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불편함: 서비스직의 코르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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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불편함: 서비스직의 코르셋

바늘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렌즈를 며칠동안 연속해서 끼다 보니 눈이 아파서 안경을 끼고 갔다. 매니저가 매장에 나와있는 나를 보더니 다음부터는 안경 끼지 말고 렌즈 끼고 오라면서 ,

남자는 안경껴도 괜찮은데 여자는 좀...

이라 말했다. 남자는 되는게 여자는 왜 안 되는건가? 다른 것도 아니고 눈이 아파서 안경을 끼는건데?

백화점 브랜드 서비스직이라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 그런데 여성 직원이 안경을 낀다는게 용모가 단정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난 저날 머리를 감았고, 유니폼도 깔끔하게 입었으며 손톱도 단정하게 깎았다. 심지어 피부화장을 하고 립을 바른 채 안경을 쓴 건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경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비슷한 논리로 항공사 여성 승무원도 서비스직이라는 이유로 많은 코르셋에 둘러싸여 있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입국장에서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대한항공 여승무원들을 봤다. 하나같이 말랐으며 다리가 굉장히 가늘었고 치마는 타이트했다. 저런 옷을 입고 열 시간 넘는 비행을 어떻게 견딜까.. 안그래도 건조한 기내에서 렌즈를 끼고 근무한다면? 이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시대를 역행하는 항공사의 용모 규정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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