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비혼

핀치클럽에 가입하세요

핀치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여성의 삶,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
더 많은 여성 작가 작품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핀치클럽 한정 정기 굿즈는 물론,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등 핀치의 행사에
우선 초대 혜택이 제공됩니다.

여성의 노동

결혼과 비혼

<결혼과 비혼>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A의 탈혼기 12. 꽃뱀에게 물렸다고 생각한다

Jane Doe

다시 잡힌 조정기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처럼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전화가 울렸다. 오랜만에 연락 온 후배이자 B의 동기였다. 오랜만에 연락한 N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B에 대한 이야기였다. N이 해준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N은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B가 N의 친구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N의 친구는 나와 마주친 적이 몇 번 없는 후배였다. 그 친구 말로는 B는 억울하다고 했대요. 사실 주변에도 자기가 이혼한 이유는 A언니가 B에게 전통적인 가장의 역할을 요구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했고요. N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친구가 B 컴퓨터에서 좀...

A의 탈혼기 11. 아무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

Jane Doe

조정실이 늘어져있는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나와 변호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변호사는 내게 인사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다음 재판이 있어서 이제 가보려고요. 그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던 때, 방금 전 까지 유심히 보지 않아 몰랐던&nb...

A의 탈혼기 10. 조정기일

Jane Doe

일러스트 이민 조정기일까지 시간은 빠르게 지나 겨우 3일 정도만 남았던 때였다. 아직 내가 보낸 반소장에 대한 답변 서류는 오지 않았다. J는 가능하면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일상에 집중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을 고르고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봤다. 무엇보다 조정실에서 B와 그 변호사를 마주할 자신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잠시 회사 밖으로 나와 편의점에 들렀다. 나는 담배 한 갑과 300원짜리 라이터를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근무시간이 한창인 낮이었다. 난 누가 볼까 회사에서 최대한 멀리, 하지만 너무 멀어지지 않을 정도의 공터를 찾아 나섰다. 인적이 드문 골목,...

A의 탈혼기 9. 기분의 문제

Jane Doe

건강을 되찾자마자 나는 틈날때마다 간략한 사정을 정리해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한 상담을 받았다. 나에게는 답변서를 내기까지 약 한 달가량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가능한 많은 곳에 연락을 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애썼다. 약 일주일 동안 나는 이런 저런 변호사 사무실에 내 개인정보를 뿌리고 다녔다. 나와 그의 나이, 혼인 기간, 자녀의 나이와 양육기간을 비롯해 지금까지 써온 이야기 중 굵직한 사건 몇 가지,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이 글에 포함되지 못했던 몇 가지 일을 적었다. 내가 주로 강조한 것은 그의 폭력성과 경제력 없음,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내게 저질렀던 것들이었다. 곧 답이 오기 시작했다. 빠르면 몇 시간...

A의 탈혼기 8. 위자료를 받기 위해 결혼한 여자

Jane Doe

석 달 뒤 나는 다시 B와 함께 관할 지방법원에서 만나야 했다. 나는 법원에서 보내온 문자가 알려준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사람들은 붐볐고 언뜻 보기에는 어수선했지만 이 모든 일들은 규칙이 있었다. 마치 대학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곁눈질로 이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혹시라도 오늘 마음이 바뀐 B가 이 자리에 오지 않을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아직 B는 오지 않았다. 원래 일찍 오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려 애썼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설마 마음이 바뀐 것은 아닐까. 혹시 이 일을 까먹은 것은 아닐까. 나는 계속 문을 보고 앉아있었다. 한참 뒤...

A의 탈혼기 7. 내 잘못이 아니었다

Jane Doe

그래도 내가 그때까지 그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적어도 한 가지 위안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나는 B에게 맞지 않았다. B는 내 손목을 잡고, 억지로 나를 꽉 안아 일어나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고, 물건을 집어던진 적도 있었고, 나를 협박한 적도 있었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고, 자살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적어도 B는 나를 때리지는 않았다. 그때 폭력이라는 것이 상대를 때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인지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겨우 아이가 태어난 뒤에야 깨달았다. B의 행동이 아이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야 나는 그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A의 탈혼기 6. 탈혼을 결심하다

Jane Doe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한참 아이를 돌보다 시계를 보면 완벽히 생소한 숫자가 보였다. 갓 태어난 아이는 좀처럼 시간을 맞춰 잠을 자지 않는다. 당연히 아이를 보는 나 역시 시도 때도 없이 깨어있어야 한다. 아기가 잠시 잠에 들면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A의 탈혼기 5. 나가 계시라고 할까요?

Jane Doe

그 상황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때 누구라도 엉망이 되어버린 집 모양을 보고 이 상황을 알아차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쓰러졌다는 사실에 집중했을 뿐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없어보였다. 난생 처음 들것에 올려졌다. 주변에 다행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나를 알아볼까 두려워 몸을 바짝 웅크렸다. 그 모습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며 내게 물었다. “괜찮아요? 많이 아픈가봐요.” 우습게도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 깊이 몸을 웅크렸다. 마침내 들것에 눕혀진 내가 구급차에 올랐다. 제발 나는 나 혼자만 구급차에 타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보호자’인 B를 나와 함...

A의 탈혼기 4. 애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Jane Doe

나는 재정을 포함해 결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그보다 더 많이 책임지고 있었다. 나는 가장이었다. 그러나 남편의 가족들 오직 B가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통을 들먹이며 그들을 받들어 뫼시기를 요구했다. 그 순간 이후 나는 그의 가족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 온 뒤,&...

A의 탈혼기 3. '잠깐만 맞춰주자'고?

Jane Doe

늦은 새벽이었다. 다음 날 회사에 가려면 빨리 자야 했다. 하지만 나는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난장판이 된 집을 당장 치우는 게 맞는 것인지,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집에 돌아온 그가 반성하게 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하자면 꽤 하찮은 고민이었다. 일단 나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그 꼴을 계속 보고 있으면 또 화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렸다. 나는 웅크린 채로 대체 무엇이 이렇게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했다.더 이상 양보할 수 없었다. 책임져야 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거기에 무책임한 어른을 하나 더 책임지고 산다는 것은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과 달라져야...

A의 탈혼기 2. 모든 것이 달라졌다

Jane Doe

놀랍게도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의 가족들은 조금 놀랐지만 어쩔 수 없다며 생각보다 쉽게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의 가족들 역시 생각보다 담담하게 이 모든 일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나는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상견례 자리에 안착했다. 미리 각자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였지만 어쨌거나 불편한 자리였다. 몇 가지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간 뒤 마침내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요즘 세상에 남자가, 여자가 이런 말이 어디 있냐며 부담 갖지 말고 서로 편하게 맞춰가자고 했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

임신일기 35주차. 여성은 뭘 해도 욕 먹는 나라

ND

계속 커져만 가는 내 배를 보면서 이것 참 야만적이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인간의 몸을 어디까지 부풀릴 셈인가, 하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거장을 이기고, 유전자가위로 난치병도 고친다는 2018년에 사는데 인간이란 존재는 여전히 여성의 몸에서 열 달 동안 자란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다니. 곧 터질 것만 같이 커다래진 내 배를 바라보고 있으면, 여성의 몸을 통해야만 재생산이 가능한 현대라는 건 그 자체로 너무 여성을 배제하는 사회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여성에게 가혹할 일인가? 다른 기술들은 다 발달했는데 어째서 여성의 몸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재생산 부분에서만 진보가 없냔 말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