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뉴욕에서 야망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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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뉴욕에서 야망을 다짐한다

성공한 어린 동양인 여자들에 명단에 나도 좀 껴보고싶다

윤해원

엄마의 꿈을 살고 있다. 

이십대의 엄마가 살던 뉴욕. 엄마를 사랑에 빠지게 했던 미술, 음악, 교육, 기회와 다양성을 숨쉬는 그 뉴욕이란 도시에서 스물 세 살의 나는 장학금으로 얻은 맨해튼 한조각의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빠의 결혼 재촉과 할아버지의 강요로 유학을 접고, 그 여정 끝에 있었을 크고 작은 기회마저 차곡차곡 접어 한국으로 돌아간 엄마. 나의 뉴욕 첫 날, 전화기 너머 “우리 딸 부럽다” 그 한마디에, 30년을 묵힌 엄마의 꿈의 무게가 느껴졌다. 

 아빠의 꿈을 살고 있다. 

 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해양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던 아빠. 장남, 그리고 가장의 의무를 위해 회계사 자격증 강사라는 직업에 타협을 한 아빠가 쌓아준 유학의 기회를 통해 내가 하고싶은 공부, 원하는 직업을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받았다.



 천만, 어쩌면 억단위의 사람들이 노래하고 꿈꾸는 뉴욕에서 스물세살의 어린 나이에 자유롭게 산다는 건 큰 특권이자 행운이란 걸 알기에, 나는 지금 더 욕심 있고, 더 야망 있게 살고 싶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사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졸업 후 계획을 세워가는 걸 보며,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또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마냥 헷갈리게만 느껴진다. 동기들과 선배들의 로펌, 대기업, 명문 대학원 합격소식을 들을 때면, 어떤 날은 자극을 받고 큰 꿈을 꾸지만, 또 어떤 날에는 유학 9년이면 어디 영어 학원에 취직은 되겠지, 하며 타협을 한다. 그리고는 ‘난 자본주의적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거야, 좋은 직업을 따내야 한다는 세상의 기대와 압박에 맞서 싸우는 거야, 욕심을 버리고 스님이 될 거야’,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며 치열하게 뛰는 다른 대학생들 사이에서 느긋느긋 걸어왔다.

하지만 뉴욕에서 만큼은 야망을 다짐하고 싶다. 이곳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하나라도 더 보고, 경험하고, 배워간다는 다짐. 하루에 새로운 도전을 적어도 하나씩 하겠다는 다짐.  될 대로 되라 하지 않고 직접 미래를 생각하고 설계하겠다는 다짐. 그 다짐이 뉴욕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이곳에서 이루는 크고 작은 도전들을 기록하며 이 글을 읽는 여성분들과 나 자신에게, 당신이 누구 건 그리고 어디에 있건 다음 한달은 야망을 다짐하자고 얘기하고 싶다.  


                                                                                                                      맨하튼,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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