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권을 기준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죠.
1. 빌라
2. 오피스텔
3. 아파트
차를 끌고 캣시팅을 하러 다니다 보면 유형 별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조금씩 다릅니다. 오늘은 우선 빌라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빌라는 위에서 나열한 3가지 유형 중에 주차 관련 이슈가 생길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빌라촌은 차는 많지만 차를 댈 곳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차량 주차를 반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빌라 주차장에 외부 차량 무단 주차 시 견인조치 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지요. 방문 차량의 경우 방문호수와 연락처를 필수적으로 남겨두라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어 있습니다. 주차 관련 문제가 가끔 발생하긴 해도, 해당 빌라에 용무가 있는 방문 차량에 대해서는 대부분 양해를 해 주시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 시작 초반에는 빌라에 방문할 때마다 메모지를 뜯어 방문호수를 적어두었는데, 차 밖에서 보기에 가독성도 떨어지고 종이를 낭비하게 되는 것 같아 방문호수 기재용 미니칠판을 샀습니다. 물 백묵으로 슥슥 써서 차량 오른쪽 앞 대시보드에 올려두고 퇴근할 때 수거해서 휴지로 문지르면 가루 없이 깔끔하게 지워집니다.
이 미니칠판은 원래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가격 표기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인데, 뒷면에 받침대가 붙어있어 따로 고정할 필요 없이 세워두기만 하면 되어서 간편합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보다는 블랙 보드에 흰 글자로 써 놓는 것이 더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렇게 준비해서 연락처와 방문호수만 잘 기재해두어도 고양이를 돌보다가 전화 받고 뛰쳐나가야 하는 일은 확연히 줄어든답니다.
그런데, 방문한 빌라 주차장이 꽉 차서 더 이상 차를 댈 곳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응 방법을 순차적으로 알아봅시다.
첫 번째, 바로 옆 빌라 주차장 빈 곳에 주차합니다. 일단 가까이 있어야 중간에 전화 받고 차를 빼주러 나갈 때도 번거롭지 않습니다. 주차를 마친 다음, 미니칠판에 '옆 빌라 왔는데 차 댈 곳이 없어 잠시만 주차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어두면 별문제 없이 일을 마칠 때까지 주차해둘 수 있습니다. 연식이 있는 빌라의 경우 빌라 소유주분들끼리도 다 알고 지내기 때문에 그려려니 해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옆 빌라에도, 그 옆 빌라에도 빈자리 없이 차들이 꽉꽉 들어찬 상태라면 두 번째로 넘어갑니다.
두 번째, 방문한 빌라에 이중주차합니다. 이 단계에 오면 고양이와 신나게 사냥놀이를 하다가 전화 받고 후다닥 튀어 나가야 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차를 버릴 수는 없잖아요. 운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핸들은 똑바로 둔 상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는 풀어놓고 기어는 중립에 두어 이중주차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골목이 좁아 이중주차마저도 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세 번째,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 다다를 정도로 주차공간이 협소한 경우엔 방문캣시팅을 요청하신 보호자님들도 애초에 상황을 알고 계시기에 공영주차장 이용료를 따로 준비해 주시기도 합니다. 사실 세 번째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알아서 눈치껏 차 댈만한 곳을 찾아 메모와 연락처 잘 남겨두면 견인 당할 일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 한 가지. 주차장이 세로로 되어있어서 도로 쪽에 세운 차가 뒤에 있는 안쪽 차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일렬종대 형태라면 안쪽에 차가 없더라도 무조건 안쪽은 비우고 도로 쪽에 차를 대야합니다. 도로 쪽에 차를 세워두어서 캣시팅 중간에 전화 받고 차를 빼주러 나오게 되더라도 내 차가 바로 나올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 두어야 하는데, 제가 이걸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 한번 별생각 없이 안쪽에 차를 댔다가 제 차 앞에 주차한 차주가 차키를 가지고 먼 지역으로 가버려서 멀쩡한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퇴근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야간예약이라 늦은 시간이었는데, 바로 다음 날에도 오전부터 예약이 꽉꽉 차 있어서 빨리 집에 도착해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상황에 차를 못 쓰게 되니 정말 절망적이더군요. 집에서 엄청나게 멀진 않은 곳이었고, 다음날에도 그 빌라에 방문 예약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상상하기 싫네요.
아찔한 기억 말고 귀여운 기억도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주차된 차로 가는데, 보닛 위에서 길냥이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어요. '애옹아! 일어나~~' 하며 옆에서 계속 불러대니 그제야 꿈뻑꿈뻑하며 몸을 일으키더라고요ㅎㅎ
일어났으니 다른 곳으로 갈 줄 알았는데 누워있던 곳에 그대로 꼬리 말고 앉아서 저를 빠안히 쳐다보았어요. 뭔가를 내놓으라는 듯한 눈빛... 익숙한 그 눈빛에 얼른 편의점으로 달려가 캔을 사다 주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고 여유롭게 그루밍까지 하다가 휘릭 사라졌어요. 지금 제 프로필 사진이 자고 있던 길냥이 사진이에요. 편의점 가서 먹을 거 사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얌전하게 앉아 기다리던 길냥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똑똑하고 귀여워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번엔 캣시팅하러 오피스텔에 방문할 때의 이야기를 해 볼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