 안에서는 한 톨의 심정적 공감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루 11시간, 한 달을 일해도 매일 내야 하는 13만 3천 원의 사납금을 떼고 나면 평균적으로 남는 수입은 150만 원이다. 2019년 기준 최저임금에 따른 월급이 174만 5150원이니, 법적으로 정한 마지노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택시 산업의 구조 속에서 기사들은 분명한 약자다.

하지만 여성 고객인 나와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자신들이 가는 방향이 아니면 승차를 거부한다. 반말로 말을 걸고, 대뜸 훈수를 둔다. 잘못 걸리면 내릴 때까지 대화 상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때로는 빠져나오기 힘든 골목으로 들어간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기사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이런 불친절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 불친절의 방향은 왜 언제나 남성보다 여성에게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가.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나에게 택시 기사의 이미지는 비합리적인 남성 상사와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중간 어디쯤에서 그려졌다. 이 정도의 심리적 거리감과 반감과 있었으니, 당연히 그들의 파업 행위를 지지하고 싶지 않았다. 여성은 물론 남성 고객의 민심도 잡지 못했는지, 결국 파업은 성과 없이 끝난 것 같다. 파업 당일, 타 모빌리티 서비스의 호출은 770% 상승했다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새로 등장한 카풀 서비스 역시 여성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핀치에서 지난달 24일 발행한 <내가 카풀앱을 더 이상 쓰지 않는 이유>는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오히려 여성들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위험과 공포심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 역시 작년 초반까지만 해도 카풀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었지만, 한 드라이버로부터 개인 연락을 받은 이후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 윗글에서 나온 것처럼 기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팁을 전수받은 적도 있고, 불편하니 뒤에 앉으면 안 되냐고 드라이버에게 물었다가 반협박을 받아가며 옆자리에 앉아서 온 경험도 있다. 당시 드라이버는 이를 꽉 물며 ‘말 안 시킬 테니까 옆자리 앉아서 가시죠'라고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와 나는 진짜로 한 마디 대화도 없이 1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이동했다. 여성 승객의 자리 선정이 왜 그렇게까지 남성 기사들에게 중요한 것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한국은 개인의 자율성과 도덕적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공유경제 생태가 꽃 피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페인 포인트 잘 공략해

이렇게 택시 업계와 카풀 기업들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새로이 등장해 호평을 받기 시작한 서비스가 바로 ‘타다'다. 커풀앱 ‘비트윈’을 만들었던 브이씨앤씨 박재욱 대표가 모빌리티 업계에 출사표를 던진다고 해서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 뒤에는 대형 공유차 기업인 쏘카의 지원이 있다.

가끔 타다도 카풀 기업으로 묶어서 거론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타다는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다. 일반인 드라이버가 자차를 가지고 활동하는 카풀 서비스와 달리, 타다는 승객이 운행시간동안 렌터카 대여와 운전용역 계약을 동시에 맺는다. 모빌리티 서비스 성장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법과의 충돌인데,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면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잘 이용했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규제에 발목을 잡힐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법 문제를 해결한 타다는 여성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잘 짚어냈다. 먼저 기사는 승객이 말을 걸기 전에는 절대 사적인 대화를 건넬 수 없다. 또 기사가 정액의 월급을 받기 때문에, 너무 가까운 곳을 가거나 아주 먼 데를 간다고 해도 승객이 눈치 볼 일이 없다. 차 내에는 웰컴키트가 비치되어 있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도, 기사가 내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으니 조금 졸려서 그런데 라디오 채널을 돌려도 되겠느냐'는 질문 외에는 일절 대화를 걸지 않았다.

여성을 중심에 세워라

경쟁이 치열한 모빌리티 산업에서 키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은 틀림없이 규제 문제다. 하지만 전통 세력과 신 세력 간 갈등이 잦아들고 규제 선이 확실히 그어진 후에 모두가 같은 시작선 앞에 선 시점이 오면 더 복잡한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금만 쏟아붓는다고 승부볼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실패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과거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을 투자받은 한 모빌리티 기업도 작년 창업주 사퇴와 더불어 인원 감축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기업 우버조차도 규제와 업계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결국 2~3곳의 기업만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텐데, 그 옥석을 가리는 과정에서 여성 고객의 지지를 얻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상당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용 고객의 반 이상이 여성인 시장인 데다가, 서비스 만족의 기준점을 여성에게 맞추면 남성 고객의 만족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고객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여성을 고용하고 주요 의사 결정 자리에 여성을 세워야 한다. 성평등 때문이 아니라, 그게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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