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이 반사회적이며 위험한 단체로 지목하는 '메갈리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사면 SNS계정을 사찰당하는 것은 물론, 사태의 정도에 따라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작업물이 폐기되고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고 분노한 한국 남성 팬들 의 의심을 사지 않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행동 수칙을 따르면 된다. 1. 여성민우회를 SNS에서 팔로우하거나 지지하고 후원하지 않는다. IMC 게임즈 대표인 김학규 대표가 반사회적 혐오 논리에 대응하겠다며 왜 팔로우했냐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추궁한 여성민우회 는 1987년 창설되어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의 여성 단체이며...
제목을 이렇게 시작하려고 써 놓고는 깜빡이는 커서만 한 30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난해 SNS를 중심으로 '#XX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생존자들은 각종 업계에서 만연하게 벌어졌던 성폭력을 집단의 목소리로 끄집어냈다. 그러나 유독 '언론사'에 대한 이야기는 공론화되지 않았다고 느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쉽게 글이 이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새로운 집단에서의 고발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양 달려들고 해시태그가 붙어 올라오는 글들을 열심히 엮어 기사로 송출하기에 바빴다. 이런 기사를 미친듯이 써댄 각종 언론사와 기자들은 줄곧 각종 성범죄에 짐짓 엄중한 척...
처음 PT에 등록할 때 나를 상담한 트레이너는 여자였다. 여성 전용 헬스장이라서 당연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헬스장에 여자 트레이너는 딱 한 명이었다. “저는 여자 트레이너였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한 명이다보니까, 제가 봐서 너무 너무 소심하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제가 맡는데, 웬만하면… 그리고 회원님은 딱 보니까 성격이 활기차서 괜찮으실 거 같아요.” 그렇다. 여자 트레이너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 헬스장의 주요 고객은 여성이다. 여성 회원이 편하게 여성의 몸에 대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여성 트레이너다. 예를...
나는 워킹맘 밑에서 자라면서 누가 뭐라든 엄마가 일하는 것을 긍정해 왔다. 어쩌면 그냥 좋은 것 이상으로 고집을 피운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 밑에서 자란 내게 흠이라도 찾는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나는 엄마가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여자가 일을 꼭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당당해진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면서도 나는 당연히 내가 워킹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일하지 않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러려고 대학간 거 아니잖아? 그러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하며 직장을 다닌게 아니잖아? '집에서 노는'여자가 되었다...
배우로 ‘데뷔’한지 4년 째. 연극영화과 졸업생도 아니요 아는 거라곤 오티알과 필름메이커스 (대표적인 연기자 구인 정보 사이트) 에 엉성한 프로필을 뿌리는 것뿐이었던 당시, 나는 ‘그저 뽑아만 주신다면 어디든’ 갔었다. 서류만 붙으면 아무리 가망 없는 오디션이라도 서너 시간씩 기다려 봤고, 정말 이상한 아저씨가 심히 어이없는 행동을 시키더라도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심성의껏 응했다. 그러기를 4년. 그저 과거의 추억이었더라면 좋겠지만 사실, 지금도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다. 어느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마따나 ‘배우는 캐스팅이 전부’인데다가,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도 훨씬 더 절박하고 아슬아슬한 나이의...
얼마 전 회사에서 내년 한 해 동안 자신의 계획을 써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모든 기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이었다. 그 중에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여기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다. 여자이자 기자인 내가 현재 회사에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요즘에야 일하는 여성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여자들은 직장에서의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여성 기자의 경우는 어떻냐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좀 풀어 보고자 한다. 여성 기자에 대한 복지가 좋거나 정년이 보장되는 일부 '좋은 언론사'의 이야기는 빼겠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훨씬 가까이에 있다. 방금 전화한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거나, 집 앞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있다. 어쩌면 당신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경력단절여성 얘기다. 결혼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두 여성, 명희 씨와 은실 씨를 만나 보았다. 명희 씨 는 결혼 전에 현대자동차 사무직으로 일했다. “넉넉했어요, 그 당시에는. 정규직이었고, 그 당시에는 계약직이니 뭐 이런 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취업하자마자 바로 정규직이었고, 임금도 괜찮아서 넉넉하게 저축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어요.” 은실 씨 는 출판사 직원이었고, 그 다음에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다음은 경력 단절 여성의 커리어와 수입에 관한 몇 가지 통계들이다. 1. 경력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결혼이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기혼 여성 956만명 중 일을 그만 둔 경력 단절 여성은 197만명 으로 약 20% 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을 그만 둔 사유는 결혼이 41.6%로 가장 높았다. 2. 경력 단절 후 취업을 하면 월급이 50만원 깎인다.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지원과의 조사 결과, 경력 단절이 없는 여성의 월급은 평균 204.4만원 이었다. 취업한 경력단절여성의 월급은 평균 149.6만원 이다. 3....
시부모는 나의 커리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계실지도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나라는 사람보다 내가 행하는 역할이 그분들의 주 관심사라는 걸 알지만, 커리어는 나의 개인적 영역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못 받는 축에 속한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남편의 일과 직장에 관한 주제가 주를 이룬다. 무슨 업무를 하고, 동료들은 어떤지, 수입은 얼마나 되고, 회사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장단기적인 진로 계획까지 시부모는 남편의 일에 관한 많은 것들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면, 돌아오는 질문은 단 하나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만남이 반복되어도 변함없...
퇴사한 여성 동료의 험담을 늘어놓던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는 퇴사자가 "여자치고는 잘하시네요"라는 본인의 발언에 항의했던 일화를 좌중에 털어놓으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여자에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날의 나는 그 발언이 성차별임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여자를 업무적으로 평가할 때 "여자치고는"이라는 사족을 붙여야만 속이 시원한 사람들의 아집에 질려 버렸다. 그들은 자신이 여성의 비교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 개개인이 여성이라는 무리를 규정하는 표본으로 존재하며, 여성과 얽힌 부정적 경험이 또다른 여성을 추방할 근거로 활용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드디어 이 주제를 쓰게 됐네요. 회사를 다니며 가장 열이 받았던 외모 평가요. 회사를 세 곳 정도 다녔고 일한 기간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사 사람이 시시콜콜 떠들어대던 주제 중 하나죠. 저는 많은 회사의 문제점 중 하나가 시답잖게 외모 얘기로 대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어디든 그 사람이 누구든 평가받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친구들과도 외양 얘기를 하지 않아요. 으레 할 수 있는 그 가방 샀네? 예쁘다, 너 살찐 것 같다, 빠진 것 같다, 화장이 잘됐다, 그 신발 별로다 등등 모든 평가를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칭찬이든 욕이든 어쨌든 평가고 저는 누군가한테 평가를 받으려고 화장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이 연재 제목에 있듯 저는 밀레니얼이에요. 정확한 나이를 밝힐 수는 없지만 밀레니얼의 중간에서 끝자락을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지금처럼 밀레니얼에 열광할 때는 아니었어요. 사실 언제든 세대론은 있잖아요. ‘신인류’라는 말도 그렇고 ‘88만 원 세대’도 있었고 ‘X세대’도 있었고요. 게다가 한두 명(개)을 일반화시키며 집단 나누기를 좋아하는 나라기도 하고요. 여자라고, 남자라고, 비서울 출신이라고, 여대라고, 남녀공학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어리다고... 뭐 정말 끝도 없죠. 밀레니얼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발단이 <90년생이 온다>(웨일북, 2018)가 될지는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