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하고 놀까?
자연친화적인(?) 지역에서 20년을 살다가 마주한 서울은 상대적으로 삭막했다.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산도 있고, 강도 있지만 고향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건물과 미세먼지는 숨쉬기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조금이라도 쉴틈이 생기면 고향으로 도망가기 일쑤이고, 시간이 넉넉히 있을 때면 제주도로 간다.
그러니 휴학생의 놀이에 제주도가 빠질 수가 없다. 오늘 휴학생의 놀이는 제주도여행이다. 제주도는 충전을 해야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특히 찾게 되는 곳이다. 이전에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새내기새로배움터 행사를 준비하다가, 개강을 앞두고 제주도를 찾았었다. 제주도에 가면 많은 것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햇빛을 쬐고, 바람을 맞고, 나무와 바다 사이를 걸어다닌다.

자연 앞에서 욕심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4박 5일의 일정으로, 앞의 2박은 혼자서, 뒤의 2박은 친구와 함께했다. 혼자서는 주로 종달리와 세화 쪽에 있었다. 종달리의 귀여운 당근밭, 세화해변의 맑고 투명한 바다는 사랑이다 . 그 중 비자림이 단연 최고였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선명한 햇빛은 비자림을 더욱 신성하게 보이게 했다. 혼자서 척척 걸어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무랑 햇빛이 좋은데 말이야. 여기서 사는 수밖에 없는건가?(ㅎㅎ)
친구와는 서귀포에 머물렀다. 이때 처음으로 렌터카를 빌려 운전을 했는데,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버스여행은 이동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반면 운전 중에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피곤해서 어디를 가더라도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친구는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어서 데려가고 싶은 곳이 많았고, 그래서 운전을 했던 거였는데... 많은 곳을 가보는 게 좋은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과유불급, 또 깨닫고 갑니다.
그래도 제주도는 최고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