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넣은 회사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설레발을 치느라 회사 근처에서 살 곳을 먼저 알아봤다. 쉐어하우스, 원룸, 고시원 등 옵션은 많았으나 내 기준에서 저렴하고 넓은 방은 없었다. 월세가 저렴하면 보증금이 비쌌고, 보증금이 저렴하다 하면 반대로 월세가 비쌌다. 월세가 어쨌든 보증금이 어쨌든 문제는 내가 돈이 없다는 거다. 내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고시원 뿐이다.
창문이 없는 고시원에서 한 달 동안 살았다. 어차피 한 달만 살고 말거였고 돈도 없어서 복도쪽 방을 선택했다. 충청도에 있는 이 고시원은 방 안에 침대, 책상, 옷장, 작은 냉장고, 샤워실과 화장실 모두 갖추고 있었다. 반면에 내가 지원한 회사 근처의 고시원은 가격은 비슷하지만 샤워실만 있고 화장실은 공용을 사용해야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땅값 차이 때문인걸까.
고시원은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고시원을 선택한다. 공간 자체도 작은데 짐을 줄일 수는 없으니 짐 더미에 파묻혀서 생활하게 된다. 게다가 방음시설이 좋지 않아서 소리도 마음대로 낼 수 없다.
새삼 아버지의 집이라는 존재에 감사함을 느꼈다. 내 명의로 된 집은 아니지만 우리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집. 월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집. 어디에 살든 집을 나가서 살면 돈이 몇십만원씩 드는 건 기본이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전에 더 신경써야 한다. 이중 보안장치 등 여러 방범용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핑크텍스다. 많지도 않은 월급에 월세를 몇십만원씩 내고 핑크텍스까지 지불하며 생활하다 보면 나에게 남는게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