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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따뜻했던 폭력

유의미

헤어지자고 한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끝까지 무덤덤한 모습이 또 한 번 원망스러웠다. 다정했던 순간의 산산조각들은 떠올리기도 싫었다. 칼날처럼 예리해서 살점이라도 베일 것 같았고, 함께 만든 기억에 혼자만 소스라치는 것도 비참했다. 도망치듯 집에 돌아와 내리 다섯 시간을 울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슬픔이 아니었다. 술을 진탕 먹은 다음 날, 닭갈비를 먹다 얹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명치에 뭐가 걸린 것처럼 갑갑했다. 그래, 메스꺼움이었다. 내 지난날이 불쌍해서 토할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로부터 빼내어 분리하고 싶었다. 뺨을 한 대 치고도 싶었다. 그렇게 자기연민과 비난과 분노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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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있다

이민경

당신에게는 당신을 지킬 의무가 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의 속편을 준비하던 때 적었던 첫번째 소제목이다. 2016년 말쯤 계획했던 속편 출간은 유야무야 무산되었으나 그 때부터 지금껏 나는 어쩐지 무산되었던 속편을 끊임없이 입으로 읊으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언니, 그의 친구, 온라인으로 연결된 여성, 인터뷰를 위해 만난 여성, 강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나를 잠시 불러 세운 여성, 학교에서 만난 동료, 동료의 동생까지 수없이 많은 여성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야 했고 그 때마다 내가 동일한 간절함을 담아 건네는 첫 마디는 언제나 같았다. 네게는 너를 지킬 의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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