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아이스본의 엔딩을 봤다. 확장팩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래 플레이 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게임을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몬헌이 자랑하는 생태계의 모습은 현실의 동물들같은 느낌인데다 그것들이 헌터의 사냥끝에 발을 절룩거리며 도망치는 모습까지 보게 되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게 게임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새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모습은 현실 동물과 멀어지며 정말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같은 모습을 하게 되어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달까.
원래 기본 스토리가 부실해서인지(엄연히 말하면 부실하기보다는 게임속 이벤트보단 주변 대사나 단서들, 그리고 게임 바깥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지만) 주인공인 헌터에 영 이입하기 어려웠다. 대사도 없고, 선택지도 없고, 특정 상황에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스토리에 맞게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하니 헌터는 그냥 만능 심부름꾼 같은 느낌이라서, 음 뭐라고 말해야 하나 스토리 자체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런 장르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애정을 가지고 세계를 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필드 마스터가 아이스본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 전까지는 그랬단 소리.
몬스터 헌터를 계속 플레이하는데는 필드 마스터의 공이 컸다. 처음 만났을 때 마스크를 쓰고 위기 상황에서 헌터 일행을 도와주고, 멘토 역할을 하면서 스토리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하는데 여타 다른 NPC(하는거 없이 나한테 일만 시키고 도망만 치는 용인족이나 소리만 지르는 중년 1호선 남성같은 대단장-정말 이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음-)보다 더 호감을 느낄 수밖에. 다른 이야기들이 "뭐야 뭔데 지들끼리 떠들어.." 같은 생각이 들 때 유일하게 그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덕분에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주인공보다 필드 마스터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었는데, 모처럼 나이 든 여성 캐릭터로 캡콤에서 제법 괜찮은 시도를 한 것 같아서 좋다. 몇몇 사람들은 접수원하고 더불어서 둘이 나올때마다 몰입이 안 된다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필드 마스터가 나올 때마다 무슨 얘기가 진행될지 기대되던데 이게 성별의 차이로 인한 것일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다른 여성 유저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졌다. 따로 알수야 없겠지만.