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불편함: 서비스직의 코르셋

핀치 타래페미니즘코르셋서비스직

사소한 불편함: 서비스직의 코르셋

바늘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렌즈를 며칠동안 연속해서 끼다 보니 눈이 아파서 안경을 끼고 갔다. 매니저가 매장에 나와있는 나를 보더니 다음부터는 안경 끼지 말고 렌즈 끼고 오라면서 ,

남자는 안경껴도 괜찮은데 여자는 좀...

이라 말했다. 남자는 되는게 여자는 왜 안 되는건가? 다른 것도 아니고 눈이 아파서 안경을 끼는건데?

백화점 브랜드 서비스직이라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 그런데 여성 직원이 안경을 낀다는게 용모가 단정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난 저날 머리를 감았고, 유니폼도 깔끔하게 입었으며 손톱도 단정하게 깎았다. 심지어 피부화장을 하고 립을 바른 채 안경을 쓴 건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경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비슷한 논리로 항공사 여성 승무원도 서비스직이라는 이유로 많은 코르셋에 둘러싸여 있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입국장에서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대한항공 여승무원들을 봤다. 하나같이 말랐으며 다리가 굉장히 가늘었고 치마는 타이트했다. 저런 옷을 입고 열 시간 넘는 비행을 어떻게 견딜까.. 안그래도 건조한 기내에서 렌즈를 끼고 근무한다면? 이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시대를 역행하는 항공사의 용모 규정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SERIES

사소한 불편함 이야기

바늘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