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을 거쳐 캣시터 실무를 시작 한 지 한 달 가까이 되자 제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이 콱 박혔습니다.
"차... 자동차가 필요해...!!!"
서울은 그나마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어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 시간이 예상 소요 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한 번 놓치면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광역 버스를 타고 경기 남부 지역까지 하루에 오가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소모되었습니다. 심지어 당시엔 여름이라 덥고 습한 날씨까지 더해져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이 없었답니다. 매년 여름마다 뉴스에서 올해가 몇백 년만의 최고 기온이라 이야기하지만, 다시 기억하기에도 그해 여름은 진짜 정말 더웠습니다. 햇빛을 피하려고 그늘에 서 있다가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햇빛을 받으면 노출된 부위가 타들어 가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차 이야기로 돌아와서, 원래도 일 시작 전에 자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가족의 도움을 받아 속전속결로 중고차를 장만했습니다. 일하기 위해 구매하는 차인 만큼 유지비를 최소화하고 각종 할인과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로 장만했어요. 또한 제가 당시 장롱 면허이기도 했고 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다녀야 할 일이 많았기에 여러모로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자동차를(을) 구매 완료,
캣시터의 기동력 + 업무 능률이 상승하였습니다!
자동차를 넘겨받고 하루라도 빨리 운전을 해야 했기에 운전 연수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실 거창하게 연수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조수석에 아버지를 태우고 동네 두어 바퀴 돌아다닌 게 다예요. 낮에는 캣시터 일을 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버지와 함께 운전 연습을 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밤에 첫 운전을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총 이틀 연습했는데 야속하게도 이틀 내내 비가 오더군요. 비 때문에 차선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무리 없이 운전했으니 너 혼자 해도 되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혹시 귀찮으셨던 건 아니지요ㅜㅜ?) 그다음 날부터 바로 혼자 차를 끌고 일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내비게이션도 봐야 하고 앞차와 간격도 유지해야 하고 신호등도 봐야 하고 적정 속도도 유지해야 하고 아주 그냥 막 그냥 정신이 없어서 죽을 뻔했지만, 무사히 살아 돌아왔어요. 그리고 1년에 최대 20만 원까지 유류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 전용 카드까지 야무지게 발급받았답니다.
햇빛 쨍 한 야외에 주차하느라 미등이 켜진 걸 모르고 그냥 일 하러 가서 배터리가 방전된 전형적인 초보 실수도 해보고, 작년에는 태풍 링링 때문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옆에 주차되어 있던 제 차를 덮치는 바람에 자칫하면 반파될뻔한 큰 사고도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집에서 쉬다가 현장을 목격한 분의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 나갔더랬죠 ㅜㅜ) 이 밖에도 혼자 벽 들이받고 여기저기 긁고 다닌 것까지 하면... 정말 많은 역사를 함께했군요. 이렇게 나열하니까 좀 걱정스러워 보이는데 제 차와 저는 무사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 글의 제목처럼 이제 차 없이는 일하러 다닐 수 없는 몸이 되었어요. 다음 글에서는 캣시팅을 하러 다니며 생긴 차 관련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볼게요.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