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 베타테스트 권한을 부여받고 정식으로 크리에이터 등록을 하던 날, 핀치에서 쓰던 크리에이터 이름과 동일하게 ‘수민’으로 닉네임을 설정하려고 했는데 사용이 불가능하단다. 뭐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미 ‘수민’이라고 등록해놓은 건가? 아니면 무슨 오류인가? 운영팀에 문의해볼까 했지만 귀찮음이 궁금함을 이겨버렸다. 그냥 이름 대신 별명으로 닉네임을 등록한다. 그래서 ‘숨니’가 되었다. (라고 하기가 무섭게 다음날 '수민'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크리에이터 이름은 '수민'.)
의도치 않게 이름 아닌 별명을 쓰게 된 것을 계기로,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최종적으로 ‘수민’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하기 전, 내 이름이 됐었을지도 모를 후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엄마 아빠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듣자하니 ‘수민’은 나중에야 고려 대상이 되었었고, 그 당시 엄마가 염두에 두고 있던 이름 1순위는 ‘하나’였다고. 기타 후보에는 ‘세현’, ‘세련’, ‘세라’ 등이 있었다 (돌림자가 ‘세’였던 탓이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수민’이 내 이름으로 선택된 것에 대해서는 무척 만족스럽게 느낀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누가 봐도 여자 이름’이 아니라는 것. 어릴 때는 학원 등에 등록한 후 처음 등원하는 날이면 선생님들이 다들 가벼운 놀람을 표하곤 했다. “남자애가 아니네.”
지금에야 ‘수민’이라는 이름이 여자아이들에게 더 많이 붙여지는 것 같지만 당시에는 남자아이들이 ‘수민’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 때문에 어렸을 때에는 더 “여자아이 같은” 이름을 갖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으로서는 중성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이름이어서 더 좋다는 마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름에 관심이 많았다. 집에 있던 인명용 한자사전을 꺼내어 마음에 드는 음과 거기에 붙은 마음에 드는 뜻을 찾는 게—노년 아니고 어린시절—소소한 낙이었다. 덕분에 성장하면서 이름이 내 삶에서 갖는 영향력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안고 언젠간 이 주제로 실험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종종 주변 사람들 중에 “이 사람 본인 이름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름과 외모 혹은 이미지가 찰떡이어서 도저히 그 사람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상상이 안되는 경우 말이다. 그 사람 이름이 예를 들어 ‘김핀치’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가 애초에 김핀치처럼 생겼기 때문에 ‘김핀치’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된 것일지, 아니면 ‘김핀치’라고 명명되어 살다보니 김핀치스러운 외모와 분위기로 완성된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세상은 넓고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았던지, 그러한 궁금증에 답을 해줄만한 실험이 이미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후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