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의 뮤직어라운드: 김사월 x 트램폴린 [SUPREME]

알다여성 음악가

김윤하의 뮤직어라운드: 김사월 x 트램폴린 [SUPREME]

김윤하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 여성 작사가, 여성 연주자. 우리가 음악과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해당 표현에서 여성을 남성으로 치환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나 떠올려 보면, 대중음악신 역시 한국 사회의 기본 로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 감성과 멜로디로 서로를 위무한다는 음악신에서도 여성에 대한 타자화는 일상인 것이다. 프론트에 서는 것, 기타를 치는 것,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것. 뮤지션의 자연스러운 요소들이 그 주체가 여성이 될 때만 어쩐지 ‘특별해진다’.

'Supreme'

지금까지 이성에 의해, 혹은 이성과 비교당하며 그 ‘특별함’을 인정받아온 ‘여성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목소리만으로 여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함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겠다 선언했다. 지난 9월 23일 KT&G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트램폴린과 김사월의 합동공연 [Supreme]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건 ‘왜 이 두 팀일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일도, 장르도, 심지어 레이블도 전혀 다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관능적인 보컬과 비밀스런 선율로 매만진 단 두 장의 앨범으로 한국 포크신의 슈퍼 루키로 자리매김한 김사월과 원맨밴드에서 2인조를 거쳐 신서사이저, 기타, 베이스라는 지금의 3인조 체제를 굳히고 한층 완성도 높은 앨범과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는 일렉트로 팝 밴드 트램폴린. 각자의 영역에서 개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두 팀 사이 어떤 접점이 있었을까, 그리고 합동 무대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보여주려 하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힌트는 공연에 앞서 공개된 인터뷰 영상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 가능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김사월과 트램폴린의 차효선은 합동공연이 성사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먼저 서로의 활동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무대를 통해 ‘여성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욕심을 위해서라고. ‘최고’라는 뜻을 가진 ‘Supreme’을 공연명으로 과감히 정한 것 역시 그 공연명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주겠다는 두 팀의 의지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여겨지기 쉽지 않은 수많은 뒷이야기를 안은 채 공연은 시작되었고, 결과는 뭉클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은 첫 음의 시작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갔다. 김사월의 ‘꿈 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로 시작해 그날의 주인공 네 사람이 모두 무대에 올라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부르며 신나는 춤사위를 나눈 그 순간까지 공연은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멋’으로 가득 찼다. 함께 듀오로 활동했던 기타의 김해원을 포함한 풀 밴드 구성으로 약 한 시간의 셋 리스트를 준비한 김사월과 그야말로 ‘작정하고’ 무대 위에 올랐다는 말이 어울리던 트램폴린의 공연을 지나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두 밴드의 합동무대였다. 이미 각자의 무대를 통해 김사월이 트램폴린의 ‘teresa’를 트램폴린이 김사월의 ‘젊은 여자’를 커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뮤지션도 관객도 성에 차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앵콜 환호와 함께 다시 무대에 오른 네 사람은 김사월의 ‘접속’, 트램폴린의 ‘Black Star’,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차례로 연주했다. 춤을 추는 포크 싱어 김사월을 볼 수 있다는 흔치 않은 기회였음은 물론, 확실한 개성과 개성이 더해져 한층 더 훌륭한 개성을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흥겨운 시간이었다. 특히 트램폴린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출중한 실력과 매력에 김사월의 몽환이 더해져 채 말로 설명하지 힘든 무드를 자아냈던 ‘Black Star’는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한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관객 연령대 탓인지 김완선의 노래에 맞춰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어색하게 덩실거리던 관객들의 모습 역시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이제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되어버린 ‘걸크러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도 시원치 않을, 이들의 또 다른 합동공연을 무턱대고 다시 한 번 꿈 꿔보게 되는 멋진 ‘크러시’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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