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버둥 노래를 들어볼까.

핀치 타래대학생일상휴학

그럼 이제 버둥 노래를 들어볼까.

버둥 공연 보러 가던 날

혜영

오늘은 뭐하고 놀까~


취미가 무엇이냐 물으면 음악감상이라 하겠다. mp3를 갖게 된 초등학생 4학년때부터 지금까지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다. 얼마전까지 나의 재생목록은 멜론 실시간 차트, 가끔 특정 가수의 음악이 듣고 싶을 때는 지금껏 발매한 앨범 전곡 재생. 언젠가부터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 아니라면 듣지 않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크게 한 몫했다.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차트에 있으면 들었던 가수들이 무더기로 연루되는 걸 본 이후로 음악을 들을 때도 신중하게 골라 듣게 되었다.

최근에 좋아하게 된 가수는 네오포크 뮤지션 '버둥'이다. 버둥을 알게 된 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광광 울면서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던 중 누가 인스타에서 본인이 요즘 듣는 노래라며 버둥의 '태움'을 추천해주었다(압도적감사..). 노래의 첫 소절은 '내가 죽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나는 살아있고, 죽지 않으려 애써서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거라고, 살아남으라고 선언한다. 가사 하나하나가 나의 밑바닥을 긁어내는 것 같았다.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 학교에 꾸역꾸역 가던 나는  사실 살고 싶어서 발악하고 있었던 거다.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   


2월 14일에 일 없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공연을ㅎ. 휴학하고나서 버둥의 공연을 자주 찾아간다. 음원에서는 (사진의 빨간색 옷)버둥의 보컬이 단연 돋보인다고 생각하는데, 라이브에서는 (사진의 검은색 옷 왼쪽부터)드럼,  건반, 베이스도 버둥 못지않게 눈에 띈다. 버둥 보러갔다가 다른 멤버한테 치여서 올 때가 종종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건반인 우재한테 치이고 왔다. 아니.. 건반을 누가 그렇게 통통 튀면서 귀엽게 치래.. 코로나19때문에 공연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공연을 보러 다니지는 않았다. 거기에 쓸 돈과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왜 내가 즐거워하는 것을 아까워했을까. 공연에서만 해주는 이야기, 음원과는 다른 라이브, 공개되지 않은 음악을 보석함에 가득가득 모아둔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힘든 날에 하나씩 꺼내볼 수 있게. 중심이 있는 사람은 이런 것들을 많이 모아둔 사람일까? 그러고는 좋아하는 가수가 오래오래 살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얼 하시든 그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어.

그럼 이제 버둥 노래를 들어볼까. 

             

SERIES

휴학생은 즐거워 - 짧은 글쓰기

더 많은 타래 만나기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