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뭐하고 놀아야 하나
단순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교육을 받았다. 예능을 보고 웃을 시간에, 친구들이랑 놀러다닐 시간에 공부를 더 해서 고차원적인 쾌락(?)을 맛보아야 한다 뭐 그런 느낌. 혼자 살게 되면서 내가 뭘 해도 잔소리하고 눈치주는 사람이 없어졌고, 단순한 즐거움을 취해보고 싶었다. 어떤 게 있을까. TV에는 재미있는 것보다는 불편한 것들이 더 많고, 영화는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게임도 해보았지만 실력이 금방 늘지 않아 그만두었다. 아, 나는 단순한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버린건가. 그래서 그냥 예전처럼 재미없게 살았다.
오늘은 또 뭐하고 놀까 고민하다가 단순한 즐거움에 생각이 다시 뻗쳤다. 그러다 놀이공원이 떠올랐다. 나 놀이기구 엄청 좋아하는데 왜 여태 까맣게 잊고 살았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무 재밌다. 대체 어디에서 재미를 느끼는 걸까. 그리고 놀이공원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좋아한다. 비싸고 양도 적은데. 다 상술이야 상술, 하면서 사 먹는다. 서울에 살면 놀이공원을 자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지방사람은 상경해서 단 한번도 놀이공원을 가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아, 이번에는 진짜 가야한다. 당장 준비하자.

놀이공원을 가던 날은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때였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가기로 했다. 그때는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갔다. 개장할 때 들어가서 폐장할 때까지 놀았다.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탔는데, 재밌는 건 세번씩 더 타곤 했다. 놀다가 지치면 카페에서 쉬었다가 다시 또 놀았다. 내가 이렇게 힘이 넘치는 사람이었나.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이렇게 논 것 같기도 하고.
놀이공원에서 돌아오면서 분명히 깨달았다. 나 노는 거 엄청 좋아하는구나. 아무리 재밌더라도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일은 할 수 있는 한 피했었는데, 이제 보니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기분이 너무 좋잖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니 놀이 목록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한강에서 카약을 탈 수 있다던대, 범지점프 하러 가고싶다, 전동킥보드로 산책가능할까 등등. 안하던 걸 하니까 이렇게 생각이 넓어지는구나.
그러니 놀이공원을 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