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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속옷

<몸>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언니, 우리 이민갈까? 20. 거울이 없어도 괜찮아

유의미

뉴질랜드의 나는 화장은커녕 일주일째 같은 옷을 입기도 하고, 신발에 흙이 묻어도 개의치 않고, 씻지 못했어도 대충 눈곱만 떼고 5분 안에 외출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출근을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신경 쓰기는 해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잘 씻는 정도였고, 늘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외투를 입고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뉴질랜드가 외모주의에 관한 대단히 진보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이곳에서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이고, 다양한 체형과 머리색과 피부색이 뒤섞인 사람들이 지내고 있어서 생김새의 스펙트럼이 넓어 한국에서처럼 획일적인 잣대로 외모의 등급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

Mad Feminist Scientists 7. 87만명의 인터섹스는 어디에?

하미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17세기 이탈리아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조각한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Sleeping Hermaphroditus)가 있다. 조각상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엎드려 잠을 자는 모양새인데 살짝 드러난 옆모습에서 젖가슴과 페니스가 함께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nb...

Mad (Feminist) Scientist 5. 하나의 성(sex)만이 존재하던 때

하미나

과학이 철학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지나간 이론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학과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가르치고 2000년 전 책을 읽게 하지만 자연과학대학에서 이들의 과학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좀 어렵다. 무수히 쏟아지는 최신의 연구를 습득하기만 해도 바쁠 것이다. 한편 고대에는 철학과 과학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과학의 첫 시작을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 두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왜 하필 시작이 또 유러피언 백인 남자일까?). 이때의 과학은 근대적 과학 방법론과 아주 다르고 ‘과학science’이라는 말 자체도 발명되지 않았으니 과학보다는 자연철학이라고 말하는 게 더 알맞다. 고대 그리스...

Mad (Feminist) Scientist 2. 여자들이 엄살이라고?

하미나

엄살이란 말이 싫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몸이나 마음이 아플 때마다 이 단어를 떠올리며 나의 고통이 진짜인지 자꾸만 가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사 앞에선 자주 주눅 든다. 고통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경험인데도, 그것을 판단하는 권한이 내가 아닌 그의 손에 달린 것 같다. 엄마는 힘든 일이 생기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옆구리와 허벅지 피부를 피가 나도록 긁어도 간지러움이 가시지 않아 잠을 자지 못하셨다. 때로는 가슴이 조여들 듯 아프고 답답하다며 숨을 잘 못 쉬었다.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녀도 제대로 된 진단명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치료법도 매번 달랐다.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은 더욱 괴롭다. 성인이 되고 나...

내가 산부인과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 3. 대체 어디로 가야 해

Jane Doe

매출은 회사 운영 방향의 중요한 지표다. 국내 개인 병원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체계적이고 사업적으로 변하고 있고, 내가 담당한 병원의 원장도 매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 직원을 동원해 마케팅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하는 편이었다. 산부인과의 매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성병, 성형수술, 임신 검사. 성병은 워낙 흔한 데다가 치료를 위해 며칠 간 통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성형수술이야 수익이 크니 그렇다고 쳐도 임신 검사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의외였다. 주변에 임신을 하거나 출산을 한 지인들에게 보통 임신 기간 동안 통원을 하거나 출산을 하는 병원은 까다롭게 고르거나 아예 종합병원 산부인과를 선택한다고 들었기 때문...

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브라렛

라랄라

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는 많이 사고, 많이 영업하고, 많이 후회하는 필자가 직접 써본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리뷰하는 시리즈입니다. 세 번째 아이템은 브라렛 입니다. 지난 겨울,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위가 아프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뭘 먹기만 하면 그게 그대로 위장에 쌓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지속되었다. 체한 듯 답답한 느낌이 너무 오래가서 몸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겨울철 나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두꺼운 스타킹(따뜻하지만 복부를 압박한다)을 멀리하고 헐렁한 레깅스진을 입는 식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몸을 구속하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다 보니 여체를 옥죄는 금형, 브래지어에 다다랐다....

누가누가 더 뚱뚱한가? 라파파 VS 66100

김지양

‘뚱뚱함이 부와 아름다움의 상징’인 특정 시절이나 지역을 두고 ‘그 시절 또는 그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 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처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뚱뚱한 여성의 존재를 손쉽게 부정하곤 한다. 한국도 그런 분위기에 관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럽지만 일본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심해, 일본 여성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작고 마른 동양 여성의 이미지를 대변하거나 그러한 이미지로 소비되곤 했다. 이러한 경향 앞에 ‘크게’ 반기를 든 플러스 사이즈 매거진 <라파파(La-farfa)>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라파파>는 2013년 ‘폿챠리 여성들의 멋내기 바이블’을 표방하며 등장한 일본...

예, 나는 낙태하기를 원합니다.

오래

몇 달 전, 친구A가 임신 중절 수술을 하기 위해 수소문에 의지하여 병원을 찾던 중이었다. 가까스로 수술을 결정한 산부인과의 원장님은 여성 노숙인 및 성매매/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료 봉사 및 진료 후원을 오래토록 하고 계셨다. 당시 친구A의 애인은 살면서 처음으로 사회의 테두리 밖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을 받는 와중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들이 서로 의지하고 연대한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어쩌면 그 지난하고 굳건했을 절박한 연대는 오랜 불법 시술 역사와 공존하는 우리의 불가피한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게임에서 여자 가슴만 볼 건가

딜루트

게임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노출도와 방어력은 비례한다.” 게임 캐릭터들은 상위 등급으로 가게 될수록 거적때기를 벗어던지고 매력적인 장비를 입게 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각종 장비를 껴입는 남성 캐릭터들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은 점점 증가하게 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타입의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농담이 널리 통용될 정도로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은 게임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통용됐다. 게임 제작사는 여성 캐릭터의 특정 신체 부위를 구현하는데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이를 홍보하기도 한다. 다양한 작품의 로봇들이 콜라보레이션해 전투를 펼치는 <슈퍼로봇대전>...

언제부터 임신 중절이 죄스러운 일이었나

오래

가난하다는 것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됐는데 낳을 수가 없더라고요. (...) 지금 같으면 당연히 안 하죠. 그때는 너무 어렸고 가난했고, 또 그게 죄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죄를 지으니까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부모한테도 형제한테도 그런 얘기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도 얘기를 안 했어요. - 43p 아무래도 제일 큰 것은 나에 대한 실망이요. 그래서 막 자학 비슷한 걸 많이 했는데 그 한 달 쉬는 기간에는 지금 생각할 때 드는 느낌은 자학도 좀 너무 내 죄책감 면하려고 나를 불쌍하게 만들고 싶어서, 내가 그렇게 하면 내가 용서받을 수 있다 생각해서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골든컵을 찾아서: 첫 생리컵을 만나다

김쿠크

몇 달 전, 생리컵을 선물 받았다. 생리대를 사용하면 외음부가 항상 짓물렀고, 잘 때도 샐까 싶어 편하게 누워 자지 못했고, 밑 빠지는 느낌과 함께 생리통이 심했던 나를 위한 애인의 선물이었다. 사실 탐폰을 잘 사용하고 있었지만 국산 탐폰은 흡수력이 영 좋지 않아 생리대를 같이 착용하는 게 필수였고, 8시간 이상 탐폰을 착용하면 안 되었기에 잘 때만큼은 생리대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애인이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찾아 생리컵을 샀던 거였다. 애인은 처음 시도해보기엔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선물로 받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한 번 써 보고 불편하면 쓰지 말라는 말도 덧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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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지는 안녕하십니까

문여일

항상 그곳에 있었으나 그 존재가 삭제되어 온 곳. 내 몸의 일부지만 나조차도 잘 몰랐던 곳. 그래서 병에 걸려도, 걸린 줄 모르고 지나쳤던 곳. 바로 ‘보지’ 다. 몸이 괜히 으슬으슬하거나, 머리가 띵 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릴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또, 감기에 걸렸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그저 며칠 푹 쉬거나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 등, 그에 맞는 대응을 할 뿐이다. 그러나 여성 질환의 경우엔 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 채 쉬쉬하고 지나가거나, 혹은 정말 자신이 여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를 때도 있다. 감기만큼 흔하게 찾아오는 것이 여성 생식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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