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노동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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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고발 10. 일 인분의 가사노동을 담당하지 않는다면

사월날씨

가사노동은 교육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불균등한 가사분담은 개인의 청결 기준이 아니라 의지의 차이일 뿐이다. 전담하니 익히더라 그간 남편이 불성실한 태도로 가사노동에 임했음이 입증된 건 가사분담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고 난 뒤였다. 하나의 영역을 전담해보니 어떤 가르침으로도 결코 체화되지 않던 것들, 이를테면 총노동량, 몸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하는 기획과 관리, 한없이 세세한 구석구석의 프로세스들을 남편은 점차 익혔다. 여러 영역을 골고루 맡으며 전체 집안일을 파악해 나갔다. 센스나 호오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절대적으로 가사노동을 못 하는 사람은 없다.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 또한 당연히 없다....

결혼고발 특별편: 명절, 바꿀 수 없다면 거부할 수밖에

사월날씨

나는 가족 구성원 누구도 빠짐없이 행복한 명절을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명절마다 여성이 남성의 친족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하는 일련의 부당함을 몸소 겪었기 때문이고, 그런 집안 문화 속에서 어머니를 위한 나의 제안들이 처음엔 시도되는 듯하다가 머지않아 지지부진, 결국 익숙한 기존 방식으로 빠르게 회귀하는 걸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행복한 명절은 내게 현실의 절실한 과제였다. 딸의 입장에서 내 아버지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내가 며느리 당사자로서 맞닥뜨린 상황은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결혼고발 6. 내 직업은 임시직? (하)

사월날씨

대학에서 재무관리 수업을 듣던 중이었다. “여학생들은 회계사 준비 많이 하세요.” 교수가 인자하게 우리를 독려했다. 업무시간이 여유롭고, 일정 기간 쉬었다가 다시 일하기도 용이해서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 학기에 나는 여성학개론을 수강하며 성평등에 관해 배우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위 발언의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너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를 전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한계에 가둘 거라곤 그 자리의 나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그다음 주 여성학개론 수업에서 일상 속 성차별을 주제로 토론하던 중, 한 학생이 나와 같은 재무관리 과목을 듣는지 위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교수와 학...

결혼고발 5. 내 직업은 임시직? (상)

사월날씨

시부모는 나의 커리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계실지도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나라는 사람보다 내가 행하는 역할이 그분들의 주 관심사라는 걸 알지만, 커리어는 나의 개인적 영역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못 받는 축에 속한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남편의 일과 직장에 관한 주제가 주를 이룬다. 무슨 업무를 하고, 동료들은 어떤지, 수입은 얼마나 되고, 회사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장단기적인 진로 계획까지 시부모는 남편의 일에 관한 많은 것들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면, 돌아오는 질문은 단 하나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만남이 반복되어도 변함없...

사라져야 사는 여자들 2.여자라서 그래

탱알

퇴사한 여성 동료의 험담을 늘어놓던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는 퇴사자가 "여자치고는 잘하시네요"라는 본인의 발언에 항의했던 일화를 좌중에 털어놓으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여자에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날의 나는 그 발언이 성차별임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여자를 업무적으로 평가할 때 "여자치고는"이라는 사족을 붙여야만 속이 시원한 사람들의 아집에 질려 버렸다. 그들은 자신이 여성의 비교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 개개인이 여성이라는 무리를 규정하는 표본으로 존재하며, 여성과 얽힌 부정적 경험이 또다른 여성을 추방할 근거로 활용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전업주부 같은 것'이 되고 싶지 않았다

김돌

나는 워킹맘 밑에서 자라면서 누가 뭐라든 엄마가 일하는 것을 긍정해 왔다. 어쩌면 그냥 좋은 것 이상으로 고집을 피운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 밑에서 자란 내게 흠이라도 찾는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나는 엄마가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여자가 일을 꼭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당당해진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면서도 나는 당연히 내가 워킹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일하지 않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러려고 대학간 거 아니잖아? 그러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하며 직장을 다닌게 아니잖아? '집에서 노는'여자가 되었다...

트레이너와 나: 여자 트레이너

신한슬

처음 PT에 등록할 때 나를 상담한 트레이너는 여자였다. 여성 전용 헬스장이라서 당연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헬스장에 여자 트레이너는 딱 한 명이었다. “저는 여자 트레이너였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한 명이다보니까, 제가 봐서 너무 너무 소심하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제가 맡는데, 웬만하면… 그리고 회원님은 딱 보니까 성격이 활기차서 괜찮으실 거 같아요.” 그렇다. 여자 트레이너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 헬스장의 주요 고객은 여성이다. 여성 회원이 편하게 여성의 몸에 대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여성 트레이너다. 예를...

‘여기자’, 10년 후를 상상하는 일을 관두다

김평범

얼마 전 회사에서 내년 한 해 동안 자신의 계획을 써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모든 기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이었다. 그 중에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여기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다. 여자이자 기자인 내가 현재 회사에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요즘에야 일하는 여성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여자들은 직장에서의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여성 기자의 경우는 어떻냐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좀 풀어 보고자 한다. 여성 기자에 대한 복지가 좋거나 정년이 보장되는 일부 '좋은 언론사'의 이야기는 빼겠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

경계심과 선긋기의 미덕

염문경

배우로 ‘데뷔’한지 4년 째. 연극영화과 졸업생도 아니요 아는 거라곤 오티알과 필름메이커스 (대표적인 연기자 구인 정보 사이트) 에 엉성한 프로필을 뿌리는 것뿐이었던 당시, 나는 ‘그저 뽑아만 주신다면 어디든’ 갔었다. 서류만 붙으면 아무리 가망 없는 오디션이라도 서너 시간씩 기다려 봤고, 정말 이상한 아저씨가 심히 어이없는 행동을 시키더라도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심성의껏 응했다. 그러기를 4년. 그저 과거의 추억이었더라면 좋겠지만 사실, 지금도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다. 어느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마따나 ‘배우는 캐스팅이 전부’인데다가,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도 훨씬 더 절박하고 아슬아슬한 나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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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해일

생각보다 훨씬 많이, 훨씬 가까이에 있다. 방금 전화한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거나, 집 앞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있다. 어쩌면 당신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경력단절여성 얘기다. 결혼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두 여성, 명희 씨와 은실 씨를 만나 보았다. 명희 씨 는 결혼 전에 현대자동차 사무직으로 일했다. “넉넉했어요, 그 당시에는. 정규직이었고, 그 당시에는 계약직이니 뭐 이런 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취업하자마자 바로 정규직이었고, 임금도 괜찮아서 넉넉하게 저축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어요.” 은실 씨 는 출판사 직원이었고, 그 다음에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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