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1)

핀치 타래생활정보우울증검은 개

검은 개(1)

나는 검은 개와 같이 산다.

friendblackdog

모두가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을 때, 난 검은 개와 함께였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활동들도 더 이상 기쁨을 가져다 주지 않았고, 식욕이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검은 개는 나의 기억과 집중력을 먹어치우는 걸 좋아했다. 함께 무언가를 하거나, 어디를 가려고 하면 초인적인 힘을 필요로 했다. 나는 나의 검은 개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가장 두려웠다. 사람들이 나를 어찌 평가할지 걱정했다. 검은 개와 생활한다는 낙인이 찍힐까 무서워, 나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며 티를 내지 않으려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얼마 없는) 아주 많은 양의 에너지를 검은 개를 감추는데 쏟아부었다. 감정을 숨기려 거짓말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진이 빠지는 일이다.  


그(검은 개)는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말하게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 나를 짜증나게 했으며, 측근으로 있는데 불편한 사람으로 만드는데 능했다. 반복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깨워질 땐, 눈을 뜨고 있어도 암전 된 것 마냥,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듯했다. 또한,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다음 날 내가 얼마나 피곤할지 상기시키는 것을 잊는 법이 없었다. 검은 개와 같이 산다는 건 조금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울적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최악의 경우, 감각이 없어짐과 같다. [살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그저 나의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다면.]을 바라게 된다.  


그를 도망치게 만들 것이라 생각된 것들을 하며, 그를 쫓아내는 시도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는 항상 우위를 차지했고, 주저앉아 있는 것이 다시 일어서는 것보다 쉬워졌다. 결국 나는 만물과 모든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 드는 지경이었다. 검은 개는 마침내 내 인생을 강탈하는데 성공했다.  


* 초반 포스트들을 통해 검은개(우울증)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SERIES

나는 검은 개와 같이 산다.

friendblackdog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