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넘실 놀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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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넘실 놀아봅시다.

휴학하는 동안 뭐 할지 정하던 날

혜영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휴학을 하기로 결심하고, 휴학을 신청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실행력 하나는 엄청나게 빠르고 강하다. 자, 이제 그럼 생각을 해볼까? 나 뭐해야 하지? 지금 이 상태로 버티는 건 아니라는 판단에 휴학을 하긴 했는데, 남들이 휴학해서 뭐할거냐는 물음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분명했던 건 휴학 신청 사유로 적었던 '어학 성적 공부 및 진로 탐색'  따위는 죽어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머리 아픈 게 싫어서, 나를 챙기고 싶어서 시작한 휴학이었는데. 생각이 많아지자 새로운 혼란을 맞았다. 다행히 혼란은 그리 길지 않았다. 휴학생은 뭘해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있어도, 쓸모없는 일을 해도 다 괜찮아. 왜냐고? 나는 휴학생이니까! 이런 마음가짐을 갖기까지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도 괜찮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도, 쓸모없는 나도 모두 소중해. 


머리를 비우고 가만히 있으니 문득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는 것을 좋아했던가? 노는 게 뭐였더라. 어떻게 노는 거지. 놀이공원에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였더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지. 소설을 안 읽은지 오래 됐네. 세상은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들은 시간을 빼앗아가는 죄악인 것 마냥 취급했다. 근데 나는 그것들이 너무 재밌고 좋은데. 세상은 내가 즐거운 게 싫은가보다. 

휴학의 컨셉을 정했다. 재밌게 놀기. 좋아하는 거 하기. 즐거운 시간 보내기. 반년동안 놀기만 할 예정이라니, 설렌다. 겨울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가야지. 봄에는 벚꽃투어! 한강피크닉! 여름에는 수영을 해야겠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다시 학교에 가야겠지만 그건 그때 또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만 생각할래. 그리고 무너져서 조각난 나의 마음들을 다시 모아야지. 

1월 1일 처음 들은 노래가 그 해를 결정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나의 2020년 첫 노래는 새소년의 파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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