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참정권=생명권'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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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참정권=생명권'인 이유

'재외선거사무중지 결정' 이 웬 말이냐

오인제오

부끄럽지만, 

세월호 사건이 있기 전에 나는 정치나 사회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다. 

정치는 늘 싸움투성이이고, 거짓말쟁이들의 그렇고 그런 놀이, 중년 남자들의 지루한 가십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군대얘기를 하면 하품을 했던 것처럼, 정치얘기를 하면 귀가 절로 닫혔다. 

정치에 관한 무지와 무심함이 내 일상에 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2014년 4월 16일, 정치가 나의 영역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세월호 뉴스를 듣고, 잠시 머리가 멍해졌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후 하나 둘씩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내 피부에 와 닿던 그 감각을 잊을 수가 없다. 

돌아보니 내 삶에 영향을 미쳤던 모든 것들이 다 하나같이 정치의 문제였구나 생각을 한다. 

80년 광주를 겪은 부모님은 어릴 때 무슨 말을 하다가 농담반, 진담반인듯 그런 말을 하곤 했는데, 

"떽! 그런 말하면 못써! 그러다 저 뒷집에 누구누구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간다!" 

부모님은 내가 서울로 대학을 가자, 꼭 손을 붙들고, 

"대학가서 절대 운동권의 '운'에도 가까이 가지 말거라. 학생회는 얼씬도 말고." (미안해요, 총학생회 사무국장까지 해서)

대학 가자 겪었던 가장 큰 정치는 바로 '페미니즘' 이었다. 

당시 농활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학교가 뒤숭숭했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자보와 가해자의 사과 자보로 온 학교가 들썩거렸다. 그 때까지 나도 일상에서 수많은 성폭력을 겪어 왔음에도, 농활성폭력 사건과 내가 겪은 그런 일들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그런 썩어 빠진 물에 같이 있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으니 법대를 빠져 나오고, 연극을 하면서도 주변 배우들이  '이윤택이 그렇고 그렇다더라'고 가십처럼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던 것 같다. 

서지현 검사의 뉴스룸 인터뷰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인터뷰는 내 삶의 다른 차원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계속해서 회피하고 도망치고, 관심끄려고 했던 그런 일을, 어떤 사람이 자기의 자리, 아니 자기의 목숨을 걸고 나와 폭로했을 때의 에너지를 화면을 뚫고, 피부로 아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N번방'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사건) 사건이 내 눈앞에서 중계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이를 "예견된 범죄,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위기" 라고 하였고,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 "이번이 아니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 라고 관심을 촉구하였다.

독일에서 살면서 피부로 가장 먼저 느끼는 정치적 이슈는 바로 기후 위기 문제 이다.  

사람들이 플라스틱 포장재에 민감해하고, 거리에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금요일마다 울려퍼진다. 빙하 전문가가 나와서 " 2030년이 되면 이제 북극 빙하는 없어질 것이다. 이미 늦었다." 라고 말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코로나는 정치적이지 않을까?

전염병이야 말로 사회의 정치경제 체제의 실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염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그에 따른 경기 침체와 복지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약자, 빈곤층, 장애인, 영세노동자,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에게 돌아간다. 

독일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가정폭력발생율이 급격히 증가하였다고 한다. 

정치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나는 국가폭력,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 그 주제를 엄중하게 다루는 정치인과 당에 투표할 것이다. 나는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다루는 정당과 정치인에 투표할 것이다. 이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나로 살기 위한, 그냥 살.기.위.한. 내 최소한의 정치이다. 

이러한 상황에 그런 나에게 참정권을 빼앗는 선관위의 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생명권을 빼앗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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