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휴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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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휴학생이다~~~~~~~~~~~~~

휴학신청을 하던 날

혜영

내 인생인데,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네.


성인이지만 모부님의 지원을 받고 사는 학생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언제쯤 독립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모부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독립은 대체 뭘까? 생각할수록 물음표 살인마가 된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모부님에게 상당한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휴학 역시 내 뜻대로 바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모부님과 따로 살고 있고, 평소에도 힘들다는 말은 잘 안 하는 편이어서 모부님은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모부님은 반년이나 학교를 쉬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는데, 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거라고 여기셨다. '정상'적인 인생 단계를 착착 잘 밟던 자식이 갑자기 학교를 쉬겠다니. 평소에 대화 좀 할 걸 그랬나. 근데 어째요..이미 머릿속엔 휴학뿐인걸요..

내가 한번 마음먹은 건 어떻게든 해낸다는 걸 제일 잘 아시면서!  


Q. 어떻게 모부님을 설득하셨나요?

A. 그게.. 한번 마음먹은 걸 어떻게든 해내는 모습을 20년 이상 보여줬던걸 기반으로...

엄마한테는 한 달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말씀드렸고, 아빠와는 30분의 통화 한 번으로 결판을 냈다. 어학공부, 대외활동 등의 이유를 근거로 제시하였는데(휴학 중에는 온갖 것을 해볼 생각으로),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허락해주셨다.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목표한 것은 이루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믿으셨겠지.  

한 달 동안 엄마랑 휴학에 대해 논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딸을 자신의 자랑거리이자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성공 가도를 달려도 모자랄 판인데.. 이번 기회에 엄마로부터 나를 분리시키는 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 엄마 역시 깨우치는 게 있으셨으면 좋겠지만 그건 뭐..내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지.. 어쨌든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휴학 신청을 했다.

나도 이제 휴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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