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발표되던 날, 모두가 환호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한국형 스트리밍 서비스 - 결제는 채널별로 나눠 하지만 광고는 봐야 하며 화질은 구리고 자꾸 끊기는 데다 온통 국산 콘텐츠 뿐이라 보다가 좌절하는 - 를 탈출해 드디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적절한 돈을 내고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토렌트 파일을 찾아 헤매며 느꼈던 짜증, 별 해괴한 조선번역 자막을 보는 고통에서 해방된다 생각하니 오히려 돈을 낼 날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올해 1월 25일, 넷플릭스 결제를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 속에서 LGBT는 어떤 식으로 소비되는가? 아니, 일단 등장하기는 하는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그려지거나, 혹은 극의 흐름을 위해 단순히 이용되고 버려지는 캐릭터는 아닌가? LGBT 캐릭터가 한국의 지상파 연속극에 '이름'을 가지고 등장한 경우만 모아, 첫 등장, 극 중 비중, 그리고 결말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바야흐로 ‘올해의 ○○’ 계절이다. 유수의 명망인과 기관들이 올해 발표된 문화예술 콘텐츠 ‘BEST ××’을 발표한다. 당연히 불만은 있다. 어떤 텍스트가 감동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온전히 텍스트 그 자체의 힘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그 힘의 절반은 그것을 접하는 향유자의 상황과 맥락에 기대 있다.&nb...
더 나은 여성의 삶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헤이메이트>가 <핀치>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2018년을 결산하는 다섯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헤이메이트>의 윤이나, 황효진이라는 필터를 거쳐 올해의 엔터테인먼트 지형을 돌아봅니다. 네번째 순서는 올해의 드라마와 여성. 스물 여섯, 마흔 넷 올해 시청률과 관계없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시끄러웠던 드라마를 꼽는다면 tvN <나의 아저씨>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방영되기 전의 분위기를 기억한다. 트위터에서는 스물여섯살 아이유와 마흔네살 이선균이 주인공을 맡고, 제목이 '나의 아저씨'라는 사실만으로도 즉각 비판이 일었다. 왜 아니겠는가? <나의 아저씨>, 아이유. 사진 tvN ...
영화관보다 집 거실에서, 큰 스크린보다 핸드폰 화면으로. 늘어져서 넷플릭스 보기가 인생의 특기인 필자가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영상들을 소개합니다. 왜 지금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넷플릭스 애청자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꽤 많은 수의 영상 사이를 하릴없이 헤메다가 어느 날 벼락과도 같은 계시를 맞고 특정 시리즈를 정주행하게 되는 법이니까.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굿와이프>를 처음 보게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장장 시즌 일곱 개, 매 시즌마다 22화 이상의 에피소드를 끈질기게 보게 될 줄이야. 굿 와이프 굿 와이프의 타이틀 이미지. CBS 제공 시리즈 제목: 굿 와이프 (the good wife) 제작사: CBS 시즌: 7개 완결 여부: 완결 왜 지금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넷플릭스 애청자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꽤 많은 수의 영상 사이를 하릴없이 헤메다가 어느 날 벼락과도 같은 계시를 맞고 특정 시리즈를 정주행하게 되는 법이니까.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굿와이프>를 처음 보게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장장 시즌 일곱 개, 매 시즌마다 22화 이상의 에피소드를 끈질기게 보게 될 줄이야....
눈 밑에 점 찍고 돌아온 그로 인해 급부상한 '막장 드라마'라는 게 한국만의 고유 속성은 아니다. 라틴 드라마계의 '텔라 노벨라'처럼 이미 세계 각지에는 이와 비슷한 장르를 부르는 단어들이 있지 않던가. 우리가 막장이라 쉬이 일컫는 이 드라마들은 분명히 언어를 넘어서 인간을 어느 단계에서 매료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 그것이 넷플릭스의 프로듀서들에게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짐작해 본다. 매주 한 편씩 공개되는 에피소드마다 막장의 정석과도 같은 요소가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겨 있는 <다이너스티: 1%의 1%> 이야기다. <다이너스티> 포스터. CW 제공 이 드라마가 만...
무료함이 다가왔다면, 딱 200분 동안 당신이 배를 잡고 구르게 만들 즐거움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한 <드라마월드>다. *주의: 이 글은 <드라마월드> 스포일러 함량이 높습니다.* 남주, 여주, 김치 싸대기, 성공적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시청을 포기한 한국 드라마를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좋아하게 되어버리면서, K-팝에 이어 K-드라마는 또 하나의 유별난 서브컬쳐 장르로 공식화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외국인 덕후들이 뭉쳐서 한국 드라마만이 가진 뻔하디 뻔한 클리셰를 즐겁게 버무려 낸 드라마가 <드라마 월드> 되시겠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가스파드 작가의 <...
아래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즌 6의 스포일러와 전 시즌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넷플릭스의 간판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아래 오뉴블)> 시즌 6이 지난 7월 말, 드디어 공개됐다. 사실 '드디어'라고 표현하기에 기다림이 그렇게는 길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극악의 편성과 실제작까지의 온갖 잡음이 이는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 <오뉴블>의 제작 및 릴리즈 스케줄은 생각보다 순조로운 편이었으니까. 기억하시는지. <오뉴블> 시즌 5의 마지막 장면을. <오뉴블> 시즌 5를 정주행했을 당시 나는 그 마지막 장면의 여운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지하 벙커에서 마지막을 예감하고 나란히 선 그들, 끝의 끝까지 남아 불의에 저항하던 죄수들...
<하우스 오브 카드> 회차 정보: 시즌 6개, 에피소드 총 73개 러닝타임: 각 편당 55분 이상 추천합니까?: 시즌 5 이후로는 그닥. 넷플릭스가 #미투에 연루된 케빈 스페이시를 <하우스 오브 카드>(아래 <하오카>) 시즌 6(에서부터 전격 하차시킨다고 발표했을 때, 나는 그들의 빠른 대처를 환영했고, 동시에 로빈 라이트(클레어 언더우드를 맡은)가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에 설렜다. 캘린더에 어떤 일정이든 표시해 두기를 즐기는 인간은 아니지만, 마음 속에 <하오카> 시즌 6의 공개일 정도는 북마크해 둘 수 있었다. 11월 1일. 정작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었을 때, 이전 시즌들의 내용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시즌 1부터 다시 시작하느라 시즌 6을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일이었지만....
드라마 <그레이스>(넷플릭스, 2017) 그레이스 마크스 배우를 여배우라 부르고, 경찰을 여경이라 부르고, 교사를 여교사로 부르는 것은 많은 경우 성차별의 맥락을 벗어나지 못한다. 명사의 여성화는 대부분 원래 호칭이 가진 전문성과 받아 마땅한 존중을 격하하는 불순한 의도로 쓰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그레이스>의 그레이스는 이 지점에서 기묘한 전복을 시도한다. ‘살인마’의 여성형, 살인하는 여자(murderess). 그레이스는 호칭이라기보다 낙인에 가까운 정체성에 ‘여성’을 붙여 이것을 한층 각별하게 받아들인다("I’d rather be a murderess than a murderer if th...
일러스트 이민 시즌제로 기획된 MBC <검법남녀2>는 현재 월화 드라마 중 시청률 1위 프로그램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TNMS 시청자 데이터에 의하면 <검법남녀2>의 20회의 경우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 시청률 순위 1위를 휩쓸기도 했다. 같은 날짜에 방영된 드라마, 예능, 뉴스 프로그램을 모두 이기면서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처음부터 드라마가 시즌제로 구성되면서 고른 호흡을 이어나갔고, 그 덕분에 이야기 얼개나 스토리 라인이 매우 튼튼했다. 등장 인물들도 입체적이어서 이입하기 쉬웠고, 각 에피소드도 뒷심이 좋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2018년 7월 17일,...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얼터드 카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는다면 지금 뒤로가기를 누릅시다! 이렇게까지 예상한 대로 갈 필요는 없잖아요. <얼터드 카본>을 끝까지 정주행 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얼터드 카본> 미리보기를 쓰면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의 흥행 요소를 잘 가져다 쓸지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는 것 외에 이 드라마를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잘 감이 오지 않을 뿐이다. 사이버펑크의 고루한 여성혐오 우선 드라마 자체의 감상을 펼치기 전에 <얼터드 카본>의 장르적 속성으로 변명할 수 있다고 믿은 드라마 전반의 여성혐오를 짚고 넘어가야 마땅하다. 모든 SF의 세계가 그렇진 않을진대, 특히 사이버펑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