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1)

핀치 타래이름코르셋

너의 이름은 (1)

"수민입니다": 이름에 대한 단상

수민

타래 베타테스트 권한을 부여받고 정식으로 크리에이터 등록을 하던 날, 핀치에서 쓰던 크리에이터 이름과 동일하게 ‘수민’으로 닉네임을 설정하려고 했는데 사용이 불가능하단다. 뭐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미 ‘수민’이라고 등록해놓은 건가? 아니면 무슨 오류인가? 운영팀에 문의해볼까 했지만 귀찮음이 궁금함을 이겨버렸다. 그냥 이름 대신 별명으로 닉네임을 등록한다. 그래서 ‘숨니’가 되었다.  (라고 하기가 무섭게 다음날 '수민'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크리에이터 이름은 '수민'.)

의도치 않게 이름 아닌 별명을 쓰게 된 것을 계기로,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최종적으로 ‘수민’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하기 전, 내 이름이 됐었을지도 모를 후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엄마 아빠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듣자하니 ‘수민’은 나중에야 고려 대상이 되었었고, 그 당시 엄마가 염두에 두고 있던 이름 1순위는 ‘하나’였다고. 기타 후보에는 ‘세현’, ‘세련’, ‘세라’ 등이 있었다 (돌림자가 ‘세’였던 탓이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수민’이 내 이름으로 선택된 것에 대해서는 무척 만족스럽게 느낀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누가 봐도 여자 이름’이 아니라는 것. 어릴 때는 학원 등에 등록한 후 처음 등원하는 날이면 선생님들이 다들 가벼운 놀람을 표하곤 했다. “남자애가 아니네.”  

지금에야 ‘수민’이라는 이름이 여자아이들에게 더 많이 붙여지는 것 같지만 당시에는 남자아이들이 ‘수민’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 때문에 어렸을 때에는 더 “여자아이 같은” 이름을 갖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으로서는 중성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이름이어서 더 좋다는 마음이다.


당신 이름은?
당신 이름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름에 관심이 많았다. 집에 있던 인명용 한자사전을 꺼내어 마음에 드는 음과 거기에 붙은 마음에 드는 뜻을 찾는 게—노년 아니고 어린시절—소소한 낙이었다. 덕분에 성장하면서 이름이 내 삶에서 갖는 영향력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안고 언젠간 이 주제로 실험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종종 주변 사람들 중에 “이 사람 본인 이름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름과 외모 혹은 이미지가 찰떡이어서 도저히 그 사람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상상이 안되는 경우 말이다. 그 사람 이름이 예를 들어 ‘김핀치’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가 애초에 김핀치처럼 생겼기 때문에 ‘김핀치’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된 것일지, 아니면 ‘김핀치’라고 명명되어 살다보니 김핀치스러운 외모와 분위기로 완성된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세상은 넓고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았던지, 그러한 궁금증에 답을 해줄만한 실험이 이미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후편에 계속)

수민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상속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