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도전: 지는 게임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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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도전: 지는 게임 즐기기

모르는걸 수줍어하지 말고, 지는걸 두려워하지말자

윤해원

 중, 고등학교때 나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리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워진 고등학교 2학년때  교내 토론 동아리에 들어갔다. 평소 말싸움하는 걸 좋아하니 토론도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예상이 이상하게도 맞아 들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 조사하며 배우는 것도 좋았고, 토론 연습을 하며 조리 있게 내 주장을 펼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이기고 이겨 메달을 받는 것이었다. 

사실 초보자 대회, 그리고 지역 대회에서의 우승은 쉬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되게 대단한 줄 알았는데, 비극적으로 그 후년 경험자 대회, 특히 전국 대회로 넘어가고는 우승 기억이 거의 없다. 

세상에 머리 좋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점점 토론 중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었고, 누가 봐도 나보다 박식한 상대 앞에서 내가 더 많이 아는 양 이기려들어야 할때는 나도 내가 우습고 부끄러웠다. 이길 거란 확신 없이, 아니 질 거란 확신을 갖고 하는 토론은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토론이 아니라 이기는 걸 좋아한게 아닐까 생각을 하며 4학년 (미국은 고등학교가 4년제다) 중간에 동아리를 나왔다.



지난 3년동안 잊고 살았던 토론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뉴욕 대학교 토론 동아리 회장인 언니와 우연히 친해져, 가입을 권유 받았으니 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가 싶어 동의해버렸다. 사실 토론 활동이 그립기도 했고, 어차피 뉴욕에 있는 동안 만 하는거니까 부담이 덜 되서 그런 용기가 나왔던것 같다. 

Policy debate (정치 토론)은 매년 9월에 새로운 주제가 발표되어, 일년 내내 그 주제를 둘러싼 이슈들에 대해 토론을 한다.  그 말인즉슨, 2월 말에 시작한 나는 '중국과 러시아에 관한 우주 정책'에 대해 나보다 반년의 조사만큼 더 아는 사람들과 경쟁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3년의 공백 후에. 

드라마틱 하게 그 연습과 경험의 차이를 극복하고 토론의 장을 지배하는 성공의 기적은 없었다. 정직하게 드러나는 상식과 능력의 차이가 나를 또 한번 부끄럽고 좌절하게 만들었다. 역시 이기지 못할 게임은 즐거울 수 없구나, 하며 또 한번 도망을 고뇌했다.



올림픽이나 수학경시대회 참가자들을 보면, 자신이 뛰어난 분야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도 상상할 수 없게 큰데, 잘 못하는 일로 공적인 장소에서 남을 이겨야 하는 일이 괴로운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무언가 지지리도 못하지만 그래도 배우기 위해 경쟁의 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날아오는 다른 사람의 최선에 나의 최선을 던지는 것은, 자신의 단점을 깨닳고 새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

3년만에 겪은 비참한 패배 후 바로 탈퇴를 하지 못한 이유는 이 사람들 때문이다.  대학 토론 동아리에서 만난, 누구보다 머리가 좋지만 말을 더듬는 친구,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 토론하는 국제 학생, 그리고 올해 처음 토론을  시작했지만 지더라도 빨리 전국 대회로 넘어가고싶어하는 후배. 기록상 질 게임인걸 알면서도 배움과 즐기는 것에 뜻을 두고 토론하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고,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길 만큼 잘하지 않다는 이유로 포기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꼴 사나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한번쯤 해보고싶었던 축구, 농구, 심지어 쉬는시간에 하는 피구조차 망설였다. 노래와 연기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만, 크게 뛰어난것도 아닌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며 놓친 오디션도 여럿이고, 바구니에 넣어논 코딩 수업도  수강신청 시즌이면 돌아오는 자기 의심 덕분에 여태 시간표로 진입하지 못했다.

지는걸 부끄러워 하지 않고, 일단 더 큰 경쟁장으로 뛰어들었다면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재능이 없다며 포기하지 않고, 아직은 잘 못하니까 더 노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면 얼마나 많은걸 배웠을까?

지금은 토론을 질때마다 뼈가 갈게 수치스럽지만, 토론 후 얻은 배움은 부정할 수 없다. 언변이 좋은건 성공하는 사람의 기본이라 하니, 더 이상 지는게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아님 더 이상 갈릴 뼈가 없을 때까지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의 두번째 도전

모르는걸 수줍어하지 않고, 지는걸 두려워하지 않아하며 도전하기



                                                                                                 하굣길의 스톤월,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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