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병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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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병원일까.

베를린 인지학 병원 방문기(1)

오인제오

10년 전부터 몸에 가져왔던 녀석이 이제는 더 커지면 좋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으로 수술을 권유 받았다. 내가 가는 1차 주치의는 2번째 바꾼거지만,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태도와 설명으로 불만이 많던 차였는데, 수술까지 권유를 하니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곳 독일에서는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참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덩달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곤 하는데, 독일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인간 간의 접촉과 교류가 1차적으로 참 어려운 지점이 있다. 처음에는 언어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가, 지난 주 아일랜드를 다녀오고 나서는 확신이 들었다. 아, 독일사람들이 정말 무뚝뚝하기는 하구나. 골웨이(Galway)에서는 눈을 보면 인사하고, 가게만 들어가도 웃으며, '하이, 하우아유'가 절로 나오던데. 

그래도 주변 독일인 친구 중 나랑 참 잘 맞는 친구들도 많은 것을 보면,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란 것이 여기 사는 재미이고, 이유이다. 내가 관계를 이어가는 친구들은 참, 속 깊고 정 많은 친구들이라 매번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한국 명절까지 챙겨주는 친구들이다. 그런 것 보면, 무뚝뚝함이나 차가움이 독일의 국민성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자주 듣는 팟캐스트인 Easy German의 진행자 Cari도 베를린 병원에서 겪었던 무뚝뚝한 직원 성대모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배꼽을 잡고 웃었다. 뮌스터 출신인 Cari는 베를린이 유독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쓰다 보니 이것도 얘기하다보면 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 기회로 넘기고. 내가 경험한 베를린의 인지학 병원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1차 의사가 권한 병원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었다. 진단서를 떼어 주며, '그 병원에 예약을 잡고 검사를 받고 수술을 하면 된다.'가 이 의사가 내게 해준 말의 전부이다. 사실 내가 가진 건 살면서 크게 위중한 병이 아니고, 10년 전부터 몸에 가지고 있었고, 늘 정기검진을 통해서 그 상황을 체크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궁금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1차 병원의 의사가 이제는 수술을 해야겠다고 판단을 내린 근거에 대해서는 좀 듣고 싶었다. 간단한 수술이지만 전신마취를 해야하고, 병원에 3일동안 입원을 해 있어야 한다면, 내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두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도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정말로 이 수술이 필요한 것인지. 하지만 의사의 태도를 보고는 그와 대화를 하는 것이 더이상 내키지 않았다. 나도 아주 사무적으로 상담을 마치고 진단서를 들고 병원 밖을 나섰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이게 정말 필요한 수술인지에 대해서 검색해보고, 고민해보았다. 늘 그렇듯,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의학정보는 다 천편일률적이다. 어떤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병증을 온 몸 전체의 관점에서 보고 판단할 근거들은 부족하다. (이건 누구도 할 수 없는 건가?) 그 때 문득, '아! 내가 독일에 있지!'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주변 인지학 병원을 검색하였다. 빙고! 집에서 가깝지는 않지만, 40분정도 차를 타고 가면 있는 베를린 슈판다우(Spandau)아래 쪽 Kladow라는 지역에서 공동체 병원 하펠회헤(Gemeinschaftskrankenhaus Havelhöhe)를 찾게 되었다. 

<하펠회헤의 로고, 벨레다 화장품이나 발도르프 관련된 걸 경험해 본 분들은 이 글씨체가 많이 익숙할 것이다. 홈페이지에서 본 이 글씨체를 보고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이 지역은 전에 윤이상 하우스 콘서트 때문에 한번 방문해 본적이 있는 곳이다. 주변에 하펠 강이 흐르고, 넓은 평야도 있는 곳이라 베를린에서 잠깐 벗어났는데도 이런 한적한 곳이 있을까 싶은 곳이었다. 

<빨간 지붕이 보이는 곳이 '공동체 병원 하펠회헤' : 거의 휴양지 수준>

당장 이메일을 보내 해당 과에 약속을 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메일로의 연락은 사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답이 안 오면 내일 전화를 해보자 하던 참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 2주 후 병원에 방문해 달라고. 

독일에서 이렇게 빨리 병원 약속이 잡히는 것도 신기했고, 이메일로 이렇게 빨리 답장을 주는 것도 신기했고, 내가 갈 수 있다고 답하자  '친절하게' 내가 방문해야할 건물이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떻게 오면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것도 신기했다. 험한 곳에 살다보니, 이런 따스한 친절이 작지만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하펠회헤 건물 모습, 평범한 병원 건물과 다르지 않지만 안은 다르다>

그곳에 가면 수술하지 않고도 어떤 신통방통한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새로운 치유 의학을 환자로서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굉장한 기대감에 들뜨게 되었다. 동시에 내 몸 속의 문제 부위의 통증도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2편에 계속) 

*인지의학: 독일의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시한 것으로 사람의 몸, 마음, 영혼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를 모두 돌보는 전인적 관점에서 치료를 하는 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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