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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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진은영: 아름답고 정치적인 페미니스트 (상)

신나리

여성 시인 인터뷰 시리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해보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인터뷰가 여성 시인과 독자가 만나 서로의 삶을 읽고 나누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세 번째 인터뷰이 진은영 시인은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는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2008), 『훔쳐가는 노래』(2012)가 있다. 핀치의 <다시 줍는 시>시리즈에서 진은영 시인의 작품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를 소개한 바 있다. 오랫동안 진은영은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기 위하여 싸우고, 아름다우면서도 정치적인 시를 쓰기 위하여 분투했다. 여성 시인, 여성 지식인, 그리고 우리의 따스하고 든든한 벗인 진은영에게 질문을 던지고 귀를 기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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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한아: 미모사에게 보내는 사랑의 말들(상)

신나리

여성 시인 인터뷰 시리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해보기 위하여 기획됐다. 인터뷰가 여성 시인과 독자가 만나 서로의 삶을 읽고 나누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첫번째 주인공 정한아 시인은 1975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는 『어른스러운 입맞춤』(2011)과 『울프노트』(2018)가 있다. 핀치의 <다시 줍는 시> 시리즈에서 정한아 시인의 작품 <PMS> 와 <어떤 봉인> 을 소개한 바 있다. 정한아 시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삶에 대한 용기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신나리 시집 『울프노트』에 실린 <시인의 말>이 인상 깊어요. 정한아 저희 부모님이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동생이 띠동갑으로 태어났어요. 제게는 굉장히 각별하고 애틋하죠. <시인의 말>에 나오는 이십 년 전은 실질적이거나 물리적인 의미의 위협이 있었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곤궁한 시기였어요. 위태위태한 시절에 저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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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1 - 그녀가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신나리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그녀가 일어났다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나는 온종일 넘어진 의자를 맴돌았다 일어선 그녀는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나는 온종일 그녀를 바라보며 맴돌고 있었다 (햇볕이 따가운 5월의 피렌체 공항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흰 벽에 기대어 선 그녀의 목걸이는 빛나고 또 다른 사랑을 위하여 그녀의 목걸이는 이륙을 준비한다 피레네 산맥을 자동차로 넘어온 나 또한 다음 차례로 지상을 떠나지만, 묻지 않는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나는 온종일 넘어진 의자를 맴돌았다 일어선 그녀는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나는 맴도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종일 맴돌고 있었다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구름은 내게 내 사랑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 박상순,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Love Adagio』, 민음사, 2004, 32-33쪽. <그녀가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2017년의 다이어리 첫 번째 장에는 한 해의 다짐이 호기롭게 적혀 있다. “1. 휘둘리지 말자. 2. 당황해도 침착하게!” 달이 넘어갈 때마다, 혹시나 잊을까 하여 1월의 페이지로 넘어가 다짐들을 가슴 속에 새기곤 했다. 그러나 올 한 해는 기록할 만큼 타인에 휘둘렸고 마음 운영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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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 시 읽기 1. 실비아 플라스, <아빠>

[웹진 쪽] 희음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페미의 시 읽기>의 대문을 처음 열어줄 작품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아빠>예요. 사실 '실비아 플라스' 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 치열한 시 쓰기를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시인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합니다. 플라스는 두 아이가 다음 날 먹을 아침을 넉넉하게 챙겨놓고, 아이들 방으로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접착테이프로 문틈을 꼼꼼히 봉한 뒤, 오븐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에 의해 천천히 질식되어 죽어갔다고 해요. 플라스의 자살과 관련된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들자면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테드 휴즈)을 꼽을 수 있을 거예요. 바통을 이어받듯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행해왔던 여성억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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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한아: 미모사에게 보내는 사랑의 말들(하)

신나리

이 인터뷰는 <시인 정한아: 미모사에게 보내는 사랑의 말들(상)>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신나리 페미니스트로 세상을 보다 보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남자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남자들과 분리되는 공동체에 대한 상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한아 제가 가장 페미니즘적이라고 생각하는 문구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후반부에 “성을 의식하도록 만든 모든 사람들이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라고 썼던 마지막 부분쯤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나는 미래에는 자기의 성이 어떤 것인지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바란다, 그런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는 뉘앙스로 해석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남잔지 여잔지 괘념치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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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이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흡

신나리

여성 시인 인터뷰 시리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해보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인터뷰가 여성 시인과 독자가 만나 서로의 삶을 읽고 나누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두번째 인터뷰이 김이듬 시인은 196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는 『별 모양의 얼룩』(2005), 『명랑하라, 팜 파탈』(2007), 『말할 수 없는 애인』(2011), 『베를린, 달렘의 노래』(2013), 『히스테리아』(2014), 『표류하는 흑발』(2018)이 있다. 핀치의 <다시 줍는 시> 시리즈에서 김이듬 시인의 작품 <호명> 을 소개했다. 김이듬 시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여성 예술가로서의 실존’과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독자에게 전한다. 신나리 자유롭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이듬 저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어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부산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살았어요. 아버지가 아프셔서 진주로 다시 돌아갔다가, 이후에 전공을 독문학에서 국문학으로 바꾸고 진주에 있는 대학원을 다녔어요.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서점에서 <포에지>라는 잡지를 발견하고 시 50편을 투고해 문단에 등단하게 됐어요. <포에지>의 첫 신인으로 등단하면서 그곳의 심사위원이었던 황현산 선생님과 김혜순 선생님을 만났죠. 신나리 김이듬은 필명이고 원래 성함은 김향라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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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진은영: 아름답고 정치적인 페미니스트(하)

신나리

이 글은 <시인 진은영: 아름답고 정치적인 페미니스트(상)> 에서 이어집니다.    신나리  시인님의 시집에는 늘 청춘 연작이 있잖아요. 이번 시집에 실린 청춘 연작을 읽으면서, 이제 시인님께서 청춘 연작을 그만 쓰고 싶으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인님께 청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진은영 일단 저는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요. 같이 있으면 정신이 자극받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오기 전에는 이대에서 강의했기 때문에, 항상 스무 살 친구들하고 같이 있었어요. 시인은 시를 쓸 때 대화하는 가상의 상대가 있어요. 항상 20대에 둘러싸여 살았으니 제게 그 상대들은 다 스무 살들이었죠. 사진 조아현 이제 청춘에 대해 쓰지 않게 된 건 청춘이 신체적으로 나와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동료 시인들을 늘 밤늦은 시간에 호프에서 만나다가, 용산 참사가 있었을 때 낮 열두 시에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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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2 - 아름다운 세탁소에 대한 상상력

신나리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맑은 술 한 병 사다 넣어주고 새장 속 까마귀처럼 울어대는 욕설을 피해 달아나면 혼자 두고 나간다고 이층 난간까지 기어와 몸 기대며 악을 쓰던 할머니에게 동네 친구, 그애의 손을 잡고 골목을 뛰어 달아날 때 바람 부는 날 골목 가득 옥상마다 푸른 기저귀를 내어말리듯 휘날리던 욕설을 퍼붓던 우리 할머니에게 멀리 뛰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도 “이년아, 그년이 네 샛서방이냐” 깨진 금빛 호른처럼 날카롭게 울리던 그 거리에 내가 쥔 부드러운 손 “나는 정말 이애를 사랑하는지도 몰라” 프루스트 식으로 말해서 내 안의 남자를 깨워주신 불란서 회상문학의 거장 같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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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3 - 우리 다시 최승자부터 시작하자

신나리

<어떤 아침에는> 어떤 아침에는, 이 세계가 치유할 수 없이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또 어떤 아침에는, 내가 이 세계와 화해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내가 나를 버리고 손 발, 다리 팔, 모두 버리고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숨죽일 때 속절없이 다가오는 한 풍경. 속절없이 한 여자가 보리를 찧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보리를 찧고, 그 힘으로 지구가 돌고…… 시간의 사막 한가운데서 죽음이 홀로 나를 꿈꾸고 있다. (내가 나를 모독한 것일까, 이십 세기가 나를 모독한 것일까.) - 최승자, <어떤 아침에는>, 『기억의 집』, 문학과지성사, 1981, 20쪽. 나는 매일 아침 다르게 깨어난다. 어떤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왕창 울고, 어떤 아침에는 눈을 뜬 채로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근 1년 동안, 매일 아침 깨어나는 일은 가슴에 작은 절망들을 매다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아침을 위해서 잠들기 전 베개를 탁탁 치며 다짐의 말들을 한다. 좋은 꿈꾸게 해주세요, 내일 괜찮을 거야, 잘 할거야. 그러나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 꾹꾹 눌러 놓은 다짐의 말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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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28. 여성의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1 : 박서원과 고통으로 세계와 자신을 파멸시키기

신나리

시인 박서원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9년 그는 잡지 『문학정신』에 「학대증」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다. 이후 총 5권의 시집, 『아무도 없어요』(1990), 『난간위의 고양이』(1995), 『이 완벽한 세계』(1997), 『내 기억속의 빈 마음으로 사랑하는 당신』(1998), 『모두 깨어있는 밤』(2002)을 차례로 출간한다. 그런데 다섯 번째 시집의 출간 이후 그는 문단에서 자취를 감춘다. 긴 시간이 흐른 뒤인 2016년, 문단에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신문 기사를 통하여, 박서원이 2012년 5월 16일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음이 알려진다. 이후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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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 시 읽기 4. 최승자, <악순환>

[웹진 쪽] 희음

오늘은 최승자 시인이 쓴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짧기도 하지만 쉽게 읽히기도 해요. ‘독 안에 든 쥐’는 흔하게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비유니까요. 그 비유는 가볍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비유를 들어 상대를 놀리며 깔깔 웃었던 시절이 누구나에게 한 번쯤은 있었을 테죠. 하지만 이 시에서 ‘독 안에 든 쥐’는 그야말로 절박합니다. 시적 화자는 세계를 ‘독’에 비유합니다. 둥글고 딱딱하고 깊은 항아리 말이죠. 이 세계가 '독'일 때 세계의 바깥은 없습니다. 지금-여기에서의 구원이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죠. 세계 바깥을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 세계는 '화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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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 시 읽기 3. 김언희, <캐논 인페르노>

[웹진 쪽] 희음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김언희 시인의 시집 『보고 싶은 오빠』에는 섹스, 입, 이빨과 관련된 표현과 묘사들이 유독 많아요. 시집 표지 그림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죠. 웃는 입이 있는데, 얼굴은 없어요. 입술 안쪽의 가지런한 이가 보이고요. 시 <보고 싶은 오빠>에서처럼 ‘오빠, 공짜로 넣어줄게’하고 말하면서 웃는 입술인 거죠. “봐, 웃고 있잖아, 걱정 말고 들어와, 나의 입속으로!” 하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러고는 가차 없이 저 이빨은 자신의 본색을 드러낼 겁니다. 무는 이빨, 물고 늘어지는 이빨, 절단하는 이빨, 분쇄하는 이빨로 말이죠.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이게 바로 바기나 덴타타 Vagina dentata 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빨 달린 질' 말입니다. 이건 바바라 크리드가 페미니즘 영화비평 『여성괴물』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는 내용이에요. 크리드는, 프로이트가 아버지에 대해 느낀다고 말하는 남자아이의 거세불안을 비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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